[프라임경제] 글로벌 수소산업에서 △생산 △저장 △운송 △활용을 한데 묶는 생태계 경쟁이 거세지고 있다. 중국·일본·유럽연합(EU)이 수소 전 밸류체인 지원을 강화하는 가운데 국내 수소산업은 중소·중견기업 비중이 85%에 달해 연구개발(R&D)과 투자 기반 보강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월드 하이드로젠 엑스포 2026(World Hydrogen Expo 2026, 이하 WHE 2026)'에서 새만금 AI 밸리와 도시 생활, 항만 물류, 제조 산업을 아우르는 수소 생태계 모델을 공개했다. 생산시설과 저장·공급 인프라, 모빌리티와 산업 수요처를 한 구조 안에 배치해 수소의 생산과 소비가 이어지는 모습을 구체화했다.
구체적으로 중국은 지난 3월 확정한 제15차 5개년 계획에서 수소를 새로운 경제성장 동력으로 육성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청정·저탄소 수소 생산과 저장·운송·활용을 전 주기로 묶고 산업 전반의 수요 확대에도 정책 역량을 투입하고 있다.
일본은 2023년 수소기본전략 개정과 2024년 수소사회추진법 시행 이후 대규모 공급망 구축과 산업·발전 분야 수요 창출, 수소 허브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EU는 유럽수소은행을 통해 청정수소 생산비용과 시장가격 간 차액을 보전한다. 초기 생산비용 부담을 낮추면서 공급과 수요 형성을 지원하는 구조다. 유럽수소은행을 통해 약 3GW 규모의 수전해 설비 도입과 향후 10년간 약 344만톤의 수소 생산이 기대되고 있다.
국내에도 생산과 유통, 활용, 서비스 전반에 걸쳐 수소산업 기반이 형성돼 있다. 한국수소연합의 '2025년 수소산업실태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수소산업 기업은 2932곳, 종사자는 3만6264명이다. 분야별 기업 수는 수소 생산 412곳, 유통 833곳, 활용 1261곳, 서비스 426곳이다.
산업의 허리를 맡은 중소·중견기업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국내 수소기업의 85%가 중소·중견기업이며 R&D 전담부서를 갖추지 못한 기업은 82.7%에 달한다. 수소산업 투자금액도 2022년 4조1469억원에서 2024년 4조3373억원으로 4.6% 늘어나는 데 그쳤다.
수소 사업은 생산시설을 확보한 뒤에도 저장·운송 인프라와 수요처, 실증·양산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중소·중견기업 입장에서는 각 단계의 비용과 사업화 부담을 독자적으로 감당하기 쉽지 않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기술을 실제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실증과 양산 기회를 늘리고 공급망 안에서 기업별 역할을 나눌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철강·제조업과 항만 물류, 도시 에너지 등 산업 수요가 커질수록 관련 기업의 사업 기회도 함께 늘어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WHE 2026에서 제시한 수소 생태계도 생산과 소비처를 함께 구성하는 데 초점을 뒀다.
새만금 AI 밸리 시나리오는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해 도시 전력과 열에너지, 모빌리티 연료로 활용하는 '지산지소'형 구조를 담았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를 다시 지역 안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도시 생활 시나리오에서는 음식물 쓰레기 등 유기성 폐기물에서 생산한 수소를 주거단지의 전기·열과 버스·승용차·트램 등 도심 모빌리티에 활용한다.

항만 물류에는 재생에너지 기반 수소를 무인운반차(AGV) 등 항만 장비에 공급하고 수소전기트럭과 수소전기기관차를 활용하는 구상이 담겼다. 항만 내부 이송부터 육상·철도 운송까지 수소를 사용하는 구조다.
제조 산업에서는 수소를 철강 생산의 환원제와 열원으로 활용하고 생산된 강판은 수소전기트럭으로 운송한다. 완성차 공장에서는 수소전기지게차와 수소버너를 사용하는 시나리오도 제시됐다.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에서 확보한 수소 기술을 산업 수요와 공급망으로 넓히는 구상을 내놓고 있다. 생산한 수소를 실제로 사용할 산업과 도시 인프라를 함께 확보해야 관련 설비 투자와 기업 참여도 지속될 수 있어서다.
이바나 제멜코바 수소위원회 CEO도 현대차그룹의 역할을 산업 생태계 측면에서 평가했다. 그는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지난 2년간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으로 활동한 점을 언급하며 "수소 모빌리티 기술로 수소를 빠르게 확장해 갈 수 있었고 특히 기후 안보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국내 수소산업은 이미 2900여개 기업과 3만6000여명의 종사자를 확보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이 기업들이 기술 개발 이후 실증과 양산, 안정적인 수요 확보까지 이어갈 수 있는 산업 기반이다.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의 협업, 수요처 확대, 공급 인프라와 초기 사업화 지원이 앞으로 국내 수소 생태계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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