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정부가 내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가상자산 소득 과세를 2029년으로 2년 더 미루기로 했다. 투자 손실을 향후 3년간 발생한 이익에서 공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5일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 시기를 2027년에서 2029년으로 늦추는 방안을 국회와 협의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가상자산 과세는 비트코인 등 가상자산을 양도하거나 대여해 얻은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현행법상 연간 소득에서 기본공제액 250만원과 필요경비 등을 제외한 금액에 20%의 세율을 적용한다. 지방소득세를 포함하면 실제 세율은 22%다.
당초 정부는 2022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시행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과세체계 미비와 투자자 보호 필요성 등을 이유로 시행 시기를 2023년, 2025년, 2027년으로 세 차례 연기했다.
이번 유예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과세 시행은 네 번째 미뤄지게 된다. 최초 시행 예정 시점과 비교하면 7년이나 늦어지는 셈이다.
정부가 추가 유예를 추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외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과세 형평성 문제다.
국내 거래소를 이용한 투자자의 거래 내역은 비교적 쉽게 확보할 수 있지만 해외 거래소를 통한 거래는 과세자료 확보에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세를 시행하면 국내 거래소 이용자에게 세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특히 미국과의 가상자산 거래정보 교환이 2029년부터 시작된다는 점이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체계(CARF)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는 내년부터 거래정보를 교환하지만, 미국은 2029년부터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는 미국 거래소 이용자의 과세자료까지 확보할 수 있는 시점에 맞춰 제도를 시행해야 국내외 투자자 간 형평성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디지털자산법 제정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법 제정에 따라 가상자산의 법적 정의와 사업자 규율체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이를 반영해 과세기준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부는 과세 유예와 함께 투자자들의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손실 이월공제 도입도 추진한다.
현재는 같은 해 발생한 가상자산 거래의 이익과 손실을 합산할 수 있지만, 전년도에 발생한 손실을 다음 해 이익에서 공제할 수는 없다.
가령 한 해 가상자산 투자로 1000만원의 손실을 보고 이듬해 1500만원의 이익을 얻더라도 앞서 발생한 손실은 과세에 반영되지 않는 구조다.
정부는 이를 개선해 손실이 발생한 이후 3년간 해당 손실을 이월해 공제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2029년 과세가 시행된 이후 발생한 손실부터 적용하는 방안으로, 과세 시행 전에 확정된 투자 손실은 공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부는 전문가와 가상자산업계,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과세 민관합동 워킹그룹’을 구성해 과세제도 개선과 세부 과세기준 마련, 납세자의 신고 편의 개선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과 가상자산 무기한 선물, 대여 거래 등 새로운 거래 유형에 대한 과세기준도 검토 대상이다.
정부는 내년 상반기까지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입법이 필요한 사항은 2027년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2028년 상반기에는 세부 과세기준을 발표해 시장과 투자자들에게 안내한다는 방침이다.
이 부총리는 “과세 시행이 세 차례 미뤄진 데 이어 한 번 더 과세 유예를 말씀드리게 된 점을 무겁게 생각한다”며 “시행 시기를 조정하더라도 ‘소득 있는 곳에 과세’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은 견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2년의 준비기간을 활용해 가상자산 과세가 2029년에는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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