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하게 연기 잘해 이름을 찾아본 배우, '이현균'이었다 [MD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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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균 / 빅보스엔터테인먼트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과거 무명 시절의 긴 터널을 뚫고 끝내 대체 불가의 국민 배우로 자리매김했던 손현주가 그랬고,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묵직한 생활 연기로 대중의 뇌리에 이름을 새긴 윤경호가 그랬다. 빼어난 연기 내공과 깊이를 지닌 실력파 배우는 화려한 20대 청춘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더라도 언젠가는 세상의 눈에 띄기 마련이다. 주머니 속의 송곳은 가만히 있어도 결국 천을 뚫고 나온다는 '낭중지추(囊中之錐)'라는 고사성어처럼 말이다.

최근 안방극장에서 시청자들의 검색창을 가장 뜨겁게 달군 인물이 바로 그렇다. 드라마를 보던 이들이 "저 사람 진짜 직장인 아니냐", "도대체 저 배우 이름이 뭐냐"며 포털 사이트를 뒤적거리게 만든 주인공, 43세의 배우 이현균이다.

이현균이라는 이름 세 글자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기폭제는 지난해 가을 방영된 JTBC 드라마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 부장 이야기’였다. 극 중 대기업 인사팀장 최재혁으로 분한 그는 벼랑 끝에 몰린 영업부장 김낙수(류승룡)를 조직의 논리로 압박하는 노련하고도 서늘한 인물을 소름 끼치도록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존댓말과 반말을 교묘하게 섞어가며 상대를 쥐락펴락하고, 퇴사 압박을 가하면서도 결정적 순간에는 인사권자의 입을 빌리는 능구렁이 화법은 실제 대기업 인사팀에서 잔뼈가 굵은 간부를 그대로 데려다 놓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줘"라는 광고 카피를 약 올리듯 읊조리는 대목은 직장인 시청자들의 뒷목을 잡게 만들며 신드롬급 호평을 끌어냈다.

이후 그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로또 1등도 출근합니다’에서는 칼각 잡힌 스리피스 정장을 입고 실적을 위해 기꺼이 악역을 자처하면서도 후배에게 은근한 신뢰를 보내는 대기업 영업부 차장 장경철로 변신했다. 이어 ENA 월화드라마 ‘신병4 : 사보타주’에서는 육사 수석 출신의 원칙주의자이자 부대원들을 위해 위수지역 바가지 상권에 맞서 외출·외박 전면 통제를 내리는 반골 기질의 대대장 변혁진 중령을 맡아 월화극 1위 질주를 견인했다.

인사팀장, 영업차장, 육군 대대장까지. 조직의 상사라는 겉 모습은 같았지만, 권위를 행사하는 방식과 인물의 온도는 매번 전혀 달랐다. '직장상사 전문 배우'라는 수식어 뒤에 숨은 그의 서늘하고도 정교한 연기 스펙트럼이 빛을 발한 순간이다.

오늘날 만개한 이현균의 디테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완성된 요행이 아니다. 고등학교 1학년까지 농구선수를 꿈꾸다 뒤늦게 진로를 바꾼 그는 계원예고와 용인대 연극학과를 거쳐 2009년 연극 '언니들'의 말 없는 허수아비 역으로 데뷔했다. 연극 무대에서 발가락에 쥐가 나도록 버티며 기초 체력을 다진 그는 영화 '감시자들'(2013)의 이름 없는 '통제남'으로 매체 연기에 발을 들였고, 영화 '1987'(2017)에서 고문치사 현장의 물기를 증언한 오연상 내과의 역을 맡으며 관계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그러나 빛을 보기까지의 시간은 길고 고됐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생계를 위해 밤샘 공장 아르바이트를 전전해야 했다. 언제 잡힐지 모르는 오디션과 촬영 스케줄 탓에 고정 직장을 구할 수 없었던 그는 하루 일당 20만 원을 위해 2인 1조로 무거운 프레셔 기계를 다루며 허리가 끊어질 듯한 야간 노동을 버텼다. "5일만 일하면 보름을 버틸 수 있었다"며 담담히 회상하던 그 시절의 치열한 삶의 무게는, 훗날 조직의 쓴맛과 단맛을 모두 아는 현실적인 직장인의 얼굴로 고스란히 치환됐다.

영화 '실낙원'과 넷플릭스 '기생수: 더 그레이'를 함께한 연상호 감독은 최근 관객과의 대화(GV)에서 이현균을 향해 "낭중지추다. 나올 사람은 언젠가는 주머니를 뚫고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배우 박정민 역시 "역할이 엄청나게 커진 유명 배우가 됐다"며 그의 약진을 반겼다.

뛰어난 발성과 딕션, 일상의 미세한 호흡까지 캐릭터 안에 녹여내는 치밀함으로 시청자를 무장해제시키는 배우. 이름보다 배역으로 먼저 기억되던 43세의 늦깎이 배우 이현균은 마침내 스스로의 실력으로 자신의 이름을 대중의 가슴속에 아로새겼다. 이현균의 활약을 만나고 싶은가? 그는 지금 JTBC 드라마 '파이널 테이블'에서 또 다른 인물을 연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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