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일본이 이달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 면세 제도를 ‘선결제·사후환급’ 방식으로 바꾸면서 여행객들이 적지 않은 혼선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74년 만의 제도 개편이라 연착륙까지 다소 시간이 필요해 보이는데, 수하물을 부치기 전 세관 확인을 받아야 하고 매장별 환급 수수료가 다른 점이 핵심이다.
무엇보다 면세 확인 과정이 추가되다 보니 평소 출발 2시간 전 공항에 도착하던 것에서 최대 3~4시간까지 일정을 앞당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고, 단체 관광객 수속 과정은 그 보다 더 걸려 아예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NO쇼핑’ 여행객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여행업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1일부터 기존 매장 즉시 면세 방식을 폐지하고, 소비세를 포함한 금액을 먼저 결제한 뒤 출국할 때 세금을 돌려받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1952년 면세 제도 도입 이후 첫 개편이다.
시행 첫날인 1일 후쿠오카국제공항에는 면세 환급 전용 단말기 12대와 안내 인력이 배치됐다.
일본 항공사 관계자는 “시행 후 현재까지 면세 절차가 어렵다는 불만이나 클레임이 접수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새 제도에서는 면세 대상 상품도 소비세가 포함된 가격으로 먼저 결제해야 한다. 이후 출국 때 세관에서 상품이 일본 밖으로 나가는 것을 확인받으면 매장이나 환급 대행업체가 신용카드·결제 앱·현금 등으로 소비세 상당액을 환급해준다.
환급 절차는 상품 구매일로부터 90일 이내에 완료해야 한다.

◇ “짐부터 부치면 낭패…세관 확인이 먼저”
기존 제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면세 대상 상품을 구매할 때 소비세를 내지 않아도 됐다. 소매업체가 구매자의 여권을 확인 후 소비세를 뺀 가격에 판매했다.
새 제도에서 여행객이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은 수하물 위탁 순서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짐을 부치기 전 면세품과 여권을 챙겨 전용 단말기에서 세관 확인을 받아야 한다. 면세품을 위탁수하물로 먼저 부치면 세관이 실물 확인이 어려워 환급받지 못할 수 있다.
단말기에서 ‘그린’ 판정이 나오면 별도 실물 검사 없이 절차가 끝난다. ‘레드’ 판정이면 세관 검사장에서 면세품과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 일본 국내선을 거쳐 국제선으로 환승하는 경우에는 일본을 최종적으로 떠나는 공항에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비지트 재팬 웹(VJW)에서 면세 QR코드를 발급받으면 해당 기능을 지원하는 매장에서 여권 대신 보여줄 수 있다. 출국할 때도 VJW의 ‘환급 수속’ 메뉴로 세관 확인을 마칠 수 있다.
다만 온라인 방식은 나리타·하네다·간사이·주부·신치토세·후쿠오카·나하 등 7개 공항에서만 가능하다. 국제선 출발 로비 내 지정 와이파이 구역에서만 쓸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 소비세는 같은 10%인데…“환급 수수료 매장마다 달라”
소비자가 실제 돌려받는 금액은 환급 수수료에 따라 달라진다. 일본 정부는 소비세만큼을 돌려주도록 했지만, 수수료를 얼마로 할지는 정하지 않았다. 같은 물건을 사도 어느 매장에서 사고 어떻게 환급받느냐에 따라 손에 쥐는 돈이 달라진다.
백화점 체인 다카시마야는 환급 대상 소비세의 23%를 시스템 처리 수수료로 공제한다. 세전 10만엔짜리 상품을 사면 소비세는 1만엔이다. 기존에는 세전 가격의 1.55%인 1550엔을 수수료로 내고 8450엔의 면세 혜택을 받았다. 새 제도에서는 소비세 1만엔의 23%인 2300엔이 빠져 실제 환급액은 7700엔이다. 기존보다 750엔을 덜 받는 셈이다. 원화로는 6만5000원 정도를 받게 된다.
반면 종합 할인점 돈키호테를 운영하는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는 새 제도에서도 환급 신청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다만 공항에서 현금으로 환급받으면 환급 대행업체가 별도 수수료를 부과할 수 있다.
가전제품 전문점 요도바시카메라는 주요 11개 점포에서 출국 전 현금 선환급 서비스를 운영한다. 이때도 출국할 때 세관 확인은 반드시 받아야 한다. 확인을 마치지 않으면 등록해 둔 신용카드로 환급액이 다시 청구된다.

◇ 밀봉 포장은 안 해도 되지만…구매 물품 소비는 주의
면세품 관리 방식도 달라졌다. 기존에는 일반 물품과 소모품을 나누고 식품·화장품 등 소모품은 전용 봉투에 밀봉해야 했다. 새 제도에서는 이 구분과 밀봉 의무가 사라졌다.
일본 체류 중 면세품을 자유롭게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세관 확인은 영수증 단위로 이뤄지기 때문에, 같은 영수증에 담긴 물품 중 하나라도 먹거나 써서 제시하지 못하면 나머지 물품의 환급도 막힐 수 있다.
예를 들어 화장품과 과자를 함께 사서 과자를 먹었다면 화장품 환급도 어려워진다. 포장을 개봉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지만, 구매한 물품을 출국 때 세관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간사이공항 관계자는 “영수증에 포함된 식품·음료·화장품 중 하나라도 소비했다면 해당 영수증은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말고 카운터에서 세관 직원에게 알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전 100만엔 이상 고가품은 감정서나 보증서를 요구받을 수 있어 구매 영수증과 관련 서류를 챙기는 것이 안전하다.
◇ 되팔이 막으려다 쇼핑 관광 위축되나
일본 정부가 74년 만에 사후환급제를 도입한 것은 면세품의 일본 재판매 때문이다. 면세로 산 고가품을 일본에서 되팔고 빈손으로 출국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개편 필요성이 커졌다. 소비세를 먼저 받고 출국 때 실제 반출 여부를 확인한 뒤 환급하면 세금 누수를 줄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소비자 부담은 커졌다. 구매 단계에서 세금을 먼저 내야 하고, 출국 전 세관 확인 절차도 추가됐다. 매장별 환급 수수료까지 달라지면서 쇼핑객이 체감하는 혜택도 줄어들 수 있다. 여행업계는 이번 개편이 한국인 등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수요에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한다.
한 일본 여행 가이드는 “평소 출발 2시간 전 공항 도착을 안내했지만, 제도 개편 이후에는 3~4시간 전으로 일정을 앞당겼다”며 “단체 관광객은 전체 수속이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어렵고, 고객 중에 아예 쇼핑을 하지 않겠다는 여행객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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