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 잘 있소"…함안 입곡공원서 어르신 68인 인생 시화전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단풍이 절정을 향해 짙어가는 함안 입곡군립공원 산림욕장이 어르신들이 비뚤비뚤 눌러쓴 진솔한 삶의 고백으로 물들고 있다.

함안군은 군내 성인문해교실에 참여하는 만학 어르신들이 직접 쓰고 그린 시화 68점을 모아 12월6일까지 입곡군립공원 산림욕장 일원에서 '삶을 쓰다, 시로 피어나다'를 주제로 야외 시화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마을회관과 경로당을 직접 찾아가는 '아라가야 문해교실'을 비롯해 함안노인복지관 한글교실, 초등학력인정 문해교실 등 관내 16개 교육 거점에서 배움의 끈을 놓지 않은 어르신들이 정규 시화 수업을 거치며 완성한 결실이다. 

가난과 성차별, 생계의 굴레 속에서 배움의 기회를 놓쳤던 노년의 학습자들은 난생처음 연필을 쥐고 익힌 '기역'과 '니은'으로 가슴속에 응어리졌던 지난 세월을 담담하게 풀어냈다.

출품작들은 기교를 덜어낸 투박한 문체 속에 삶의 희로애락을 선명하게 투영했다. 먼저 세상을 떠난 반려자를 향한 애끓는 그리움부터 평생을 바쳐 길러낸 자식들에 대한 고마움, 뒤늦게 버스 행선지 표지판과 손자들의 편지를 읽게 된 벅찬 감회까지, 소박한 글줄과 서툰 붓질이 교차하며 산책로를 찾은 나들이객들에게 묵직한 울림을 선사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대외적으로 작품성을 공인받은 수상작들이 대거 포함돼 눈길을 끈다. 함안군 문해학습자들은 올해 열린 전국 및 경남 성인문해교육 시화전에서 시화 부문 7명, 엽서 부문 4명 등 총 11명이 입상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대표적으로 전국 시화전에서 글아름상(유네스코한국위원회 사무총장상)을 차지한 안귀순 씨(찾아가는 아라가야 광복문해교실)의 '여보 보고 싶어요'는 사별한 남편을 향한 절절한 심경을 담백한 고백조로 그려내 심사위원단의 극찬을 받았다. 

경남도의회의장상을 수상한 이일순 씨(대한노인회 함안군지회)의 '영감 잘 있소' 역시 긴 세월을 함께 버텨온 동반자에 대한 애틋한 안부를 생활 언어로 표현해 큰 공감을 이끌어냈다.

지난 2019년 첫선을 보인 이래 올해로 6회째를 맞은 입곡군립공원 시화전은 관내 복지 차원의 단순 학습 발표회를 넘어, 함안을 대표하는 늦가을 힐링 콘텐츠로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위적인 실내 전시장을 벗어나 자연 휴양림의 산책로를 따라 작품을 배치함으로써 공원을 거니는 가족과 청년 세대가 부모 세대의 굴곡진 역사를 자연스럽게 체감하고 교감하는 소통의 통로가 되고 있다.

함안군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굳은살 박인 손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공들여 써 내려간 시화 한편에는 한 시대의 역사이자 한 인간의 온전한 삶이 응축돼 있다"며 "늦가을 단풍이 내려앉은 숲길을 걸으며 어르신들의 순수한 배움의 열정을 느끼고, 곁에 있는 가족의 소중함을 되새겨보는 뜻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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