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IN] 이진국 결핵 및 호흡기학회 이사 "COPD, 개인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고령화로 만성 호흡기질환 환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호흡기내과 전문의 인력난이 심화하면서 중증 호흡기 진료체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환자 진료 부담과 높은 의료분쟁 위험에 비해 낮은 수가가 의료진의 업무 환경을 악화시키고, 병원 역시 인력 확충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결핵 관리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조기 진단 등 주요 호흡기질환 대응을 위해서는 의료현장의 인력 문제부터 국가 차원의 관리체계까지 전반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호흡기내과 분과전문의 응시자는 2020년 61명에서 2026년 27명으로 감소했다. 고령 전문의들의 은퇴가 본격화하면 의료기관의 진료 공백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가운데 이진국 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행이사(건국대학교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호흡기내과 인력난과 결핵 관리 정책의 개선 과제, COPD 조기 진단 및 국가관리체계 구축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진국 결핵 및 호흡기학회 간행이사와의 일문일답.


- 필수의료 논의에도 호흡기내과 분과전임의 수급이 위축되고 있다. 현장의 인력난은 어느 정도이며, 향후 중증 호흡기 진료체계에 어떤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보는가.

"대부분의 호흡기내과 질환은 생명과 직결되는 중요한 질환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관련 의료수가가 매우 낮다. 이 때문에 많은 병원이 호흡기내과 인력을 충분히 확충하지 않고 있다. 소수의 전문의가 많은 환자를 진료해야 해 현장 여건도 매우 열악하다.

이런 상황이 방치되면 호흡기내과 전문의 수는 계속 감소할 수밖에 없다. 현재도 거의 모든 종합병원에서 호흡기내과 전문의가 부족하다. 고령 전문의들이 은퇴하면 많은 병원에서 호흡기내과 진료가 마비될 가능성이 크다.

고령화로 호흡기내과 환자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며, 코로나19와 같은 신종 호흡기 감염병도 언제든 다시 유행할 수 있다. 현재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결핵 발생률이 높은 수준이다. 고령층 감염과 다제내성결핵, 취약계층 관리 등 결핵 정책의 한계와 개선 방향은 무엇인가.

"현재 결핵관리 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결핵 환자의 고령화와 취약계층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한 맞춤형 관리가 아직 부족하다는 점이다. 과거 결핵 유병률이 높았던 시기에 감염된 인구가 고령화하면서 잠복결핵감염의 재활성화에 따른 결핵 발생이 중요한 문제가 되고 있다.

고령 환자는 전형적인 결핵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 여러 동반질환과 약물 부작용으로 치료에도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조기 발견과 맞춤형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요양병원과 장기요양시설 등 결핵 전파 위험이 높은 환경에서 체계적인 검진과 신속한 진단이 이뤄져야 한다. 환자의 동반질환과 전신 상태를 고려한 개별화된 치료·관리체계도 필요하다.

의료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결핵은 단순한 의학적 문제를 넘어 사회경제적 요인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노숙인과 독거노인, 저소득층, 외국인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집단에는 검진과 치료뿐 아니라 교통비, 생계 지원, 복약 관리 등을 포함한 통합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 폐 기능이 상당 부분 손상될 때까지 자각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다. 국민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호흡기질환의 경고 신호와 올해 '폐의 날'을 맞아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폐는 상당한 기능이 손상될 때까지 뚜렷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특히 COPD는 서서히 진행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호흡곤란을 노화나 체력 저하로 생각해 진단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호흡기질환의 경고 신호는 객혈과 기침, 가래다. 객혈은 폐암이나 결핵의 증상일 수 있으므로 지체 없이 진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대량 객혈이 발생하면 혈액이 기도를 막아 급사할 수도 있어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기침과 가래가 지속되는 경우에도 호흡기내과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기관지확장증과 폐렴, 결핵, COPD, 천식 등 다양한 호흡기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기 때문이다.

폐기능검사는 비교적 간단하고 비용도 저렴하면서 COPD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중요한 검사다. 국가폐암검진 대상자도 검진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만 54~74세 남녀 가운데 30갑년 이상의 흡연력을 가진 사람은 2년 주기로 저선량 흉부 전산화단층촬영(CT) 검사를 받을 수 있다."

- COPD를 개인의 관리 영역이 아닌 국가적 중증 만성질환으로 관리하기 위해 정부와 국회가 우선 추진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가.

"정부와 국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COPD를 국가가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할 주요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조기 진단부터 지속적인 치료까지 포괄하는 국가관리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COPD를 비롯한 만성 호흡기질환의 질병 부담은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COPD는 상당히 진행된 이후에 진단되는 경우가 많고, 반복적인 급성 악화와 입원으로 환자 개인뿐 아니라 국가적으로도 상당한 의료비와 사회경제적 부담을 초래한다.

현재 고혈압과 당뇨병 등은 국가 차원의 만성질환 관리사업을 통해 조기 발견과 지속적인 관리가 강조되고 있다. 반면 COPD는 높은 질병 부담에도 상대적으로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부족한 실정이다.

40세 이상 흡연자나 과거 흡연자 중 호흡기 증상이 있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폐기능검사 접근성을 높이고, 진단 이후에는 적절한 약물치료와 금연 지원, 호흡재활, 급성 악화 예방까지 연계하는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뿐 아니라 국회의 법적·재정적 뒷받침도 필수적이다.

COPD는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하게 관리하면 급성 악화와 입원을 줄이고 환자의 삶의 질을 개선할 수 있는 질환이다. 개인의 책임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중요한 공중보건 과제다. 이제는 COPD를 단순한 호흡기질환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주요 만성질환으로 인식하는 정책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울러 COPD뿐 아니라 간질성폐질환과 폐섬유증, 기관지확장증 등 다른 만성 호흡기질환에도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환을 담당하는 호흡기내과 전문의들의 근무 환경이 매우 열악한 만큼, 의료진의 근무 여건을 개선하고 전문 인력을 확보하기 위한 지원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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