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하영 기자] 배우 윤나무가 연극 '전락'에서 방대한 대사를 홀로 소화하는 열연으로 명불허전 1인극 강자의 면모를 입증했다.
윤나무는 지난 25일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 2관에서 막을 올린 연극 '전락'에서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 역을 맡아 90분간 홀로 무대를 이끌었다. 복잡한 인물의 내면을 밀도 있게 풀어낸 그는 첫 공연부터 탄탄한 무대 장악력으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연극 '전락'은 195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작가 알베르 카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파리에서 성공한 변호사로 살아가던 장 바티스트 클라망스가 암스테르담의 한 바에서 만난 낯선 이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 이야기를 그린다. 자신을 '고해판사'라고 소개하는 클라망스의 고백을 따라 인간의 위선과 양심, 죄책감과 수치심 등 복잡한 내면을 들여다본다.
윤나무는 첫 등장부터 관객과 적극적으로 호흡했다. 조명이 켜진 무대에 자연스럽게 들어선 그는 객석을 향해 친근하게 인사를 건네며 관객들을 암스테르담의 바 '멕시코 시티'로 초대했다. 관객들과 일일이 눈을 맞추고 질문을 던지는 능청스러운 연기로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며 순식간에 극으로 끌어들였다.
극 중 클라망스는 자신의 선의와 도덕성을 굳게 믿지만, 어느 날 들려온 정체 모를 웃음소리와 과거 다리 위에서 겪은 사건을 계기로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기 시작한다. 윤나무는 친근하게 시작된 대화가 묵직한 자기고백으로 변해가는 과정에서 확신과 의심, 자기변호와 자책, 죄책감과 수치심을 오가는 감정을 섬세하게 쌓아 올렸다.
무엇보다 쉼 없이 이어지는 독백은 윤나무의 탄탄한 연기 내공을 실감하게 했다. 방대한 대사를 막힘없이 소화하면서도 말의 속도와 호흡, 목소리의 높낮이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며 극의 흐름을 주도했다.
특히 지문이 없는 대본 속에서 인물의 감정과 상황에 맞는 몸짓과 동선을 직접 만들어내며 클라망스를 생생하게 구현했다. 능청스러운 모습부터 격앙된 감정까지 완급을 조절하며 긴장감을 유지했고, 변화하는 조명과 양쪽 벽에 드리워지는 그림자까지 유기적으로 활용해 90분의 무대를 빈틈없이 채웠다.

앞서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 '온 더 비트', '썬더' 등 다양한 1인극을 통해 연기력을 증명해온 윤나무는 이번 '전락'에서도 강점을 십분 살렸다. 치밀한 인물 분석과 섬세한 감정 표현으로 클라망스라는 인물을 정교하게 쌓아 올리며 또 하나의 인생 캐릭터를 완성했다.
첫 공연을 마친 윤나무는 "이 공연은 관객들과 만나야 완성될 것이라는 믿음이 컸던 것 같다. 첫 공연부터 많이 찾아와 주셔서 감사하다. 제 공연에 대한 소회도 있겠지만, 이번 공연은 오히려 관객분들의 감상을 들어보고 싶은 공연"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클라망스를 준비한 과정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털어놨다. 윤나무는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에게 정확하게 공감하고 치밀하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클라망스와 저 사이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 간극을 좁히기 위해 연출님, 이동휘 배우와 서로의 실제 삶의 궤적을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처음에는 아주 멀어 보였지만 기억을 더듬어 보니 저 역시 클라망스와 닮은 행동을 하고 있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정도로 솔직한 인간이 있을까 하는 질문을 연출님과 PD님께 많이 했다. 실제로 존재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인물이지만 그를 바라보며 마음이 긁히기도 하고 묘하게 위로받기도 했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이 부분을 눈여겨봐 달라는 말을 함부로 하고 싶지 않은 공연이다. 오셔서 있는 그대로 보고 듣고 느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관객들에게 당부를 남겼다.
'전락'은 오는 12월 6일까지 서울 대학로 티오엠(TOM) 2관에서 공연된다. 윤나무는 오는 11월 6일부터 7일까지 부산시민회관 대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타인의 삶' 부산 공연으로도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한편 윤나무는 2011년 연극 '삼등병'으로 데뷔해 수많은 연극과 뮤지컬로 연기력을 쌓아왔다. 그는 2016년 SBS '낭만닥터 김사부'를 통해 브라운관에 데뷔해 KBS 2TV '쌈 마이웨이', ENA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SBS '커넥션' 등에 출연해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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