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자동차는 시간이 지나면 중고차가 되고, 더 오래되면 폐차 대상이 된다. 하지만 일부 차량은 생산 당시의 기술과 디자인, 산업 발전의 흔적을 담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해외에서는 이를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한 전문 기술과 관리제도가 발전해 왔지만 국내에서는 관련 기반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다.
단종 부품을 구하기 어렵고 전문인력도 부족하다. 해외 차량을 들여올 때는 환경·안전 기준을 검토해야 하며 복원 과정에서 보험과 세금 부담도 발생한다. 오래된 자동차를 역사적 가치가 있는 차량으로 보존하려 해도 기술과 제도 양쪽에서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다.
한국자동차기자협회와 서울클래식카쇼 조직위원회는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2026 서울클래식카쇼 학술포럼'을 개최했다. 국내 첫 클래식카 학술포럼이다. 자동차 디자인의 역사와 보존·복원 기술, 해외 관리제도와 국내 개선 과제를 논의했다.
이번 포럼에서는 클래식카를 문화유산으로 보존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반 구축 문제가 다뤄졌다. 오래된 자동차의 원형을 유지하려면 전문기술과 부품뿐 아니라 과거 설계 자료와 복원 이력도 확보해야 한다. 보존 목적에 맞는 관리체계를 어떻게 마련할지도 주요 쟁점으로 제시됐다.
◆원형 지키는 복원 기술…기록 축적이 관건
클래식카 복원은 일반적인 자동차 정비와 차이가 있다. 현재 판매 중인 차량은 제조사의 부품 공급망과 정비 체계를 활용할 수 있지만 생산이 중단된 지 오래된 차량은 필요한 부품부터 확보하기 어렵다.
부품을 구하지 못하면 기존 부품을 수리하거나 별도로 제작해야 한다. 당시 사용된 소재와 제작 방식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복원 과정에서 원형을 훼손하면 차량의 역사적 가치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작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김응서 삼성화재 모빌리티뮤지엄 프로는 이날 포럼에서 보존과 복원의 차이를 설명하며 역사적 근거에 기반한 작업을 강조했다. 보존은 남아 있는 원형과 역사적 흔적을 지키는 일이며, 복원은 특정 시기의 상태를 회복하는 작업이다.
사례로는 해외의 포르쉐 901 No.57과 국내 메르세데스-벤츠 300Sc 복원이 소개됐다. 원부품과 기존 차체를 최대한 보존하면서 전문기술과 고증 자료를 활용하고, 작업 과정을 체계적으로 기록하는 원칙을 살펴봤다.
복원 과정의 기록은 향후 유지·관리에도 활용된다. 어떤 부품을 교체했고 기존 부품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차량의 어느 부분을 복원했는지 확인할 수 있어야 추가적인 정비와 보존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자료가 축적되지 않으면 같은 차종을 복원할 때마다 필요한 정보를 다시 확보해야 한다. 작업자의 경험에 대한 의존도도 높아진다. 차량별 복원 이력과 부품 정보, 작업 기록을 관리하는 아카이빙 체계가 중요한 이유다.
전문인력 확보 역시 쉽지 않다. 클래식카는 생산 시기와 차종에 따라 구조와 기술이 달라 현재의 자동차 정비 방식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다. 오래된 엔진과 차체 구조를 이해하는 기술자가 부족해지면 차량의 유지·관리도 어려워진다.

김응서 프로는 박물관과 복원업체, 연구자 간 협력을 강조했다. 차량을 소장하는 기관과 복원 작업을 수행하는 업체가 기술과 기록을 공유해야 보존 경험을 축적할 수 있다는 취지다.
복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도 협력체계가 중요하다. 부품 공급과 전문 정비, 복원 작업, 관련 자료 관리가 흩어져 있으면 차량 소유자가 필요한 기술과 정보를 개별적으로 찾아야 한다. 전문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운 구조다.
◆해외는 역사 차량 별도 관리…국내 적용은 숙제
클래식카 보존을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은 제도적 환경이다. 생산 당시의 규격을 유지하려는 복원 목적과 현재 자동차에 적용되는 관리 기준 사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성길 한국교통안전공단 튜닝연구팀장은 '올드카에서 클래식카로-국내·외 제도 비교와 검토 과제' 발표에서 독일의 역사적 차량 관리·인증제도와 영국의 관련 세제·검사제도를 소개했다. 국가별로 클래식카 인정 기준과 등록·검사·운행 관련 제도를 운영하는 방식을 비교했다.
독일과 영국의 사례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차량의 특성을 고려한 관리체계를 검토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차량의 연식과 보존 상태, 실제 운행 여부 등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지가 핵심이다.
국내 현장에서는 클래식카 수입 시 적용되는 환경·안전 기준과 복원 과정의 보험·세금 부담이 애로사항으로 제시됐다. 단종 부품 확보와 전문인력 부족, 제조사의 복원 참여가 적다는 문제도 거론됐다.

오래된 자동차는 생산 당시의 기술 수준과 규격을 반영한다.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면서 실제 도로에서 운행하려면 현재의 안전·환경 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관리 방식이 필요하다. 특히 보존·전시 목적의 차량과 도로에서 운행하는 차량은 요구되는 관리 조건이 다를 수 있다.
제도 개선 과정에서는 클래식카 인정 기준과 복원 상태의 확인 방법, 운행 조건 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안전·환경 기준을 완화하는 문제에 앞서 역사적 차량을 어떤 기준으로 분류하고 관리할지 정리할 필요가 있다.
한성길 팀장은 이런 과제에 대응할 방안으로 클래식카 복원센터 모델을 제안했다. 복원 기술과 관련 자료를 축적하고 전문인력 양성을 지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자는 취지다. 복원센터가 구축되면 개별 차량 소유자가 겪는 정보 부족과 기술 확보의 어려움을 줄일 수 있다. 현재는 제안 단계이며 구체적인 운영 주체와 재원 마련 방식은 제시되지 않았다.
자동차 제조사의 참여도 중요하다. 제조사가 보유한 과거 설계와 부품 관련 자료는 차량 원형을 확인하고 복원에 필요한 부품을 확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단종 차량에 대한 부품 공급과 기술 지원에는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할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클래식카 보존은 복원 작업을 마쳤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이후에도 정비와 부품 교체, 상태 점검을 이어가야 차량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다. 복원 기술을 축적하는 동시에 유지·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춰야 한다.
이번 포럼에서 구상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장은 자동차 디자인이 시대별 기술과 사회·경제적 변화에 따라 발전해 온 과정을 살펴봤다. 자동차를 산업기술과 디자인의 역사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평가한 것이다.
국내 클래식카 문화가 발전하려면 이런 역사적 가치를 실제 보존 활동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부품과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복원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역사적 차량의 특성을 고려한 관리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전시와 개인 소장에 의존해 온 클래식카 보존을 지속적인 산업 활동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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