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법률 정비] 국회, 무엇을 바꿔야 하나

시사위크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국회의 후속입법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의 검토보고와 소위원회 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 사진=김두완 기자
헌법재판소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국회의 후속입법이 늦어지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국회의 검토보고와 소위원회 심사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 기자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이 나와도 국회의 후속입법이 제때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을 어떻게 고칠지 의견이 갈리거나 다른 현안에 밀려 심사가 늦어지면서다. 전문가들은 헌재 결정 이후 검토와 심사를 의무화하고, 개정이 지연되면 그 이유와 향후 일정을 보고하도록 국회법을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 결정서 송부 이후, 검토와 심사 의무화해야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위헌법률 정비를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에서는 후속입법이 지연되는 원인과 개선방안이 논의됐다. 검토보고 기한을 정하고 실제 회의가 열리도록 하는 방안부터 심사가 장기간 멈췄을 때 신속처리제도 등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제시됐다. 이해관계가 첨예한 사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개정 방향을 논의하되 합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심사를 미뤄두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제는 개정 방향을 둘러싼 갈등이다. 최정인 서원대학교 경찰학부 교수는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에도 후속입법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로 사회적 갈등과 이를 돌파할 정치적 추진력 부족을 꼽았다. 정당이 입법 의제로 정해 추진할 수 있지만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에서는 그 결정을 내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박진웅 국회 법제실 법제관도 위헌법률이 일반 법률과 동일하게 취급되면서 처리 순서에서 밀리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헌재 결정 이후 반드시 검토와 심사에 착수하도록 하는 절차도 충분하지 않다. 현행 국회법 제58조의2는 헌재 결정서를 소관 위원회에 보내도록 하지만 이후 소위원회 회부는 위원장이 법률의 제정·개정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이뤄진다. 결정서를 받아도 언제 검토하고 심사할지 기한이 정해져 있지 않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입법이 지연되지 않도록 검토보고 기한을 정하고, 소위원회 회부·회의와 지연 사유·향후 일정 보고를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전문가들은 헌재의 위헌·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후속입법이 지연되지 않도록 검토보고 기한을 정하고, 소위원회 회부·회의와 지연 사유·향후 일정 보고를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 그래픽=이주희 기자

윤성현 한양대학교 정책학 교수는 이 절차부터 보완하자고 제안했다. 결정서가 송부된 날부터 60일 내외의 기간 안에 전문위원이 법률의 제정·개정 필요성을 검토해 보고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헌재가 지적한 위헌 사유와 고쳐야 할 내용을 의원들이 확인한 뒤 심사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검토보고서가 작성돼도 심사 여부가 위원장 판단에 달려 있다면 논의가 미뤄질 수 있는 만큼 원칙적으로 소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회부 이후에는 실제 회의가 열려야 한다. 이우영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는 소위원회가 적어도 한 번은 회의를 열어 개정 필요성을 검토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윤 교수는 국회사무처의 의견을 듣는 절차도 의무화하자고 제안했다. 법제실 등 입법지원 조직의 검토를 심사에 반영해 어떤 조항을 어떻게 고쳐야 할지 논의하자는 취지다.

개정이 늦어지면 지연 사유와 향후 일정도 보고하도록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 윤 교수는 사안의 난도와 유형을 고려해 180~360일 정도의 제정·개정 시한을 제시하고 그 안에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반기별로 심사경과를 국회의장에게 보고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단순히 논의 중이라고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 때문에 지연되는지와 언제 다시 논의할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하자는 것이다.

◇ 지연된 심사는 기한으로, 갈등 큰 사안은 공청회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하고 소위원회에 회부해도 심사가 멈출 수 있다. 개정 방향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 안건을 올려놓고도 결정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우영 교수는 헌재의 위헌 취지 결정에 따른 후속입법을 ‘신속처리제도’와 연결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다른 현안과 의사일정을 분리하고 정해진 절차에 따라 심사가 진행되도록 하자는 취지다.

최정인 교수는 국회의장의 심사기간 지정 사유에 위헌·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른 법률 제정·개정을 추가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위원회 심사를 우선하되 지나치게 지연되거나 헌재가 정한 입법시한이 임박했는데도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때 마지막 수단으로 활용하자는 것이다. 다만 국회가 심사 방법과 기간을 스스로 정할 권한을 제한하는 만큼 신중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봤다. 기한을 정하는 목적도 의결을 서두르기보다 그때까지 의원들이 대안과 수정안을 내고 토론하도록 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위헌법률 정비를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이 지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위헌법률 정비를 위한 제도개선 세미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모든 사안에 같은 처리기한을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나왔다. 장민선 한국법제연구원 입법조사평가센터장은 법률의 성격과 위헌성이 인정된 이유에 따라 ‘신속절차형’과 ‘숙의절차형’으로 구분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빠르게 정비할 수 있는 사안은 신속히 처리하고 가치나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사안은 공청회 등을 통해 당사자와 전문가의 의견을 듣자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정부의 입법 대응계획 제출과 위원회 심사, 이행보고 등을 통해 후속입법 논의가 계속되도록 해야 한다고 봤다.

개정안을 마련하는 데에는 정부도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장 센터장은 법률을 집행하는 정부가 통계와 민원, 집행 실태를 확보하고 있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 판단할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듣고 개정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이다. 윤성현 한양대 교수도 국회 법제실과 정부 법제처 등의 역할을 확대해 후속입법 진행 상황을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에 기본권 침해 가능성을 살피자는 제안도 이어졌다. 장 센터장은 법률을 만들거나 고칠 때 사회·경제적 영향뿐 아니라 국민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거나 다른 법령과 충돌하는 부분이 없는지 분석해야 한다고 봤다. 의원 제출 법률안도 상임위원회 심사에서 이러한 검토를 강화하거나 입법영향분석 절차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시행 중인 법률도 점검 대상이다. 장 센터장은 제정 당시 예상하지 못한 기본권 침해가 사회 변화나 기술 발전에 따라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행정통계와 집행 실태 조사자료를 활용해 이런 문제를 확인하고, 헌재의 위헌 결정이 나오기 전이라도 법 개정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관후 국회입법조사처장은 이날 개회사에서 “이렇게 입법 공백이 생기면 결국 그 부담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된다”며 “국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못해서 국민에게 피해가 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세미나를 계기로 위헌법률 정비가 국회의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환기하고,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기 바란다고 밝혔다.

Copyright ⓒ 시사위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lert

댓글 쓰기 제목 [위헌법률 정비] 국회, 무엇을 바꿔야 하나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