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하야리아 반환 신화 재현할까···부산 범천 철도부지 시민운동 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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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단 부지반환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8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지 반환을 공식 요구한 가운데 김재곤 추진위 상임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단 부지반환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8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지 반환을 공식 요구한 가운데 김재곤 추진위 상임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포인트경제] 민간사업자 공모 무산으로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부산 범천동 철도차량정비단 이전사업을 두고 지역 주민들이 ‘부지 반환’을 내건 시민운동에 뛰어들었다. 개발 수익으로 이전비를 메우는 기존 구조에서 벗어나 120년 철도 부지를 공공 공간으로 돌려받자는 요구여서, 코레일이 진행 중인 재검토 용역의 방향에도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단 부지반환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는 28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지 반환을 공식 요구했다. 회견장에는 부산시의회 윤태한 부의장과 김재운 운영위원장, 부산진구의회 성낙욱 의장 등 시·구의원과 범천동 주민들이 ‘120년 부산철도부지, 이제 부산 시민의 품으로!’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함께 섰다. 추진위 상임고문은 김재운 부산시의회 운영위원장(국민의힘·부산진구3)이 맡았다. 주민들의 오랜 요구에 시·구의회가 직접 힘을 보탠 셈이다.

◆ 반복된 용역에 기다림은 피로로

회견문 낭독에 나선 김재곤 추진위 상임위원장은 먼저 기약 없는 사업 지연에 지친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정비단 이전과 부지 개발은 오랜 시민 염원이었지만, 재용역과 예비타당성 조사가 되풀이되는 사이 기대는 실망으로, 기다림은 극심한 피로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는 “언제까지 용역을 반복하고 언제까지 타당성을 따지며, 소중한 도심 공간을 미래라는 이름으로 묶어 둬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단 부지반환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8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지 반환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단 부지반환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8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지 반환을 공식 요구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김 상임위원장은 부지에 얽힌 역사도 반환 요구의 근거로 들었다. 정비단은 1904년 일제의 철도 정책과 맞물려 세워진 초량기계공장에서 출발해 1930년 지금의 범천동으로 옮겨왔다. 그는 일제강점기에서 비롯된 철도시설이 120년 가까이 도심 한복판에 남아 지역 발전과 공간 활용을 가로막아 온 만큼, 이제는 부지를 시민에게 돌려줄 방안을 적극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선례도 함께 제시했다. 100년 가까이 미군 하야리아 부대가 쓰던 땅이 부산시민공원으로 거듭났고, 전포동 옛 국방부 정보사 부지도 2027년 공원으로 탈바꿈을 앞두고 있다는 것이다. 범천 부지 역시 검토 대상에만 머물 게 아니라 시민의 삶을 바꿀 공간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는 게 추진위의 주장이다.

이날 추진위는 ▲코레일의 사업 지연 악순환 해소와 부지 반환 결단 ▲재용역·예비타당성 조사 반복 대신 부지 반환을 통한 책임 있는 해법 제시 ▲부산시와 정부 관계기관의 반환 협의 및 실행계획 마련 ▲반환 부지의 시민 모두를 위한 공공 공간 조성 등 네 가지를 요구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회견문을 마무리하며 “이번 시민운동은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관계기관이 책임 있는 결단을 내릴 때까지 우리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단 부지반환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8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지 반환을 공식 요구한 가운데 김재운 추진위 상임고문(부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범천동 부산철도차량정비단 부지반환 시민운동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가 28일 오전 9시 30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발족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며 부지 반환을 공식 요구한 가운데 김재운 추진위 상임고문(부산시의회 운영위원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윤선영) ⓒ포인트경제

◆ 시와 코레일 협의에 주민도 참여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추진위 상임고문인 김재운 위원장이 답변에 나섰다.

재검토 용역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의 활동 계획과 실현 가능성을 묻는 질의에 김 위원장은 “부산시와 코레일, 부산진구, 주민단체가 함께 논의하는 과정에 추진위가 주민 대표로 참여해 절차를 밟아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부 고시 이후 사업자 공모를 준비했지만 진행된 것이 없어 예비타당성 조사를 원점에서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부산시는 뒷짐을 지고, 코레일은 1조원이 넘는 땅을 팔아 이전하겠다는 원론적 행정에 머물렀다는 지적도 내놨다. 이에 시정질문으로 부산시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고, 시장도 적극 나서겠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추진위는 11월 정식 발대식을 거쳐 단계별 추진계획을 실행할 방침이다.

주민들이 바라는 부지 활용 방향에 대한 질의에는 “특정 개인의 사업 이익을 위해 부지가 쓰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 원칙”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6만 4000여평에 이르는 이 부지를 하야리아 부대 반환운동이 성공했듯 일정 부분 이상 시민에게 돌려주고, 나머지는 공공성에 꼭 필요한 사업에 써야 한다”고 말했다.

◆ 개발 수익 의존한 구조가 걸림돌

범천 정비단 이전은 2007년 지역 주민과 정치권이 추진위원회를 꾸리고 10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면서 지역 의제로 떠올랐다. 2020년 6월 공공기관 예비타당성조사에서 비용 대비 편익(B/C) 1.5를 받아 경제성을 인정받았고, 2023년 12월 부산시·코레일·부산진구가 업무협약을 맺었다. 정비단을 강서구 송정동 부산신항역 인근으로 옮기고 남은 땅을 혁신공간으로 개발한다는 구상이었다.

발목을 잡은 것은 사업 구조였다. 범천 부지 개발 수익으로 9000억원 안팎의 이전비를 충당하도록 설계했지만, 코레일이 2024년 말 시작한 민간사업자 공모에 신청자가 한 곳도 나서지 않았다. 1조원이 넘는 용지 매입비, 30%로 묶인 주거용지 비율에 따른 수익성 한계, 이전과 부지 정화를 마쳐야 개발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간 부담이 원인으로 거론됐다. 코레일은 이전 계획 재검토 용역에 착수했고, 이전 목표 시점은 2034년으로 밀렸다.

김 위원장은 지난 8월 31일 제339회 임시회 시정질문에서 이 지점을 파고들었다. 범천기지의 화차 정비량이 2022년 2000대에서 2025년 984대로 줄고 객차 정비량은 310대에서 0대가 된 만큼, 일부 기능을 기존 철도시설로 분산해 신규 기지 규모를 줄이면 이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논리다. 민간 재공모만 되풀이할 게 아니라 공공개발과 민관합동개발, 부산도시공사 참여도 함께 따져봐야 한다는 제안도 내놨다.

이날 첫발을 뗀 시민운동은 수익성 계산에 묶여 있던 논의에 ‘시민 편익’이라는 기준을 올려놓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재검토 용역으로 사업 방식과 토지이용계획을 다시 짜는 시기와 맞물린 만큼, 주민 의견이 협의 과정에 반영될 여지도 커졌다. 다만 넘어야 할 산도 분명하다. 부지 소유주인 코레일은 이전비를 부지 개발 수익으로 마련해야 하는 처지다. 공공 공간 비중을 늘릴수록 이전 재원을 어디서 메울지 답이 먼저 나와야 한다. 미군 반환 공여지였던 하야리아 부지와 달리, 범천 부지는 공기업 자산이라는 점에서 ‘반환’의 전제부터 다르다. 결국 부산시가 재원 분담이나 공공개발 참여 같은 구체적인 카드를 내놓고 코레일·정부와 실질적인 합의를 끌어낼 수 있을지가 120년 철도 부지의 앞날을 좌우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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