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반도체 안전 심사, AI로 해결" 유승훈 헤르메스솔루션 대표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기능안전과 사이버보안의 본질은 심사 제출용 서류를 쌓아 올리는 데 있지 않습니다. 위험을 찾아내 제품을 더 안전하게 만드는 '본업'에 엔지니어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의 역할입니다."


유승훈 헤르메스솔루션 대표는 자동차·반도체 현장의 고질적인 비효율을 강조했다. 

글로벌 인증기관에서 기능안전 컨설팅과 인증 심사를 수행해 온 유 대표는 현장 엔지니어들이 제품 개발과 안전성 확보라는 본업 대신, 심사 준비용 문서 취합과 정리에 치이는 현실을 수없이 목격했다.   

외산 전문 소프트웨어가 존재하지만 높은 도입 비용과 복잡한 사용법 때문에 결국 엑셀에 의존하는 기업들이 대다수였다. 유 대표는 외부 컨설팅 인력을 투입해 보고서를 대신 만들어주는 방식으로는 고객사의 구조적 한계를 해결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전문 지식과 심사 대응 체계를 소프트웨어와 AI에 녹여내 고객사가 차기 프로젝트에서도 자생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목표로 지난 2023년 3월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다. 사명 헤르메스솔루션 역시 신화 속 전령 헤르메스처럼 복잡한 표준 규격과 현장 고객을 빠르고 정확하게 연결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헤르메스솔루션의 핵심 무기는 자체 개발한 엔지니어링 플랫폼 '백두 AI(baekdu.ai)'다. 기존에는 요구사항 정의, 설계, 시험 결과, 안전 분석 자료가 여러 도구에 흩어져 있어 심사를 앞두고 최신본을 찾고 연결성을 대조하는 데 막대한 시간이 소요됐다. 

백두 AI는 개발 과정에서 산출된 자료의 인과관계를 유기적으로 엮어 특정 요구사항이 변경됐을 때 재검토해야 할 항목을 즉각 파악하게 해준다. 문서 초안 작성과 누락 확인, 증적 정리 등 반복적인 점검은 AI가 지원하고, 설계와 분석 결과에 대한 최종 승인은 엔지니어가 내리는 구조다.

 
유 대표에 따르면 이같은 구조는 표준 심사 준비 공수를 최대 70%까지 절감할 수 있다. 

그는 "줄이고자 한 것은 안전성을 검토하는 시간이 아니다"며 "서류를 찾고 정리하는 데 허비되던 불필요한 행정 시간"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백두 AI에 탑재된 'FMEDA' 모듈은 반도체 IP 고장률을 자동 산출하는 국내 유일의 SaaS 솔루션으로 꼽힌다. 

그동안 중소·중견 팹리스 및 IP 설계 기업들은 고가의 외산 툴 대신 엑셀로 고장 모드 영향 분석을 진행하면서 수식 오류나 담당자 퇴사 시 인수인계 공백이라는 위험을 안고 있었다.
   
헤르메스솔루션의 솔루션은 고장 형태별 비율과 안전 메커니즘을 토대로 SPFM(단일지점 고장 지표), LFM(잠재 고장 지표), PMHF(확률적 하드웨어 잔여 고장 지표) 등 주요 안전 지표를 자동으로 연산한다. 영구 고장과 일시적 고장도 분리해 정밀 분석한다. 

이는 계산 근거와 가정까지 체계적인 데이터베이스로 축적할 수 있어 국내 팹리스 기업들이 독자적인 기능안전 분석 역량을 확보할 수 있다.   

회사는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 체계도 견고히 다졌다. 독일 엔지니어링 기업 EDAG와 기능안전 및 ASPICE 분야 사업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또 세계적 시험·인증기관 TÜV SÜD와는 기능안전 및 사이버보안 교육 분야에서 손을 잡았다. 범용 소프트웨어 시장 전체를 넘보기보다 가장 잘 아는 자동차 기능안전과 반도체 IP 안전 분석 분야에 집중해 해외 프로젝트 대응력을 단계적으로 넓혀가겠다는 유 대표의 의지다.

이를 바탕으로 업체는 인천테크노파크 주관·탭엔젤파트너스가 운영하는 '2026년 블록체인 도입 컨설팅 프로그램'에 선정, 블록체인 기술의 사업 적용 가능성을 구체화하고 있다.   

헤르메스솔루션은 창업 이래로 외부 투자 유치 없이 자체 컨설팅 및 교육 수익을 기반으로 '백두 AI' 연구개발을 진행해 왔다. 

올해부터는 소프트웨어 고도화와 시장 확대를 위해 자사의 사업 방향성과 기술을 깊이 이해하는 파트너들과 투자·정부 지원 과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사업 모델 역시 인력 중심의 컨설팅에서 백두 AI 소프트웨어 라이선스와 SaaS 구독, 기업 맞춤형 시스템 연계 중심으로 체질을 개선해 나갈 구상이다.   

유 대표는 "컨설팅이 끝난 뒤 고객에게 남는 것은 두꺼운 보고서 한 묶음이 아니라 다음 프로젝트를 스스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의 내재된 역량이어야 한다"며 "향후에도 고객들로부터 '헤르메스솔루션 덕분에 어려운 난제를 풀었고 조직 역량도 한 단계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업으로 남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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