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내년 10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통합하면서 지주 차원의 추가 자금 투입은 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그러나 동양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이 급락하고 ABL생명도 적자를 기록하면서 추가 출자 없이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내년 10월 1일을 목표로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재무·인사·정보기술(IT) 시스템을 통합해 중복 비용을 줄이고 자본구조를 효율화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두 보험사의 재무 상황은 녹록지 않다. 동양생명의 올해 3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172.0%로 전 분기 말(205.4%)보다 33.4%포인트 하락했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확보한 자본의 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다. 동양생명은 국내외 금리차 확대로 가용자본이 감소한 데다 보험·운영위험 증가로 요구자본이 늘어나면서 비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통합 상대인 ABL생명도 올해 3분기까지 356억원의 누적 순손실을 기록했다. 동양생명의 자본 여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ABL생명의 적자까지 겹치면서 통합법인의 건전성 관리와 수익성 회복이 과제로 떠올랐다.
◇동양생명 순익 6.4% 늘었지만…투자손익 950억 악화
동양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170억원으로 전년 동기(1100억원)보다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도 950억원에서 1340억원으로 41.1% 늘었다.
그러나 보험손익 개선에는 기존 손실 부담이 줄어든 영향이 컸다. 손실부담계약 관련 손익 등이 반영되는 기타보험손익은 지난해 627억원 적자에서 올해 220억원 적자로 개선됐다.
적자 축소 규모는 407억원으로 전체 보험손익 증가분인 390억원을 웃돌았다. 신규 보험 영업을 통한 이익 확대보다는 기존 손실이 줄어든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끈 셈이다.

반면 투자 부문은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 등의 영향으로 부진했다. 3분기 누적 투자손익은 420억원 적자로 전년 동기 530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1년 사이 950억원 악화된 것이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1480억원에서 920억원으로 37.8% 감소했다. 순이익과 보험손익은 증가했지만 투자 부문의 손실이 전체 영업실적을 끌어내렸다.
미래 이익의 재원이 되는 보험계약마진(CSM)은 증가세를 유지했다. 지난 3분기 말 CSM 잔액은 2조6948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571억원)보다 9.7% 늘었다.
신규 계약 등을 통해 미래 수익 기반은 확대했지만 이를 안정적인 이익 창출과 자본 여력 개선으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우리금융 “추가 출자 없다”…사옥 매각·자본 효율화 추진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의 통합 과정에서 자본 효율성을 높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복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통합법인의 CSM과 지급여력비율을 최대한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곽성민 우리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10월 1일을 통합 기일로 정해서 진행하고 있는 일정은 현재까지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통합 이후 지주 차원의 추가 출자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곽 CFO는 “보험사 통합 이후 보험사의 재무적 비율로 인해 지주사가 보험사에 출자하는 일은 없다”며 “그런 대전제하에서 재무 통합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은 추가 출자 없이 건전성을 관리하기 위한 방안 중 하나로 ABL생명의 서울 여의도 사옥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와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이 원활하게 마무리되면 연내 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옥 매각이 매각대금만큼의 자본 확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을 현금화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실제 자본 증가 효과는 매각차익과 장부가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향후 도입될 기본자본 K-ICS 규제도 변수다. 기존 K-ICS가 전체 가용자본을 기준으로 지급여력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기본자본 규제는 자본의 질과 손실흡수 능력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통합법인이 일정 수준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더라도 기본자본이 부족하면 별도의 자본구조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 추가 출자 없이 통합을 마무리하려는 우리금융으로서는 양사의 비용 절감과 자산 효율화뿐 아니라 보험 본업의 수익성 회복도 중요한 과제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보험손익과 신계약 성장을 바탕으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손해율 관리 등을 통해 본업 기반을 다지고, 건강보험과 보장 기능을 강화한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 구조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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