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우리금융그룹이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통합을 앞두고 자본건전성 관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양생명은 보험손익과 순이익이 증가했지만 지급여력비율이 큰 폭으로 떨어졌고, ABL생명은 적자의 늪에 빠져 해법 마련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통합 이후 지주 차원의 추가 출자는 하지 않겠다는 방침이지만, 양사 수익성과 자본 여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을지가 난제로 남는다.
26일 우리금융그룹에 따르면 동양생명의 올해 3분기 말 지급여력비율(K-ICS)은 172.0%로 전 분기 말(205.4%)보다 무려 33.4%포인트 하락했다.
K-ICS는 보험사가 예상치 못한 손실에 대비해 확보한 자본의 적정성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로, 비율이 낮을수록 보험사 손실 대응 능력이 취약하다는 의미로 평가받는다.
동양생명은 국내외 금리차 확대로 가용자본이 감소한 데다 보험·운영위험 증가로 요구자본까지 늘어나면서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했다는 설명이다.
동양생명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170억원으로 전년 동기(1100억원)보다 6.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손익도 950억원에서 1340억원으로 41.1% 늘었다.
다만 보험손익 개선에는 기타보험손익의 적자 축소가 크게 작용했다. 손실부담계약 관련 손익 등이 반영되는 기타보험손익은 지난해 627억원 적자에서 올해 220억원 적자로 손실 규모가 407억원 줄었다. 전체 보험손익 증가분인 39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보험 영업을 통한 이익 창출이 확대됐다기보다 기존 손실 부담이 줄어든 효과가 실적 개선을 이끈 셈이다.
투자 부문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채권평가손실이 실적을 끌어내렸다. 동양생명의 3분기 누적 투자손익은 -420억원으로 전년 동기(530억원) 흑자에서 적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영업이익도 1480억원에서 920억원으로 37.8% 감소했다.

미래 수익 기반을 나타내는 CSM 잔액은 증가했다. 동양생명의 3분기 말 CSM 잔액은 2조6948억원으로 지난해 말(2조4571억원)보다 9.7% 늘었다. 신규 보험계약 등을 통해 미래 이익 기반은 확대했지만, 이를 안정적인 수익과 자본 여력 확대로 연결하는 것이 과제로 남았다.
통합 상대인 ABL생명의 실적도 부담 요인이다. ABL생명은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손실 356억원을 기록했다. 동양생명의 자본비율 하락에 ABL생명의 적자까지 겹치면서 통합법인의 수익성 회복과 자본 여력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우리금융 “통합 후 추가 출자 없다”…사옥 매각·자본구조 조정 추진
우리금융은 내년 10월을 목표로 양사의 통합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재무·인사·IT 시스템을 통합해 중복 비용을 줄이고 자본구조를 최적화해 통합법인의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곽성민 우리금융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10월 1일을 통합 기일로 정해서 진행하고 있는 일정은 현재까지 큰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합병 후 CSM을 극대화하는 방법과 K-ICS 비율, 기본자본 K-ICS 비율을 어떻게 해야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다”며 “존속법인을 어떻게 하는지도 굉장히 많은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통합 이후 지주 차원의 추가 출자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곽 CFO는 “보험사 통합 이후 보험사의 재무적 비율로 인해 지주사가 보험사에 출자하는 일은 없다”며 “그런 대전제하에서 재무 통합 작업을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
자본 여력 개선 방안 중 하나로는 ABL생명 여의도 사옥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우리금융은 현재 우선협상대상자와 매각 협상을 진행 중이며, 협상이 순조롭게 마무리되면 연내 매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사옥 매각이 곧바로 매각대금만큼의 자본 확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부동산을 현금화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지만, 실제 자본 증가 효과는 매각차익과 장부가액 등에 따라 달라진다. 사옥 매각만으로 지급여력비율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향후 도입될 기본자본 K-ICS 규제도 변수다. 기존 K-ICS가 가용자본 전반을 평가하는 것과 달리 기본자본 규제는 자본의 손실흡수 능력과 질을 중점적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통합법인이 일정 수준 이상의 지급여력비율을 유지하더라도 기본자본이 부족하면 별도의 자본 확충이나 자본구조 개선이 필요할 수 있다. 지주 차원의 추가 출자 없이 건전성 지표를 관리하겠다는 우리금융의 계획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대목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대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에도 안정적인 보험손익과 신계약 성장을 바탕으로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다”며 “앞으로도 손해율 관리 등을 통해 본업 기반을 다지고, 건강보험과 보장 기능을 강화한 종신보험을 중심으로 상품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 구조를 개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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