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안경과 숨바꼭질하는 시험장… 커지는 수능 감독관 부담

시사위크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시험장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가려내는 데 감독관의 관찰과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만큼 현장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시험장 곳곳에서 적발되고 있는 가운데,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행위 관리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가려내는 데 감독관의 관찰과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만큼 현장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 생성형 AI로 제작한 이미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시험장 곳곳에서 잇따라 적발되면서 시험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대학 논술과 국가자격시험 등에서 ‘AI 커닝’ 사례가 잇따르자 교육 당국은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두고 대응 지침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실제 시험 현장에서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를 가려내는 데 감독관의 관찰과 판단에 상당 부분 의존해야 하는 만큼 현장의 부담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서울 송파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시행한 정보처리기사 시험에서 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해 부정행위를 한 20대 수험생이 최근 업무방해‧국가기술자격법 위반 혐의로 서울동부지방공소청에 불구속 송치됐다. 

해당 수험생은 AI 안경과 연동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문제를 풀어달라’는 명령어를 미리 입력한 뒤 시험에 응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시 시험 감독관이 수험생의 안경테에서 카메라 렌즈와 표시등을 발견하면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AI 안경을 활용한 국가자격시험 부정행위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21일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현재까지 공단이 주관하는 국가자격시험에서 AI 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는 총 5건 적발됐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국가자격시험뿐 아니라 대학 입시 현장에서도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AI 스마트안경 관련 질의를 하며 안경을 들여보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주관하는 국가자격시험뿐 아니라 대학 입시 현장에서도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부정행위가 적발됐다. 사진은 지난 23일 이정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 AI 스마트안경 관련 질의를 하며 안경을 들여보고 있는 모습이다./ 뉴시스

대학 입시 현장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이어졌다. 이달 서울시립대 자연계열 수리논술 시험에서는 스마트안경을 착용하거나 소지한 수험생 2명이 적발됐으며, 연세대 자연‧통합계열 수학 논술시험에서도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 1명이 적발됐다. 

서울시립대는 적발된 수험생들을 퇴실 조치하고 향후 3년간 입학시험 응시를 제한했다. 연세대 역시 해당 수험생을 2027학년도 논술전형에서 불합격 처리하고 2028학년도 수시모집 응시 자격을 제한할 방침이다.

◇ 수험생 안경까지 살펴야 하나… 더 무거워진 수능 감독관 어깨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AI 커닝’ 사례가 잇따르면서 오는 11월 19일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도 부정행위 관리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스마트안경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일반 안경과 외관만으로 구별하기가 쉽지 않아, 기존 부정행위 감시에 더해 수험생의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까지 살펴야 하는 감독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교육부도 AI 스마트안경을 이용한 부정행위에 대비해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5일 교육부는 AI 스마트안경 부정행위 대응방안을 담은 공문을 교육청과 대학에 보내 수능과 대학별 고사에서 참고하도록 했다. 다만 구체적인 감독 방법이 부정행위에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공문의 세부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함께 최근 교육부가 학교 현장에 배포한 ‘2027학년도 수능 주요 상황별 대처요령 시나리오’에도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수험생에 대한 대응 지침이 담겼다. 지침에는 수험생이 감독관의 확인 요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부정행위로 처리될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스마트안경 착용이 의심되는 수험생을 발견했을 때 감독관이 취해야 할 조치 등이 포함됐다.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AI 커닝' 사례가 잇따르면서 오는 11월 19일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 행위 관리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험생의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까지 살펴야 하는 감독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인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의 모습이다. / 뉴시스
스마트안경을 활용한 'AI 커닝' 사례가 잇따르면서 오는 11월 19일 치러지는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부정 행위 관리에 대한 긴장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수험생의 스마트안경 착용 여부까지 살펴야 하는 감독관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사진은 수능 전 마지막 모의고사인 '고3 전국연합학력평가'를 치르고 있는 고3 수험생들의 모습이다. / 뉴시스

문제는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일반 안경과 스마트안경을 외관만으로 구별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올해 수능에서는 감독관들이 시험 시작 전 안경을 착용한 수험생 전원을 대상으로 스마트안경 여부를 직접 확인해야 한다.

올해 강원지역에서 수능 감독관으로 참여하는 A교사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아직 감독관을 대상으로 한 개별 교육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안경을 착용한 모든 수험생을 대상으로 스마트안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교사들 사이에서 전해지고 있다”며 “매 교시 안경을 쓴 학생들의 안경을 교사가 직접 착용하고 만져보는 등 일일이 확인하도록 매뉴얼이 내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안경을 착용한 학생이 상당히 많은데, 기존 시험 시작 전 수험생 본인 확인 시간이 늘어난 것도 아닌 상황에서 매 교시 안경까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며 “별도의 시간이나 인력을 확보하지 않은 채 현장 감독관에게 확인을 맡기는 것은 다소 주먹구구식 대응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스마트 안경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민원에 대한 부담도 호소했다. A교사는 “가뜩이나 예민한 수능 당일, 감독관이 수험생의 안경을 직접 만지고 착용해 확인해야 한다는 데 대해 학생들 사이에서도 벌써 불편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확인 과정에서 안경을 떨어뜨리거나 파손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그에 따른 민원까지 감독관이 감당해야 할 수 있어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스마트안경을 제대로 식별하지 못했을 경우에 대한 우려도 드러냈다. 그는 “교육부가 배포한 자료에 스마트안경 사진과 특징 등이 담겨 있지만 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일반 안경과 매우 흡사한 제품까지 감독관이 모두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며 “만약 스마트안경을 착용한 수험생을 발견하지 못한 채 시험이 끝나는 사례가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한다면 그에 따른 피해와 현장 감독관이 느낄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모든 수험생의 안경을 확인하도록 한 것은 맞지만, 기존 본인 확인 절차와 함께 이뤄지는 만큼 감독관의 추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AI 스마트안경을 착용해 영어와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이다. / 뉴시스
교육부는 모든 수험생의 안경을 확인하도록 한 것은 맞지만, 기존 본인 확인 절차와 함께 이뤄지는 만큼 감독관의 추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은 김문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AI 스마트안경을 착용해 영어와 수학 문제를 푸는 과정을 시연하는 모습이다. / 뉴시스

교육부는 모든 수험생의 안경을 확인하도록 한 것은 맞지만, 기존 본인 확인 절차와 함께 이뤄지는 만큼 감독관에게 과도한 추가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부 대입정책과 이준혁 사무관은 “모든 수험생의 안경을 확인하도록 지침이 내려간 것은 맞다”면서도 “기존에도 감독관들이 시험실을 돌며 수험생 본인 확인을 진행해 온 만큼 통상적인 확인 절차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고 있다. 스마트안경으로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별도의 추가 확인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확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감독관을 대상으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하고 있으며, 감독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상황에 대한 법률적 지원은 물론 물품 분실 등 사소한 부분까지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마트안경을 적발하지 못했을 경우 감독관 개인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이 사무관은 “기본적으로 감독관 선생님들이 성실하게 업무를 수행할 것이라 보고 있다”며 “정해진 절차에 따라 업무를 수행했음에도 스마트안경을 미처 적발하지 못한 경우 감독관에게 책임을 묻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15일 홈페이지에 게재한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 유의사항’ 영상에 따르면, 올해 수능 시험장 반입 금지 물품에는 ‘스마트안경’이 명시됐다. 스마트안경이나 스마트워치 등 무선기기를 1교시 시작 전 감독관에게 제출하지 않은 채 시험 중 착용할 경우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되고, 다음연도 수능 응시 자격도 1년간 정지된다.

스마트기기를 착용하지 않더라도 제출하지 않은 채 소지하고 있으면 교육부 훈령인 수능 관리 규정 상 ‘부정행위 유형 9호’에 해당해 당해 시험이 무효 처리된다. 또 감독관의 스마트기기 확인 요구에 불응할 경우 심의를 거쳐 중대한 부정행위로 처리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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