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사랑과 인생을 담아… 후지이 미치히토의 ‘그대, 별처럼’

시사위크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영화 ‘그대, 별처럼’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 대원미디어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영화 ‘그대, 별처럼’을 들고 한국을 찾았다. / 대원미디어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그대, 별처럼’은 서로가 서로의 유일한 빛이었던 두 사람의 15년에 걸친 사랑의 궤적을 그린 애절한 러브스토리다. 작은 섬에서 만난 카이(요코하마 류세이 분)와 아키미(히로세 스즈 분)가 서로에게 유일한 버팀목이 돼 사랑에 빠진 뒤, 각자의 꿈과 가족, 현실 앞에서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하는 과정을 담는다. 나기라 유에게 두 번째 일본서점대상을 안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앞서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공개됐고 오는 28일 정식 개봉을 통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난다.

메가폰은 ‘신문기자’ ‘남은 인생 10년’ ‘청춘 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 ‘정체’ 등 장르를 넘나들며 자신만의 영화 세계를 구축해 온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잡았다. 후지이 감독은 두 사람의 사랑을 중심으로 각자에게 주어진 환경과 그 안에서 마주하는 선택, 삶에 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특히 방대한 원작을 그대로 옮기기보다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기억을 채워 넣을 수 있는 여백을 두고, 세 개의 장마다 카메라와 사운드를 달리해 15년의 세월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포착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은 ‘그대, 별처럼’을 영화로 옮기며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부터 작품에 담고자 한 사랑과 삶, 요코하마 류세이·히로세 스즈와의 작업, 작품 활동을 이어가는 원동력과 앞으로의 방향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부산에서 먼저 공개된 뒤 오는 28일 정식 개봉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는 ‘그대, 별처럼’. / 대원미디어
부산에서 먼저 공개된 뒤 오는 28일 정식 개봉해 더 많은 관객과 만나는 ‘그대, 별처럼’. / 대원미디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한국 관객들과 만났다. 직접 마주한 한국 관객들의 반응은 어땠나.

“류세이와 같이 왔으니 배우가 옆에 있으면 반응은 당연히 좋다.(웃음) 그래도 내게도 소리를 질러주셔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온 보람이 있구나’ 생각했다. 내가 한국어를 잘 모르기도 하고 한국 관객들의 반응을 어디에서 확인해야 하는지 잘 몰라 아직 크게 실감할 기회는 없었던 것 같다. 간혹 DM을 직접 보내주는 분들도 있다.”

-원작을 영화로 옮기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이었나.

“원작이 워낙 일본에서 유명하고 많은 사랑을 받은 작품이다. 이것을 약 2시간의 러닝타임으로 영화화하면서 압축한다면 결국 요약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각본가와 이야기했을 때 ‘영화적인 여백을 많이 두자’고 했다. 모든 이야기를 다 설명한다면 원작 소설을 읽으면 될 일이다. 사람의 기억이라는 게 굉장히 애매하지 않나. 그런 부분을 살려 영화적 공백을 조금 더 많이 두려고 했다. 이 작품이 나의 30대 마지막 작품인데, 30대 마지막 영화의 도전으로서 많은 것을 말하지 않는 부분들을 영화적으로 표현하고 싶었다. 관객들이 그 여백에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채워 넣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실제로 영화의 마지막 구성도 촬영 도중 바뀐 부분이 있다.”

-클래식한 멜로 영화의 외형을 갖고 있다. 그 안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었나.

“이 영화는 클래식한 멜로 영화로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요코하마 류세이가 이 영화의 기획자이기도 한데, 류세이와 함께 이야기했을 때 물론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볼 수도 있지만 인생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일본 사회 내 LGBTQ에 대한 문제일 수도 있고, 한국에도 ‘금수저’라는 이야기가 있듯 일본에도 사회적 격차에 관한 문제가 많이 있다. 어떻게 보면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한 저주라고 할까. 그런 것들을 끊어내고자 하는 이야기도 담겨 있다. 이 작품이 클래식한 러브스토리로 보이는 이유 중 하나는 이 모든 것을 다 솎아내고 떨쳐냈을 때 ‘결국 무엇이 남을까’를 생각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렇게 남은 감정이 사랑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영화를 통해 어떤 사랑의 모습과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싶었나.

“사랑이라는 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 모든 것을 배제하고 마지막에 남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눈을 감았을 때 떠오르는 게 사랑이라면, 그것이 내가 보여주고 싶었던 사랑의 형태인 것 같다.”

호연을 펼친 요코하마 류세이(왼쪽)와 히로세 스즈. / 대원미디어
호연을 펼친 요코하마 류세이(왼쪽)와 히로세 스즈. / 대원미디어

-아키미는 자신에게 주어진 고단한 삶을 극복하며 성장해 나가는 인물이다. 여성 캐릭터로서 아키미를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30대 마지막 영화라는 측면에서도 그 지점이 내게는 가장 큰 도전 중 하나였다. 사실 지금까지 찍어온 작품들을 보면 남성적인 작품이 많은 편이다. 일본에서 여성이 사회생활을 해나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사회적 지위가 얼마나 낮은지 알고 있고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고된 부분들이 어떤 갈등을 불러일으키는지도 이해하고자 했다. 여성들이 사회구조의 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려고 하는지도 이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다. 사실 남녀를 떠나 한 사람으로서 이런 부분들을 조금 더 표현하고자 했던 지점이 있다. 특히 이번 영화의 각본가도 여성이고 히로세 스즈도 여성이기 때문에 두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영화에 반영하려고 했다. 이 작품을 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봐줄지도 굉장히 기대하고 있다. 일본도 많이 변해가고 있지만 여전히 작품에서 남성 중심의 캐릭터가 많은 편이다. 반면 한국 작품에는 인상적인 여성 캐릭터들이 많이 등장하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봐줄지 굉장히 기대가 된다.”

-카이와 아키미에게 제대로 된 어른이라고 할 만한 인물이 거의 보이지 않는데, 그중 화학 교사는 두 사람을 지켜보는 ‘괜찮은 어른’처럼 느껴진다. 이 인물을 어떻게 그리고자 했나.

“심플하게 이야기하면 목사님 같은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절대 심판하지 않는 목사다. 사실 이 영화에 숨겨진 하나의 테마는 ‘원죄’에 대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는 부모를 선택할 수 없지 않나. 선택할 수 없는 부모를 가진 아이들이 사회적 지위나 경제적 환경, 가정환경처럼 스스로 벗어날 수 없는 저주 같은 것에 묶여 있다. 화학 교사는 고등학생 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를 가까이서 지켜보면서도 과도하게 간섭하지 않고 옆에 있어 준다. 그런 점에서 영화감독과도 겹치는 포지션이라고 생각했다. 나 역시 화학 교사와 같은 마음으로 영화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후반부에는 그가 직접 손을 내밀어 도움을 주는 부분도 있지만, 마지막까지 계속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다가서는 캐릭터라고 볼 수 있다.”

-작품의 주요 배경인 섬의 풍경이 인상적이다. 이 공간을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나.

“3년 전 원작자와 불꽃놀이가 열리는 장소에 간 적이 있다. 그곳에 가보고 굉장히 영화적인 곳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은 너무나 아름다운데 섬과 육지를 잇는 인공적인 다리가 있고, 그 위에서 내려다보면 파도가 뱅글뱅글 휘몰아치며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이 보인다. 영화에서도 표현했는데, 한편으로는 아름다운 섬이면서도 굉장히 복잡해 보이는 이미지를 받았다. 그 아름다움 안에 고단한 삶 같은 것들이 반영될 수 있는 영화적인 로케이션이라고 생각했다. 일본 자체가 열도로 이뤄진 섬나라인데, 그 섬나라 안에 또 하나의 섬이 있다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일본 작은 섬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그대, 별처럼’. / 대원미디어
일본 작은 섬마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낸 ‘그대, 별처럼’. / 대원미디어

-불꽃놀이가 중요한 순간마다 반복해서 등장한다. 어떤 의미를 담고자 했고, 실제 촬영은 어떻게 진행했나.

“배경에 등장하는 이마바리 불꽃놀이는 굉장히 유명하다. 두 사람이 계속 엇갈리면서 결국 함께 보지 못하는 불꽃놀이로 등장하다가 마지막에 불꽃놀이와 어둠별이 한 번에 보일 때 어떤 기적이 일어날 것인가. 원작자인 나기라 유 선생님도 그런 부분을 의식해 설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계속 엇갈리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불꽃놀이는 CG로 넣은 부분이 있는데, 프러포즈를 위해 만나는 두 번째 장면은 조금 더 리얼하게 연출하고 싶어서 실제로 불꽃을 쐈다. 그런데 당시가 불꽃놀이 시즌이 아니었다. 이마바리 시민들이 ‘이게 어디서 나온 불꽃이지? 어디서 폭발이 일어났나?’ 하면서 웅성웅성했던 에피소드가 있다. 굉장히 민폐를 끼치게 됐다.(웃음)”

-세 개의 장마다 카메라와 사운드를 달리했다. 감독의 의도는.

“카메라는 세 개의 장에 걸쳐 10대, 20대, 30대로 나눠서 사용했다. 영화라는 것이 감독으로서 나의 주관도 반영돼야 하기 때문에 카이와 아키미라는 두 사람의 인생과 감독인 나의 인생이 겹쳐가는 부분이 있었다. 소리 역시 청춘일 때 들리는 소리와 어른이 되면서 들리는 소리가 다르다고 생각해 신경을 썼다. 1장에서는 조금 더 개인적으로 들리는 소리가 중심에 놓이도록 연출했고, 2장에서는 주변의 노이즈가 많이 들어간다. 주인공들이 사회적으로 살아가기 힘든 부분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 3장에서는 필름카메라를 사용했고 레코딩도 필름으로 했다. 조금 더 본질적인 부분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시간은 다시 돌아가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다’는 일회성에 대한 부분도 3장에 반영했고, 필름이 가진 맛도 살리고자 했다.”

-‘신문기자’부터 ‘남은 인생 10년’ ‘이쿠사가미: 전쟁의 신’까지 장르와 소재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작품을 선택하고 연출할 때 놓치고 싶지 않은 가치는 무엇인가. 또 계속해서 창작하게 하는 원동력도 궁금하다.

“작품을 만들면서 관통하는 건 ‘시대정신’인 것 같다. ‘신문기자’에서는 그것이 조금 더 짙게 발현됐다. ‘남은 인생 10년’도 그냥 멜로 영화로 볼 수 있지만, 코로나19라는 환경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대면하는 것에 의미를 두면서 나름대로 사회적 배경 같은 것들을 생각하고 영화에 반영해 가며 만들었다. 내가 정말 잘하는 영화가 무엇인지는 나도 사실 잘 모르겠다. 영화를 만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누구와 이 작품을 같이 만드느냐’다. 나는 영화라는 작업을 길게 계속해 나가고 싶기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즐겁게 작업하고 싶다. 그것이 영화를 만드는 하나의 계기가 되기도 한다. 나도 여러분과 다름없이 월급쟁이다.(웃음) 10년에 한 편을 만들어도 생활이 가능하다면 그렇게 하고 싶지만 사실 그럴 수가 없다. 이 영화까지는 굉장히 열심히 작업해 왔다. 40대에는 이렇게 열심히 찍지 않으려고 한다.(웃음)”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요코하마 류세이(사진)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 대원미디어
후지이 미치히토 감독이 요코하마 류세이(사진)와의 인연을 언급했다. / 대원미디어

-요코하마 류세이와는 오랜 시간 여러 작품을 함께해 왔다. 감독에게 류세이는 어떤 존재인가.

“류세이가 유명해지고 나서 알게 된 분들이 더 많을 텐데, 나는 10여 년 전부터 친하게 지냈다. 그때는 둘 다 무명이었다. 어떻게 보면 안 팔리는 영화배우와 감독이었다.(웃음) 지금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감사한 마음뿐이다. 그래도 우리 관계는 변함없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류세이가 나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들과도 계속 작업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고, 나 역시 다른 배우들과 일하면서 실력을 계속 키워나가고 싶다. 그러다 어떤 기회가 와서 다시 류세이와 영화를 하게 된다면 기쁘게 함께하고 싶다. 류세이가 지금 제작이나 영화를 만드는 쪽에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프로듀서에도 도전하고 싶어 한다. 그런 부분은 형으로서 많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다.”

-히로세 스즈와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호흡을 맞췄다. 직접 작업해 보니 어떤 배우였나.

“너무 칭찬을 많이 하면 다른 배우들이 질투할 수 있으니까.(웃음) 그래도 굉장히 연기를 위해 태어난 것 같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감독이 디렉션을 주면 정말 ‘예’라고밖에 대답하지 않는 배우고, 촬영을 해나가면서 연기가 압도적으로 계속 좋아지는 배우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까지 여성 배우에게 연기 디렉션을 줄 때 어려움을 느끼거나 겁이 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히로세와 같이 일하면서 남자와 여자가 아니라 배우, 표현자로서 존중을 갖고 대하면 모든 것이 잘 풀리는구나, 어렵지 않구나 하는 것을 배웠다. 히로세를 통해 다시 배운 것 같다.”

-‘신문기자’에서 심은경과 호흡을 맞추고 한국 작품의 리메이크를 연출하는 등 한국과 꾸준히 인연을 이어왔다. 한국과의 협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나.

“한국과의 협업은 굉장히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앞서 30대 마지막 영화라고 이야기했는데, 30대에는 일본에서 어떤 결과를 내기 위해 정말 열심히 작업했다. 하지만 나도 어릴 때 해외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고, 이제는 아시아 영화인으로서 아시아 영화의 문화를 조금 더 넓히고 외연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져가고 싶다. 40대에는 여러분들과도 앞으로 더 많이 만나고 함께할 기회를 만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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