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일렉트릭 CLA·GLC의 부담감…메르세데스-벤츠의 간절함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국내에서 전기차를 지난해보다 더 많이 팔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오히려 줄었다. 수입 전기차 시장이 두 배 가까이 성장하는 동안 메르세데스-벤츠의 판매 증가세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결과다. 프리미엄 시장의 강자가 전기차 시장에서는 좀처럼 존재감을 키우지 못했다.

경쟁 환경도 크게 달라졌다. 테슬라는 판매 규모에서 독일 브랜드들을 앞질렀고, BYD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도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내연기관 시장에서 쌓아온 메르세데스-벤츠의 브랜드 경쟁력이 전기차 판매 확대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가 19일 차세대 전기차 '디 올-뉴 일렉트릭 CLA'와 '디 올-뉴 일렉트릭 GLC'를 국내 출시했다. 새로운 전용 플랫폼과 차량 운영체제를 적용한 두 모델은 메르세데스-벤츠가 추진해 온 전동화 전략 변화의 핵심 차종이다.


이번 출시는 메르세데스-벤츠가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전기차 라인업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CLA와 GLC에는 새로운 전동화 기술의 경쟁력을 입증하고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약해진 판매 기반을 확대해야 하는 과제가 함께 주어졌다.

◆EQ 이후 새 전동화 전략

메르세데스-벤츠는 그동안 △EQA △EQB △EQE △EQS 등 별도의 EQ 라인업을 구축해 전기차 시장을 공략했다. 전기차만의 차별화된 디자인과 기술을 강조하며 내연기관 모델과 구분되는 정체성을 내세웠다. 하지만 전동화 시장에서 기대했던 영향력을 확보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EQ 브랜드를 단계적으로 정리하고 기존 주력 차종의 이름을 전기차에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소비자에게 익숙한 차종을 중심으로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함께 운영하면서 브랜드 인지도와 기존 고객 기반을 전동화 사업에도 활용하려는 변화다.

CLA와 GLC는 이런 방향 전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모델이다. 두 차종 모두 기존 메르세데스-벤츠 라인업에서 인지도를 쌓아온 이름을 사용하면서 전기차에는 새롭게 개발한 전용 아키텍처를 적용했다.


CLA에는 모듈형 아키텍처 MMA가 처음 도입됐고, GLC에는 중형 전기차 전용 아키텍처 MB.EA가 최초 적용됐다. 두 모델 모두 800V 충전 시스템과 메르세데스-벤츠가 자체 개발한 차량 운영체제 MB.OS를 갖췄다. 향후 전동화 모델 확대에 활용할 기술적 기반을 구축했다.

주력 차종의 전동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올해 4월 서울에서 '디 올-뉴 일렉트릭 C-클래스'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브랜드 역사상 한국에서 열린 첫 월드 프리미어였다.

여기에 CLA와 GLC까지 국내에 출시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차종 전동화도 구체화되고 있다. 특히 CLA와 GLC는 실제 국내 판매를 앞두고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전동화 전략의 성과를 가늠할 핵심 모델이다. CLA와 GLC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새롭게 구축한 전동화 기술을 실제 판매로 연결하는 동시에 기존 주력 차종을 중심으로 한 전기차 라인업 재편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층 확대에 프리미엄 수요 확보까지

CLA와 GLC가 맡은 역할은 서로 다르다. CLA가 가격 부담을 낮춰 전기차 구매층을 넓히는 모델이라면 GLC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주력 SUV 고객을 전동화 시장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CLA의 국내 판매가격은 5290만~6770만원이다. 48V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한 CLA 220의 시작 가격 5990만원보다 전기차 기본형이 700만원 저렴하다. 세부 트림과 사양에는 차이가 있지만 전기차에 더 높은 가격을 책정하던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품 구성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변화다.

배터리 구성에도 가격 전략이 반영됐다. CLA 200 일렉트릭은 58㎾h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사용하고, CLA 250+ 일렉트릭은 85㎾h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를 탑재했다.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각각 342㎞와 474㎞다.

원가 경쟁력에 유리한 LFP를 기본형에 적용하고 주행거리를 중시하는 고객에게는 NCM 배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최저가 트림인 CLA 200 일렉트릭 에센셜에는 상위 트림의 MB.DRIVE 어시스트 대신 MB.DRIVE 스탠다드가 적용된다. 가격을 낮추는 과정에서 주행거리뿐 아니라 운전자 보조 사양도 차등화한 것이다.

GLC는 기존 프리미엄 SUV의 강점을 전기차에서도 이어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내에 출시된 GLC 300 4MATIC 일렉트릭의 가격은 9000만~9480만원으로, 최고출력 421마력과 85㎾h NCM 배터리를 갖췄다. 국내 인증 주행거리는 448㎞다. 상위 트림에는 에어매틱 서스펜션과 최대 4.5도의 후륜조향 기능도 적용했다.


GLC는 메르세데스-벤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기반을 구축한 핵심 SUV다. 내연기관 GLC에 익숙한 고객이 전기차를 선택할 때도 같은 차명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파워트레인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

초기 사전계약에서는 GLC의 존재감이 두드러졌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에 따르면 CLA는 약 1000건, GLC는 약 2500건의 계약을 확보했다. 전체에서 GLC가 차지하는 비중은 71.4%다. 9000만원대 GLC에 약 2500건의 사전계약이 접수됐다는 점은 메르세데스-벤츠가 고가 전기차 시장에서도 상당한 구매 관심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내 점유율 회복'이라는 과제

CLA와 GLC의 국내 출시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판매 기반이 경쟁사보다 더디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이뤄졌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내 수입 전기차 신규 등록대수는 13만2582대로 전년 동기 대비 99.8% 증가했다. 전체 수입차 등록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47.4%에 달했다.


같은 기간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등록대수는 1439대에서 1864대로 29.5% 늘었다. 절대적인 판매량은 증가했지만 시장의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점유율은 2.17%에서 1.41%로 0.76%포인트 하락했다. 브랜드별 전기차 등록 순위도 8위에서 9위로 내려갔다.

전체 수입차 시장에서도 경쟁 구도의 변화가 뚜렷하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1~9월 신규 등록대수는 4만3249대로 전년 동기 대비 10.4% 감소했다. 반면 테슬라는 8만9148대를 등록해 104.4% 성장했고, BYD도 2만137대의 판매 규모를 기록했다. 9월에는 테슬라 한 브랜드의 등록대수가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합산 실적을 웃돌았다.

그동안 수입차 시장에서 구축해 온 메르세데스-벤츠의 영향력이 전기차 시장에서는 같은 수준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신규 수요의 상당 부분이 다른 브랜드로 향하면서 메르세데스-벤츠의 전기차 판매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아졌다.

반면 글로벌 시장에서는 차세대 전기차 투입에 따른 판매 증가가 나타나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의 올해 3분기 글로벌 승용 전기차 판매량은 6만84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했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29% 늘어나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메르세데스-벤츠그룹은 3분기 실적 발표에서 일렉트릭 GLC의 판매량이 전 분기 대비 세 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CLA와 GLC를 포함한 신형 전기차 라인업은 유럽에서 올해 남은 생산 물량에 해당하는 주문을 확보했으며 계약 대기도 내년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차세대 전기차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판매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전기차 시장의 가파른 성장에도 점유율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CLA와 GLC는 이 격차를 좁히는 동시에 주력 차종 중심으로 재편한 전동화 전략의 성과까지 입증해야 한다. 두 신차에 실린 메르세데스-벤츠의 기대가 남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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