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발 전력 수요 잡는다…한화솔루션, 태양광·전선 소재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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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열린 ‘2026 솔루션 아카데미’에서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이 태양광 사업의 시장 현황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심지원 기자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한화솔루션이 태양광 셀 제조 경쟁력 강화와 초고압 전력케이블 소재 사업 확대를 통해 고부가가치 사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산과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따라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고, 국내 제조 기반을 유지하는 동시에 글로벌 전력 인프라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죈다.

한화솔루션은 15일 서울 중구 한화빌딩에서 ‘2026 솔루션 아카데미’를 열고 태양광과 전선 소재 사업의 시장 현황 및 중장기 전략을 발표했다.

유재열 한화큐셀 한국사업부장은 태양광이 글로벌 전력 시장의 핵심 발전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유럽연합(EU)에서는 올해 5~6월 태양광이 사상 처음으로 발전원별 비중 1위에 올랐으며, 블룸버그NEF(BNEF)는 태양광이 2032년 세계 최대 전력원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AI 데이터센터 확산도 태양광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 구축과 반도체 생산 확대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빠르게 늘면서 발전 설비를 신속하게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글로벌 태양광 투자 역시 연간 약 530조원 규모로 확대되고 있다.

반면 국내 태양광 시장은 성장 잠재력에 비해 보급 수준이 낮다는 평가다. 유 부장은 국내 태양광 발전 비중이 10%대에 머무르는데 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36%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시장 확대가 국내 제조업의 성장으로 이어지려면 셀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큐셀에 따르면 현재 중국 업체들이 보조금 등을 바탕으로 글로벌 수요를 크게 웃도는 생산능력을 확보하면서 국내 태양광 제조 생태계가 위축됐다. 실제 중국의 태양광 생산능력은 글로벌 수요의 약 2배, 자국 수요의 약 3배 수준까지 확대됐다.

국내의 경우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 제조 기반이 사실상 사라졌으며, 셀과 모듈 중심으로 공급망이 축소됐다. 한국산 모듈의 국내 시장 점유율도 2021년부터 2025년 사이 35%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국산 셀 점유율은 3.9%까지 떨어졌으며, 2024~2025년 내수용 셀 생산 실적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었다.

유 부장은 국내 생산세액공제가 국내 태양광 제조 기반을 유지하고 공급망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셀 제조는 고효율 공정기술과 품질관리 노하우 등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인 만큼 생산 기반이 사라지면 복원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향후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도 국내 생산라인과 전문 인력, 품질관리 역량을 유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 주요국의 정책 사례도 제시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도입 이후 태양광 제조 설비 투자가 확대됐다. 한화큐셀은 미국의 모듈 생산능력이 2021년 8GW에서 지난달 기준 75GW로 확대됐으며, 셀 제조능력도 11GW 규모로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캐나다와 프랑스, 일본 등도 세액공제와 관련 제도를 도입하며 자국 제조 기반 강화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생산세액공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지만, 기업의 실질적인 투자와 생산 확대를 유도하려면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미국과 달리 직접환급 방식이 없고 공제 한도가 투자와 연계돼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유 부장은 세액공제를 즉시 활용하기 어려운 결손기업을 위한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화큐셀은 국내 최대 규모의 셀·모듈 제조 기반을 활용해 저탄소 1등급 제품 공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차세대 태양전지인 페로브스카이트-실리콘 탠덤 셀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실제 제품 크기의 파일럿 생산라인을 구축해 운영 중이며, 오는 2028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전력구매계약(PPA)과 가상발전소(VPP) 등 전력 사업과의 연계도 강화한다. 한화큐셀은 2023년부터 재생에너지 예측 사업을 추진하며 발전량 예측과 발전소 운영·관리 역량을 축적해 왔다. 향후 태양광 모듈 공급부터 발전소 관리, 전력 중개와 기업 대상 PPA까지 사업 영역을 연결해 종합 에너지 솔루션 사업자로서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500kV 타입 테스트에 성공한 HVAC 소재 패키지 모형. /심지원 기자

전선 소재 사업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화, 재생에너지 확산에 따른 전력망 투자 확대를 성장 기회로 삼는다. 발전원에서 생산한 전력을 데이터센터와 산업 현장 등 수요처에 안정적으로 전달하려면 초고압 송전망과 고성능 케이블 소재의 역할이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카를로 스칼라타 한화솔루션 와이어앤케이블(W&C) 부문 대표는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는 동시에 고부가가치 전력 소재를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겠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한화솔루션은 케이블의 도체를 제외한 절연·반도전·자켓 소재를 공급하며, 특히 초고압(EHV) 및 초초고압(SEHV) 케이블과 고압직류송전(HVDC)용 소재를 전략 제품으로 육성하고 있다.

기술 검증과 고객 인증을 통한 시장 확대에도 나선다. 한화솔루션은 중국 초고압 케이블 제조사인 칭다오 한허, 터비엔전공(TBEA)과 협력해 500kV급 초고압 교류송전(HVAC) 케이블용 XLPE 절연 및 반도전 소재 패키지의 기술 검증(Type Test)을 성공적으로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로 한화솔루션은 기존 400kV급에 이어 500kV급까지 초고압 절연 소재의 기술 신뢰성을 확보했다.

한화솔루션은 고전압 소재 패키지의 고객 검증을 확대하고, 90도에서 운용되는 HVDC 소재의 고객 인증도 추진할 예정이다. 재활용 자켓 소재 상용화와 가교폴리에틸렌(XLPE) 반도전 소재의 탈가교 기술 개발을 통해 자원순환과 고용량 송전 수요에도 대응한다.

중장기적으로는 지난해 대비 2031년까지 SEHV·HVDC 소재 판매 비중을 약 4배 확대한다는 목표다. 초고압·해저·HVDC 케이블용 소재의 고객 인증과 글로벌 판매 기반을 넓혀 고부가 제품 중심의 사업 구조를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제조 기반 유지와 전선 소재 고도화를 병행해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수요를 흡수한다는 전략이다. 태양광 분야에서는 국내 생산·공급망 경쟁력을 확보하고, 전선 소재 분야에서는 초고압 송전용 제품의 기술 검증과 고객 인증을 바탕으로 수익성 높은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스칼라타 대표는 “이번 500kV급 HVAC 케이블 소재 기술 검증 성공은 한화솔루션이 초고압 송전용 케이블 소재 분야에서 글로벌 수준의 기술 신뢰성을 확보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이정표”라며 “이를 기반으로 초고압 케이블 시장에서 사업 기회를 지속적으로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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