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팩트(278)] 과한 당분 섭취… 우울증 위험 높인다고?

시사위크
과도한 당분 섭취는 다양한 신체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된다. 그런데 일각에선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사실일까. / 게티이미지뱅크
과도한 당분 섭취는 다양한 신체 질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된다. 그런데 일각에선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사실일까. / 게티이미지뱅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가을철이 되면 처지고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겪는 사람이 늘어난다. 계절 변화에 따른 생체 리듬과 호르몬 변화가 기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시기엔 기분 전환을 위해 당분이 많은 음식을 찾는 사람도 부쩍 많아진다. 그런데 당분 섭취가 과도할 땐 되레 정서 불안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여기에 일각에선 과도한 당분 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이와 관련한 내용이 사실인지 관련 연구를 통해 관련 가설을 살펴보고자 한다.

[검증 대상]

과도한 당분 섭취,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

- 다수 언론 매체 보도 및 블로그, 유튜브 

※ 해당 주장은 다수 언론 보도와 블로그, 유튜브 등에서 확인되나 특정 매체나 대상에 대한 불필요한 노출을 피하기 위해 검증 대상의 출처와 링크는 직접 게재하지 않는다.

[검증방법]

- WHO 당분 섭취 제한 가이드라인 확인 

- 당분 섭취와 우울증 연관성을 연구한 국내외 논문 확인

- 의료계 관계자들 의견 자문

[검증 이유]
당분은 우리 몸에 필요한 성분이다. 문제는 현대인들이 각종 가공식품 섭취로 과한 당분을 섭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한 당류 섭취는 비만,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신체 건강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확인돼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를 근거로 당류(유리당)의 섭취량을 하루 총에너지 섭취량의 10% 미만(2,000㎉의 경우 50g)으로 제한하고, 추가적인 건강상 이점을 얻기 위해선 5% 미만으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리당은 식품에 첨가된 설탕뿐 아니라 꿀, 시럽, 과일주스 등에 들어 있는 자연당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적 보건정책 기준에 발맞춰 당류 섭취 관련 정책을 펼치고 있다. 

과도한 당류 섭취 부작용 우려는 주로 신체 질환에 집중돼왔다. 다만, 의료계 일각에선 당류가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학설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우울증과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논문이 다수 존재한다. 우울증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질환이다. 발병 원인은 생물학적, 심리적, 환경적인 요인들이 다양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연구돼왔다. 우울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가운데 당 섭취와 정신건강 사이의 상관관계 역시, 짚어볼 필요성도 있다고 판단된다. 

[검증 내용]
기분을 조절하는 대표적인 호르몬 중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 있다. 뇌는 당분을 섭취하면 도파민을 즉각적으로 분비해 일시적인 쾌감과 보상감을 느끼게 한다. 아울러 당분은 기분을 조절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분비도 촉진한다. 

문제는 당분으로 얻은 행복감이 오래가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설탕 같은 단순 당을 과하게 먹으면 혈당이 폭발적으로 올랐다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 인슐린이 과다 분비되며 이른바 ‘혈당 스파이크’를 겪을 수 있는 것. 이 과정에서 개인차가 있으나, 불안,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학계에서는 이러한 혈당의 급격한 변동이 감정과 기분을 조절하는 호르몬 및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무너뜨려 결국 정신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일시적인 감정 변화를 떠나 과한 당분 섭취가 우울증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우울증’이란 우울감과 무기력, 즐거움 상실, 또는 짜증과 분노의 느낌을 지속해서 유발하는 장애다. 최근 십여 년간 국내외에선 당분 섭취와 우울증과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이 꾸준히 보고돼왔다.

이 중 몇 가지 연구 사례를 살펴보자. 2017년 영국 런던대학교(UCL) 역학 공중보건연구소는 당분이 포함된 음식이나 음료 섭취를 많이 섭취하면 정신장애 및 우울증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 당분 섭취시 우울증 연관성 연구 다수 보고 

연구진들은 영국의 대규모 공무원 집단을 대상으로 한 장기 추적 조사인 ‘화이트홀(Whitehall) II 코호트’에 참여한 35~55세 남녀 1만308명(남성 66.9%·여성 33.1%)를 상대로 측정한 데이터를 분석했다. 식품 섭취 빈도와 건강 관련 설문지를 통해 산출된 데이터를 토대로 당류 섭취량과 우울증 및 공통 정신장애 발생 여부를 추적해 연구했다.

그 결과, 음료와 식품에 첨가된 하루 설탕 섭취량이 가장 많은 상위 그룹(하루 67g 이상)의 남성은 가장 적게 먹는 하위 그룹(하루 39.5g 이하)에 비해 5년 후 일반 정신장애 발생 위험이 23% 높게 나타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러한 연관성은 건강 행동, 사회인구학적 특성, 식단 관련 요인, 비만도 및 기타 질병을 고려한 분석에서도 관찰됐다.

또한 연구진은 섭취량이 가장 많은 집단은 남녀 모두에서 우울증 재발 가능성이 높아지는 경향을 보였지만, 식단 관련 요인을 고려한 분석에선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았다는 점도 덧붙였다.

국내에선 당분이 첨가된 음료 섭취와 우울증 간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가 있다. 강북삼성병원 서울건진센터 정주영 교수팀이 2023년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가당 탄산음료에 섭취량에 비례해 우울 증상 발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국내외에선 당분 섭취와 우울증과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이 꾸준히 보고돼왔다. / 게티이미지뱅크
국내외에선 당분 섭취와 우울증과 연관성을 연구한 논문이 꾸준히 보고돼왔다. / 게티이미지뱅크

연구팀은 우울증이나 중증질환 이력이 없는 성인 8만7,000여명을 대상으로 삼고, 주당 섭취 빈도(1회 제공량, 200mL)를 5개 그룹으로 나눠 6년여간 장기 추적했다. 그 결과, 가당 탄산음료를 일주일에 한두 잔 마신 경우 우울증 위험이 26%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매주 서너 잔 마신 경우는 32%, 매주 5잔 이상 마신 경우에는 우울증 위험이 최대 45%까지 올랐다고 설명했다. 해당 연구는 우울증이 없는 성인을 장기간 추적해 가당 탄산음료 섭취와 우울증 발생 사이의 용량-반응 관계(많이 마실수록 위험이 비례해 증가하는 관계)를 규명한 사례로 주목을 받았다.

◇ 유의미한 통계 수치 확인되나… 인과 관계 입증은 숙제 

이 외에도 당분 섭취와 우울증의 연관성을 살펴본 연구는 적지 않다. 중국 청두중의약대학 연구진은 당 섭취와 우울증 및 불안 위험 간의 연관성을 살펴보기 위해 이와 관련된 대규모 문헌고찰과 메타분석을 진행하기도 했다. 해당 연구엔 총 40개의 관찰 연구와 121만2,107명의 참가자 데이터가 활용됐다. 설탕 섭취와 우울증 간의 연관성에 대한 메타분석에는 38개의 연구(횡단 연구 32개, 코호트 연구 5개) 포함됐다. 

2024년 발표된 해당 연구 자료에 따르면 연구진은 “설탕 섭취량이 가장 높은 범주와 가장 낮은 범주를 비교 분석 결과, 우울증 위험이 2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불안 위험과의 연관성과 관련한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당분 섭취와 우울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다만, 당분 과다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학설이 정설로 자리 잡기 위해선 어떤 인과 경로를 거쳐 우울증을 유발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게티이미지뱅크
당분 섭취와 우울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다만, 당분 과다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학설이 정설로 자리 잡기 위해선 어떤 인과 경로를 거쳐 우울증을 유발하는가에 대해 다양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게티이미지뱅크

해당 연구는 대규모 메타분석을 통해 설탕 섭취와 우울증 및 불안 장애 위험 간의 연관성을 체계적으로 살펴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해당 메타분석에서 이질성 지표(I² =99.7%)가 매우 높게 나타났다. 즉, 분석에 포함된 개별 연구들의 결과가 서로 다르고 다양했다는 뜻이다. 연구 대상과 측정 방법, 연구 설계의 차이가 컸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연구진은 해당 학설과 관련한 연관성을 검증하고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더 많은 고품질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기도 했다.

우울증은 하나의 원인으로 발생하는 질환은 아니다. 삼성서울병원의 우울증센터에 따르면 우울증은 유전적인 소인, 내분비 이상, 살아가면서 겪는 스트레스, 성격적 특성, 대인관계의 문제, 아동기의 갈등, 노화 등 다양한 요인이 원인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뇌 내 신경전달물질을 관리하는 체계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 우울증이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도 보고되고 있다. 

당분 섭취와 우울증 위험 사이의 연관성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고 있다. 관련 분야 연구진들은 당분이 신체 내분비계, 면역계, 장내 미생물, 뇌 신경계까지 전방위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당분 과다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학설이 정설로 자리 잡기 위해선 어떤 인과 경로를 거쳐 우울증 위험을 높일 수 있는지에 대해 세밀한 연구가 필요할 전망이다. 

◇ 연관성 확인됐지만… 인과관계 입증은 과제

황준원 강원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위험성을 높인다는 가설은 꾸준히 제기돼왔지만 추가적인 인과관계 검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분 섭취가 우울증을 유발하는 것인지, 아니면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단 음식을 더 많이 찾는 것인지 등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다. 

또한 “현재 WHO 등 세계보건당국의 과다 당분 섭취 제한 가이드라인은 비만,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 신체적 만성질환 예방을 주된 근거로 삼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가당 절감 정책도 마찬가지다”며 “우울증 등의 정신질환 예방은 공식 규제당국의 핵심 정책 수립 및 제한 기준의 공식 근거로는 채택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과다 당분 섭취가 우울증 등 정신질환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학설은 정책 근거로 채택되기엔 인과 입증의 수준과 연구 자료가 충분히 쌓이지 않았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검증 요약]

- 당류 및 가당 음료 섭취량이 많은 집단에서 우울 증상이나 일반 정신장애 관련 지표가 높게 나타났다는 국내외 관찰연구가 다수 보고됐다.

- 일부 장기 추적연구에서는 당류 섭취량이 증가할수록 우울 증상 발생 위험비가 높아지는 연관성이 관찰됐다. 다만 연구마다 섭취량과 정신건강 상태를 측정한 방식이 달라 결과를 일률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렵다.

-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만으로 과도한 당류 섭취가 우울증을 직접 유발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역인과관계와 교란 요인의 가능성이 남아 있으며, 생물학적 기전에 대한 추가 검증도 필요하다.

[결론]

‘과도한 당분 섭취가 우울증 위험을 높인다’는 주장은 일정한 연구 근거를 갖추고 있으나, 인과관계가 확립됐다고 보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에 해당 주장에 대해선 ‘판단 유보’로 결론을 내린다. 

근거자료
  • Anika Knüppel, Martin J. Shipley, Clare H. Llewellyn & Eric J. Brunner. Sugar intake from sweet food and beverages, common mental disorder and depression: prospective findings from the Whitehall II study. 2017
  • Park SK, Chung Y, Chang Y, Oh CM, Ryoo JH, Jung JY. Longitudinal analysis for the risk of depression according to the consumption of sugar-sweetened carbonated beverage in non-diabetic and diabetic population. Sci Rep. 2023 
  • Xiong J, Wang L, Huang H, Xiong S, Zhang S, Fu Q, Tang R, Zhang Q. Association of sugar consumption with risk of depression and anxiety: a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Front Nutr. 2024 
  • Guideline: sugars intake for adults and children
  • 삼성서울병원 우울증 질환 정보
  • 황준원 강원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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