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방금숙 기자] 2030년 일본 오사카에 13조원 규모 복합리조트(IR)가 들어서면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연간 최대 1조원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가 카지노업계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인상을 추진하는 가운데 해외 경쟁까지 거세지는 ‘이중고’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14일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는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일본 IR 카지노 도입에 따른 영향분석 세미나’를 열었다. 이충기 경희대 명예교수는 2018년 연구를 최신 설문조사 결과로 갱신해 오사카 IR 개장이 국내 카지노 산업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보수적 시나리오에서 국내 외국인 전용 카지노 매출이 연간 8000억원,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1조원 안팎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비관적 시나리오에서는 국내 생산이 연간 2조원 가까이 줄고 일자리 9000여개가 감소할 수 있다고 봤다.
이 교수는 “지난해 외국인 전용 카지노가 벌어들인 외화는 자동차 6만대 이상을 수출한 효과와 맞먹는다”며 “예상 감소분은 자동차 3만대 수출에 육박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 내국인 42.7%·강원랜드 고객 52.1% ‘오사카 방문 의향’
오사카 IR 방문 의향은 2018년 조사보다 높아졌다. 내국인 해외여행객의 42.7%가 오사카 IR 개장 후 방문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8년 전보다 조사 당시 35.4%보다 7.3%포인트 상승했다.
강원랜드 이용객의 방문 의향도 절반을 넘었다. 조사 대상 강원랜드 고객의 오사카 IR 인지도는 51.9%, 방문 의향은 52.1%로 나타났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고객 가운데서는 중국인 VIP 고객의 방문 의향도 2018년 조사보다 크게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교수는 국내 카지노가 서비스와 영업 규제 등에 대한 고객 불만을 해소하지 못할 경우 이용객 이탈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번 조사는 내국인 해외여행객 1250명을 대상으로 9월 7~14일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강원랜드 일반 고객 493명은 9월 4~5일 강원대 조사팀이 현장에서 조사했으며 VIP 객장은 제외했다. 외국인 전용 카지노 일반·VIP 고객 조사도 경희대 조사팀의 현장조사로 이뤄졌다.

◇ 카지노 넘어 복합리조트로…오사카, 비게임 시설로 승부
오사카 IR의 경쟁력은 카지노 시설에만 있지 않다. 약 13조원을 투자하는 오사카 IR 사업은 2025년 4월 착공했으며 2030년 가을 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운영에는 MGM 오사카가 참여한다.
일본은 IR법에 따라 카지노 면적을 전체 시설의 3% 이하로 제한하고, 나머지 공간에는 숙박·쇼핑·엔터테인먼트 등 비게임 시설을 조성하도록 했다. 카지노에 관광·문화·쇼핑을 결합해 방문객과 소비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다.
일본 측은 외국인 600만명을 포함해 연간 2000만명의 방문객을 유치하고, 간사이 지역에 연간 1조1400억엔의 경제 파급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설문에서도 카지노 외 시설은 주요 방문 동기로 꼽혔다. 오사카 IR 방문 의향이 있는 내국인 응답자들이 선택한 동기는 ‘새로운 글로벌 관광명소 구경’(26.2%), ‘다양한 시설 경험’(25.6%), ‘엔터테인먼트’(25.0%) 순이었다. 관광명소와 시설, 엔터테인먼트 등 비게임 관련 응답이 전체의 76.8%에 달했다.
현재 아시아 카지노 시장은 마카오와 싱가포르가 주도하고 필리핀이 뒤를 쫒는 구도다. 업계에서는 오사카 IR이 개장하면 중국·대만 등 중화권 VIP와 일반 고객이 일본으로 이동해 일본인과 중화권 고객 의존도가 높은 국내 카지노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진수 경희대 교수는 오사카 IR의 지리적 접근성도 국내 카지노 산업의 위협 요인으로 꼽았다. 그는 “서울에서 사북·고한·정선에 있는 강원랜드까지 가려면 3시간이 걸리지만, 오사카는 비행시간만 따지면 2시간 안팎”이라며 “지리적 접근성에서부터 국내 카지노가 불리하다”고 지했다.

◇ 기금 부담률 15%·갱신허가제…“국내 경쟁력만 뒷걸음질”
해외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국내 카지노업계는 규제 부담까지 안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외국인 전용 카지노의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률 상한을 현행 10%에서 15%로 높이고 5년 단위 갱신허가제를 도입하는 관광진흥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업계는 기금 부담이 커지면 투자 여력이 줄어 고용과 서비스 경쟁력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비게임 투자를 조건으로 게임시설을 늘려주고, 마카오는 외국인 유치 매출에 세금을 감면해 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펼치는 등 각국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발 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단기적인 기금 수입 확대보다 산업 경쟁력을 높여 장기적으로 재원을 확충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며 “K-팝·K-컬처와 연계한 한국형 복합리조트(K-IR) 개발 등 시대적 흐름에 맞춰 국내 카지노 산업도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출국납부금 인상도 변수로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문체부가 검토 중인 출국납부금 인상안(7000원→2만원)이 시행되면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이 늘어 카지노업계의 기금 부담률 인상 폭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한국카지노업관광협회 관계자는 “출국납부금 인상으로 관광진흥개발기금 재원이 확대되면 카지노업계의 기금 부담 완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국민 정서도 함께 고려해야 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국납부금 인상과 카지노업계 부담률 조정 여부, 시행 시점 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 종합토론 “체질 개선·규제 완화·경쟁력 확보 시급”
주제발표에 이어 김남조 한양대 교수가 좌장을 맡고 한진수 경희대 교수, 이재석 강원대 교수, 최은미 한서대 교수, 최영배 경희대 교수 등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오사카 카지노 복합리조트 개장까지 남은 3~4년 동안 국내 카지노 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규제 개선과 투자 지원, 법·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한진수 교수는 오사카 복합리조트를 직접 둘러본 뒤 국내 카지노 산업의 위기감을 드러냈다. 그는 “오사카 IR과 국내 카지노는 하드웨어 측면에서 비교 자체가 어렵지만, 정부 지원과 세제 문제라도 해결되면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교수는 매출 총량제와 관광진흥개발기금 부담을 투자 제약 요인으로 꼽으며 “카지노 산업의 투자 여건을 고려해 매출 총량제 완화와 기금 부담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은미 교수는 고객뿐 아니라 숙련 인력의 해외 유출 가능성도 제기했다. 1995년부터 카지노업계에서 근무한 최 교수는 “일본 IR이 개장하면 숙련 딜러 등 국내 인력이 대거 넘어갈 수 있다”며 “인력 유출도 고객 유출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복합리조트를 국가와 지역 차원의 관광 인프라로 육성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재석 교수는 복합리조트가 지역 관광과 경제를 견인하는 핵심 시설이 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교통 접근성과 사회 기반시설, 주변 환경 조성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영배 교수는 국내 카지노 산업의 대응 논의가 늦었다고 진단했다. 그는 “오사카 IR이 만들어지니 어떻게 대응할까 얘기가 많은데, 사실 지금 방향을 얘기하기에는 이미 늦었다”며 “정부의 정책적·제도적 지원과 규제 개선도 필요하지만,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실질적인 법령 개정과 인력·조직 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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