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국감] "국민연금으로 증시 떠받쳤나"…리밸런싱 유예 놓고 여야 충돌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리밸런싱(자산 비중 재조정) 유예 결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국정감사에서 충돌했다. 

야당은 정부의 증시 부양을 위해 국민 노후자금이 동원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결정 과정 공개를 요구했다. 반면 여당은 시장 충격과 기금 수익성을 고려한 조치라며 정치적 개입 의혹에 선을 그었다.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국민연금공단 국정감사에서는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목표 비중 확대와 리밸런싱 유예 결정의 적절성, 기금운용의 정치적 독립성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리밸런싱'은 자산 가격 변동 등으로 달라진 투자 비중을 당초 설정한 목표에 맞게 조정하는 작업이다. 국민연금은 주가 상승으로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높아지자 올해 1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자산배분 기준을 조정했다.

지난 1월 기금운용위원회는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4%에서 14.9%로 높이고 리밸런싱을 6월 말까지 유예했다. 이어 5월에는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까지 확대하고 기존 ±3%였던 리밸런싱 허용 범위도 한시적으로 넓혔다.

이는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이 허용 범위를 넘어서더라도 당장 주식을 매도하지 않도록 한 조치다.

◆ 국힘 "국민연금은 증시 부양 펀드 아냐"…회의록 공개 압박

국민의힘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 유예 결정이 정부의 증시 부양 기조와 맞물려 이뤄졌다며 기금운용의 독립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취임 100일 기자회견 등에서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투자 비중을 언급한 점을 거론하며 정치적 개입 가능성을 주장했다.

이 의원은 "국민연금은 정권의 증시 부양 펀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 말 한 마디에 투자 지침 변경으로 화답하는 이사장의 모습을 보고 국민연금이 권력으로부터 독립됐다고 보는 국민은 한 분도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리밸런싱 유예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차익 실현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개인투자자 피해로 이어졌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의원은 "리밸런싱 유예라는 헛발질로 외국인에게 국내 주식을 비싸게 팔고 나갈 기회를 주고,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을 믿고 올인한 개미 투자자에게 돌아갔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결정의 적절성을 확인하기 위해 기금운용위원회 회의록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그 회의에서 누가, 무슨 근거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 회의록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런데 기금운용위는 이 안건의 회의록을 2030년에 공개하기로 의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에 요청한다. 상임위 차원의 회의록 제출 요구에 함께해달라. 국민의 노후자금이 어떻게 결정됐는지 국회가 확인하자는 것뿐이다"라고 강조했다.

백 의원은 김용범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증인 채택이 무산된 점도 문제 삼았다. 국민의힘은 회의록 제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 민주당 "시장 충격 막기 위한 판단"…김성주 "만장일치 결정"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리밸런싱 유예가 국내 주식 추가 매수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보유 주식의 가치 상승에 따른 매도 압력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고 반박했다.

이인영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이 주식을 매수해서 증시를 부양한 것이 아니라 국민연금이 사 놓았던 주식 가치가 상승해서 리밸런싱의 논란에 들어갔던 것"이라며 "실제로 국내 주식 목표치가 높아진 이후에는 사지 않았을 테니까 이 주장도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진 민주당 의원도 "리밸런싱의 유예는 국내 주식 비중이 허용 범위를 넘어서더라도 매도를 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지 추가로 국내 주식을 사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그렇기 때문에 국내 증시 부양에 국민연금이 동원된 것이 아니다. 단순한 억측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회의록 공개 요구를 두고도 여야의 입장이 엇갈렸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법에 따라 기금운용의 공정한 수행이나 금융시장 안정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안건은 회의록 공개를 4년간 유예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서 의원은 "진행 중인 투자 전략이 공개될 수 있는 위험까지 무릅쓰고 공개하라는 것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리밸런싱 유예가 기금 수익성과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둘러싼 논의도 이어졌다.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리밸런싱을 그대로 시행했을 경우 대규모 매도, 시장 충격, 수익성 하락 등이 생긴다고 하는데 연금공단으로서는 제일 중요한 것이 수익성 문제 아니겠나. 이런 점을 고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맞다. 실제로 만약 리밸런싱을 유예하지 않았다면 하루에 8000억원 정도 매도해야 하고 그러면 우리나라 코스피 증시의 한 10%를 차지하는 큰 금액"이라고 답했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만희 보건복지위원장은 리밸런싱을 유예하지 않았을 경우의 투자 성과를 비교하는 시뮬레이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이규홍 국민연금공단 기금이사는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했지만, 김 이사장은 공개 여부에 대해 협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처럼 대규모 물량을 시장에 던지면 시장 주체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지 우리가 예측할 수 없다"며 시뮬레이션의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리밸런싱 유예 결정에 정치적 압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을 부인했다.

그는 "정부의 주문 사항이 그대로 통과된 것은 경험해 본 적이 없다"며 "지난 1월과 5월 당시 리밸런싱 유예와 국내 주식 비중 확대에 대해 위원들 사이에 이견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시 증권사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을 통해 한국 증시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분위기였다"며 "1월 결정도, 5월 결정도 다 만장일치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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