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총 미달 상폐 급제동'에 웃고 울고…'졸속 행정'이 부른 증시 대혼란과 과제는

프라임경제
"3년 연속 흑자 기업도 퇴출 위기"… 절차적 정당성 확보 및 복수·질적 심사 도입 시급


[프라임경제] 정부가 자본시장 선진화의 핵심 과제로 추진했던 '시가총액 미달 기업 퇴출 정책'이 시행 석 달 만에 법원의 제동으로 멈춰 섰다. 

당장 증시에서 쫓겨날 위기를 넘긴 관련 종목들은 일제히 상한가로 직행하며 안도 랠리를 펼치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성급한 정책 추진이 낳은 시장의 극심한 혼란과 형평성 논란이 자리 잡고 있다.

◆ '퇴출 위기' 한시름 놓자 매수세 폭발…관리종목 '상승 러쉬'

전날인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시가총액 미달 사유로 관리종목에 지정됐던 기업들의 주가가 장 초반부터 일제히 폭등했다. 

코스닥 시장에서 예선테크가 전 거래일 대비 29.97%(452원) 치솟은 1960원에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에이엔피, 바이오인프라, 형지I&C, 뉴인텍 등도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이 같은 급등세는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 미달 관리종목(13일 기준 코스피 21곳·코스닥 42곳)에 대한 후속 상장폐지 절차를 전면 유예하기로 결정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서울남부지법 제51민사부가 이달 2일 유가증권시장의 주연테크와 코스닥의 케이엠제약이 거래소를 상대로 낸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자, 거래소는 5일 뒤인 지난 7일 유사 분쟁 확산과 기업·투자자의 불확실성을 막기 위해 관련 퇴출 절차를 지난 2일부터 중단하고 향후에도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당장 거래정지나 정리매매 같은 퇴출 수순으로 넘어갈 뻔했던 종목들의 거래가 계속 유지되면서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대거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 며칠 차이로 생사 갈린 8개사…'동전주'로 옮겨붙은 불똥

그러나 시장 한편에서는 극심한 혼란과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처분 시점에 따른 형평성 논란이다. 

거래소는 가처분 인용일인 2일 이후의 후속 상장폐지 절차는 멈췄지만, 그 이전에 이미 상장폐지가 결정돼 거래가 멈춘 유가증권시장 2곳(주연테크·SHD)과 코스닥 6곳(신라에스지·골드앤에스·케이엠제약·핀텔·세진티에스·에이에프더블류) 등 총 8개사에 대해서는 매매거래정지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특히 에이에프더블류와 세진티에스는 각각 지난달 23일과 29일부터 정리매매가 진행되던 중 지난 2일부로 거래가 중단되며 관련 절차가 보류됐고, 핀텔과 골드앤에스 등도 거래소의 결정에 맞서 가처분 소송에 나섰다. 

똑같은 규정을 적용받았음에도 불과 며칠 차이로 어떤 기업은 정상 거래되며 상한가를 기록하고, 어떤 기업의 주주들은 상장폐지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식을 팔 길조차 막히자 '졸속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부실기업을 솎아내면 증시가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진입했던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정치적 업적 추진 과정에 투자자들만 놀아난 꼴”이라는 토로가 나온다.

시장의 불안감은 주가 1000원 미만인 '동전주' 퇴출 규정으로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시총 미달 상장폐지는 멈췄지만, 지난 7월1일 함께 도입된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인 △종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 시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내 45거래일 연속 1000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할 시 상장폐지 그대로 살아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거래소는 이달 7일 뉴인텍, 바른손이앤에이, 아이스크림에듀, 이노인스트루먼트, 이에이트, 제이엠아이, 티케이지애강, 형지글로벌 등 코스닥 8곳과 코스피의 에이엔피 등 총 9곳에 '주가 미달에 따른 상장폐지 우려 관련 안내'를 공시했다. 

이들은 관리종목 지정 후 35~36일이 경과하는 동안 종가 1000원 이상을 충족한 날이 하루도 없어, 1000원 미만 일수가 46일이 되는 이달 중 상장폐지 절차가 진행될 수 있는 위기다.


◆ "절차참여권 박탈·비현실적 회생 조건·졸속 조기 시행" 비판

법원이 정부의 핵심 정책에 제동을 건 배경에는 시총 상향이라는 목적 자체가 아닌, '절차적 위법성'과 '과잉금지(비례의 원칙) 위반'이 자리하고 있다. 비례의 원칙은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이 지나쳐서는 안 된다는 법 원칙이다.

재판부는 크게 세 가지 문제를 지적했다. 첫째는 상장사의 '절차참여권 침해'다. 거래소는 시가총액 기준을 대폭 올리면서도 시총 미달을 숫자만 보고 자동으로 퇴출하는 사유로 규정해 기업의 의견진술이나 이의신청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둘째는 '회생 조건의 타당성 부족'이다. 관리종목이 된 기업이 퇴출 딱지를 떼려면 시총을 기준선 위로 회복해야 한다. 

과거에는 90거래일 안에 시총이 기준을 넘은 날이 연속 10거래일을 포함해 누적 30거래일만 되면 됐지만, 바뀐 규정은 기준을 넘는 상태를 '45거래일 연속' 유지하도록 대폭 강화했다. 

재판부는 거래소가 '왜 45거래일 연속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실증적 자료를 전혀 제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셋째는 '시행 시기의 예측 가능성 훼손'이다. 거래소는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 기준의 적용일을 당초 내년 1월에서 올해 7월로 반년 앞당겼고, 코스피 500억원·코스닥 300억원 기준도 2028년 1월에서 내년 1월로 1년 당겼다. 지난 5월 규정을 개정한 뒤 불과 두 달 만에 시행에 들어간 것이다. 

재판부는 공익적 목적이라는 추상적 설명 외에 조기 시행의 구체적 필요성을 제시하지 못해 기존 일정에 맞춰 시총 회복 계획을 세운 기업들이 차질을 빚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달 4일 추가 상향 적용을 내년 7월로 다시 미룬 사실도 도마 위에 올랐다. 급하다며 일정을 당겼다가 다시 미루면서 조기 시행의 명분을 스스로 허물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당국이 준비가 덜 된 정책을 성급하게 밀어붙이다가 엎어졌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지난 1월 말 대통령실과 경제부총리가 부실기업 신속 퇴출 방침을 내놓고, 이재명 대통령이 소셜미디어(X)를 통해 증권거래소를 백화점에 비유하며 "상품 가치 없는 썩은 상품, 가짜 상품을 확실히 정리해야 고객 신뢰를 회복한다"고 강조한 이후, 금융위와 거래소는 불과 2주 뒤인 2월 12일 상향 주기를 1년에서 반년으로 줄인 개혁안을 내놨다. 

이 과정에서 지난해 말까지 40억원이었던 코스닥 시총 기준은 지난 1월 150억원, 7월 200억원으로 일곱 달 만에 다섯 배나 강화됐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좀비 기업을 걸러내야 한다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금융당국이 준비 없이 트로피만 노리고 서두르다 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향후 쟁점이 될 동전주 상장폐지 규정에 대한 법조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동전주 상장폐지 역시 주주에게 중대한 피해를 줄 수 있음에도 이의신청 등 절차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아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는 반면, 유상증자 등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시총 미달과 달리 주가 미달은 자금 조달 없이 액면병합만으로도 쉽게 피할 수 있어 법원이 가처분을 인용할 가능성이 작다는 반론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 "3년 연속 흑자 기업도 퇴출 위기"…단일 기준 버리고 질적 심사 도입해야

이번 사태는 단순한 일정 조정을 넘어 시가총액이라는 단일 잣대만으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것이 타당한가라는 근본적인 숙제를 남겼다. 거래소가 재판에 제출한 자체 분석으로도 2024년 말 기준 시총 300억원에 못 미치는 코스닥 상장사는 94곳에 달했다.

정부 내 다른 부처와 여당 내부에서도 현행 제도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민병덕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시총 200억원 미만인 코스닥 상장사 96곳 가운데 19곳은 최근 3년(2023~2025 사업연도)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한 기업이었다. 

향후 기준이 시총 300억원으로 올라갈 경우 코스닥 전체 상장사의 17.2%인 314곳이 퇴출 대상에 오르는데, 이 중 76곳 역시 3년 연속 흑자를 거둔 정상 기업이다.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시총 규모라는 단일 기준으로만 판단하면 부당한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성장성이나 수익성 같은 요소를 고루 고려해 상장 적격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금융위원장과 토론해서라도 중기부의 우려가 반영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민병덕 의원 또한 하루 뒤인 8일 국정감사에서 "시가는 시장 전체의 하락이나 특정 업종의 투자심리 약화 때문에도 떨어질 수 있다"며 "미국이나 일본처럼 복수 기준이나 질적 심사 방식을 채택해 억울한 사정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거래량이 어느 정도 있어야 유동성이 생기고 ‘작전(주가조작)’이 생기지 않는 만큼 시가총액은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상장사의 최소한의 기준선"이라고 반박했다. 

금융위원회 역시 국정감사 직후인 9일 보도참고자료를 내고 "법원도 시총 기준금액 상향 자체에 대해서는 목적이 부당하거나 기준금액이 과도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며 저성과기업의 엄정한 퇴출이라는 정책 방향에는 변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같은 자료에서 "향후 법원 판단 등에 따라 상장폐지 절차를 재개하거나 일부 절차를 보완해 시행할 수 있다"며 제도 손질의 여지를 남겼다. 

법원이 관리종목 지정 효력 정지 신청은 기각한 만큼 당분간 코스피 300억원·코스닥 200억원 미달 시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 조치는 유지하면서, 이의신청을 통해 소명하고 동시에 보완책을 모색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체질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교한 제도 재설계가 필수적이라고 입을 모은다. 

안유미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강화된 시장지표 요건에 따라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는데도 재무·영업 기초여건이 양호한 기업이 일부 있다"고 짚었다.

이와 함께 "시장 질서 개선이라는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이루려면 현행 기준의 적용 결과와 실제 퇴출 기업의 특성을 점검하면서, 추가 기준 상향이 기업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기업의 절차적 권리를 어디까지 보장할지, 그리고 시총 단일 기준의 한계를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법원의 본안 판단과 금융당국의 대응에 따라 상장폐지 제도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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