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우수한 실적 성장을 보였다. 전년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큰폭으로 뛰었다. 지난 8일 삼성전자의 잠정실적 발표에 따르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95조원, 107조4,000억원이다.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26.59%, 782.50% 증가한 수치다. 전 분기와 비교해도 13.7%, 20.01% 상승했다.
이 정도 규모의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로 평가된다. 증권가 전망치를 훌쩍 넘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 삼성전자의 주가는 여전히 하락세다. 한국거래소(KRX)에 따르면 잠정실적이 발표된 8일엔 전일 대비 2.23% 하락한 26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역사적 호실적에도 주가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힘입어 삼성전자의 실적는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높은 상황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 원인과 향후 반등 가능성을 둘러싼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역대급 실적에도 주가는 ‘뚝’… 반도체 호황과 엇갈린 주가
증권가에서는 현재 삼성전자의 주가가 호실적의 힘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대외 금융환경과 투자자 수급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로 보고 있다. 기업의 실적, 기초체력(펀더멘털)보다 거시경제 변수와 증시 전반의 투자심리가 주가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하나증권은 12일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의 양호한 메모리 가격이 확인됐음에도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하락한 점에 주목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각각 5.1%, 8.7% 하락한 데 대해 실적이나 기업의 펀더멘털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흐름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증권은 “메모리 업체들의 주가 흐름이 답답하다”며 “양호한 업황과 더불어 펀더멘털의 핵심인 메모리 가격이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음에도 주가 회복이 더디고, 수급적인 요인이 있다고 하더라도 답답한 흐름이다”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삼성전자 호실적과 주가 부진 간 간극 원인에는 대외 금융환경의 불확실성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과 수급 악화가 주요하게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미국 증시에 상장된 주요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종합한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 Semiconductor Sector Index, SOX)’ 역시 최근 하락세를 나타냈다.
메모리 반도체 장기 공급 계약으로 인한 공급 물량 및 가격 상승 제한도 요인으로 꼽힌다. AI산업 활성화로 현재 반도체 시장에서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공급은 매우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반도체 제조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일부 제품의 가격 상승폭은 제한됐다.
실제로 트렌드포스는 지난 10월 7일 보고서에서 서버용 D램 장기 공급계약에 가격 범위(price band)가 설정돼 있다고 분석했다. 추가 가격 상승 여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더라도 실제 판매가격과 수익성 개선 폭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하나증권은 “국내 메모리 업체들 주가도 모두 하락했는데, 삼성전자는 5.1%, SK하이닉스는 8.7% 하락해 지수를 하회했다”며 “삼성전자의 양호한 메모리 가격이 확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메모리 업체의 주가는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실적이나 펀더멘털에 의한 움직임으로 해석하긴 어려운 주가 흐름”이라며 “메모리 업황보다 장 전체적인 분위기 및 수급으로 인해 국내외 업체들의 주가 움직임이 자주 확인되는 모양새”라고 밝혔다.
◇ ‘휴머노이드 시대’ 본격화… 로봇 성능 좌우하는 메모리 반도체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의 주가 부진이 개선될 요소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피지컬 AI’를 기반으로 한 ‘로봇산업’ 성장은 삼성전자에 있어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 가장 큰 긍정적 요소 중 하나다. AI로봇 보급이 확대될수록 고성능 반도체 수요도 필연적으로 증가하기 때문이다.
기대되는 건 ‘휴머노이드(Humanoid) 로봇’ 시장 성장이다. 휴머노이드는 인간의 형태를 닮은 로봇이다. 현재 사람의 작업 현장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로봇이기도 하다. 피지컬 AI산업의 본격화 이후 관련 시장도 매년 급격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2035년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502억7,000만달러(약 67조원)로 지금보다 10배 가까이 성장할 전망이다.
이때 휴머노이드 로봇의 성능은 AI연산 능력과 직결된다. 메모리 반도체 경쟁력이 곧 휴머노이드 로봇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구글·미국 퍼듀대학교 연구진이 3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로봇용 시각·언어·행동(VLA) AI 모델의 데이터 처리 성능은 메모리 반도체 성능과 직결됐다. 해당 실험은 엔비디아의 AI 연산 플랫폼 ‘젯슨 오린’과 ‘젯슨 토르’를 사용했다.
그 결과, 로봇 행동 생성 단계가 전체 AI추론 지연시간의 최대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해당 단계는 메모리 반도체의 대역폭 제안을 크게 받았다. 또한 HBM이 아닌 일반 반도체를 사용할 경우, 수치상 연산 능력이 5배 높은 장비에도 불구, 전체 AI의 처리 속도는 1.4배만 증가했다. 즉, 로봇의 성능을 높이려면 일반 메모리 반도체보단 HBM이 훨씬 효율적이라는 의미다.
공동 연구진도 “휴머노이드 등 로봇의 핵심 AI기술인 공간 추론 VLA 모델의 가장 큰 성능 병목은 메모리 대역폭의 제약을 받는 행동 생성 단계”라며 “기존 메모리 반도체 기술의 성능 개선만으로는 대규모 로봇 AI모델을 실시간으로 구동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 HBM 등 고성능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로봇용 D램 수요 20배 전망… 삼성전자 주가 재평가 기대감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 산업의 성장은 실제 메모리 반도체 전체 수요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2030년 휴머노이드 로봇 ‘브레인’용 D램 수요가 2026년 대비 20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 1대당 D램 탑재량은 현재 19GB에서 39GB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2분기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로 두 회사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며 “AI서버가 HBM 시장을 키운 데 이어 로봇이 저전력 D램과 낸드의 새로운 수요처로 떠오르면서 두 회사 모두 로봇용 메모리 공급 체계를 미리 준비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긍정적 업황과 실적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보장하긴 어렵다. 12일 연휴를 마치고 장이 열린 12일엔 전주보다 4.29% 하락해 25만750원이 됐다. 그나마 26~27만원대를 횡보하던 추세도 꺾인 것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하락할 ‘확실한’ 이유가 없는 만큼 반등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12일 리포트에서 “삼성전자에 대해 투자의견은 ‘매수’, 목표주가 60만을 유지한다”며 “삼성전자 3분기 실적이 분기 영업이익 기준 글로벌 1위에 오르는 역사적 이정표를 세웠고 2027년 HBM 판매 가격은 HBM4 효과에 힘입어 전년 대비 100% 이상 상승, 내년 D램 가격 상승을 주도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2027년부터 글로벌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서 이익 성장의 가속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D램 3사 가운데 가장 높은 가격의 HBM4가 내년 1분기부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의 상승을 이끌고 시장 기대를 상회할 주주환원 정책이 주가 재평가의 강력한 촉매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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