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국내 석유화학업계를 대변하는 한국화학산업협회의 차기 회장 선임이 8개월 넘게 표류하고 있다. 석유화학 업황 불황이 장기화 되고 있는 데다 주요 회원사들의 인사 변수까지 겹치며 후임 인선에 어려움을 겪는 모양새다. 업계 전반에 담합 관련 이슈가 불거진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화학산업협회는 지난 3월 이후 엄찬왕 상근부회장의 회장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앞서 신학철 LG화학 전 부회장이 지난 2023년 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협회장을 맡아왔으나, 임기를 마친 이후 후임이 정해지지 않으면서 현재까지 공석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협회장직은 LG화학, SK지오센트릭, 한화솔루션,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 주요 회원사 최고경영자(CEO)가 맡아왔다. 통상 2년 단위로 기업별 순번에 따라 회장을 선임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최근 석유화학 업황이 악화하고 대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차기 회장 후보를 찾는 작업도 난항을 겪고 있다.
협회장직의 특성도 인선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협회장직은 비상근 명예직이지만 주요 석유화학 기업을 대표해 업계 현안을 조율하고 대외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자리인 만큼 책임이 작지 않다. 산업 전반이 구조적인 불황을 겪는 상황에서 기업 경영진이 별도의 협회장직까지 맡는 데 부담을 느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회원사들의 인사 일정도 변수다. 석유화학 기업들은 실적 부진과 사업 재편 등으로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대표이사 임기가 짧아지거나 경영진이 교체될 가능성도 있어 각사의 인사 일정과 내부 의사결정 절차를 고려해야 한다. 특히 주요 대기업의 경우 경영진이 협회장직을 맡으려면 오너의 재가 등 별도의 의사결정이 필요한 만큼 후보군을 좁히는 데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최근 불거진 담합 관련 수사와 기소도 부담 요인이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지난 1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LG화학, 애경케미칼, OCI, 롯데정밀화학, PKC, 유니드 등 석유화학 기업 6곳과 전·현직 대표이사를 포함한 임직원 43명을 기소했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2026년 4월까지 국내에 공급되는 석유화학 제품의 가격 변동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하거나 거래처 입찰에서 투찰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이 파악한 담합 규모는 총 16조3961억원으로, 검찰은 이번 사건을 역대 최대 규모의 담합 사건으로 보고 있다.
주요 회원사들이 관련 수사와 재판에 직면한 상황에서 업계를 대표하는 자리를 맡는 데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업황 부진과 경영 불확실성에 더해 대외적인 부담까지 커지면서 차기 회장 후보를 찾기가 한층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30일 열리는 ‘제18회 화학산업의 날’ 행사가 차기 회장 선임 논의의 계기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공식적인 총회는 아니지만 회원사 관계자와 회장단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인선과 관련한 의견을 교환할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다만 구체적인 선임 시점은 정해지지 않았다. 협회는 회원사별 상황과 인사 일정을 고려해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사 시즌이 마무리된 이후에야 후보군과 선임 절차에 관한 구체적인 논의가 진전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과거 업황이 좋을 때와 달리 현재는 산업 전반이 어려운 영향도 있다”며 “회원사별 상황과 인사 일정을 고려하면서 차기 회장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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