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아닌 '전쟁'…삼성-KT의 미묘한 감정선→선수들 그만큼 진심이었다, 최원준 경기 후 배트보이에게 사과 [MD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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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준이 10월 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 시즌 200안타를 친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KT 위즈 제공아리엘 후라도가 10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전 공을 던지고 있다./삼성 라이온즈 제공

[마이데일리 = 대구 김경현 기자] 순위와 상관 없는 경기였으나 분위기가 매우 뜨거웠다. KT 위즈와 삼성 라이온즈가 미묘한 분위기를 주고받았다.

KT와 삼성은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리그 시즌 15차전 경기를 치렀다.

이미 KT는 1위, 삼성은 2위를 확정했다. 힘을 빼고 경기를 해도 될 상황. 하지만 고영표는 다승왕이, 아리엘 후라도는 승률왕이 걸린 경기였다. 양 팀은 모두 베스트 라인업을 가동했다.

KT가 경기를 뒤집었다. 1회 삼성이 이재현의 선제 1타점 희생플라이로 앞서 나갔다. KT는 2회 샘 힐리어드의 동점 홈런으로 균형을 맞췄다. 계속된 1사 1, 3루에서 한승택이 역전 스퀴즈 번트를 댔다. 2-1로 KT의 리드.

장준원이 10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아리엘 후라도의 투구를 피하고 있다./티빙 캡처최원준이 10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볼넷 출루 후 방망이를 그라운드에 던졌다./티빙 캡처

갑자기 경기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다음 타자 장준원 상대로 후라도가 2구 연속 몸쪽으로 애매한 투구를 했다. 초구는 몸에 바짝 붙는 공. 장준원이 잘 피했다. 2구는 등 뒤로 향했다. 주심은 빈볼성 투구라고 판단하고 후라도에게 주의를 줬다. 이때 이강철 감독도 잠시 강민호와 이야기를 나눴다.

3회에도 신경전이 펼쳐졌다. 첫 타자 최원준에게 후라도가 볼넷을 내줬다. 초구 스트라이크에 이어 3연속 바깥으로 크게 빠지는 볼. 5구도 비슷하게 들어갔으나 최원준이 헛스윙을 했다. 풀카운트에서 6구 투심이 몸쪽 아래로 빠져 최원준이 1루로 향했다. 그런데 최원준이 1루로 나가면서 방망이를 패대기쳤다. 최원준은 빅터 레이예스와 최다안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원준이 10월 11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전 볼넷 출루 후 방망이를 그라운드에 던졌다./티빙 캡처

선수가 아닌 기자들도 느낄 만큼 현장 분위기는 미묘했다. 선수단은 더욱 민감했을 터. 3회가 끝나자 '주장' 장성우가 KT 선수단을 소집, 대화를 나눴다.

공교롭게도 최원준은 4회 1사 1루 다음 타석에서도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출루했다. 이번에는 별다른 몸짓 없이 1루를 밟았다.

경기에 앞서 이강철 감독은 "내가 소풍 온다고 하지 않았나. 진짜 행복하다"라고 했다. KT는 시즌 내내 대구 원정에서 매우 부진했다. 이날 전까지 단 1승만 거뒀다. 9~10월 엄청난 질주 속에도 이강철 감독은 삼성 원정에 난색을 표했다. 일찍 순위를 확정 짓고 '대구 소풍'을 가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경기는 소풍이 아닌 전쟁이었다. 경기 결과와 관련 없는 신경전이 이어졌다. 4회 이후 선수들의 접촉이 줄어들었고, 다행히 불상사 없이 경기가 끝났다.

개인 기록, 자존심이 모두 달린 경기였다. 한국시리즈의 전초전 성격을 띠기에 양 팀 선수 모두 더욱 뜨거웠던 것으로 보인다. 경기는 KT가 12-3으로 완승을 거뒀다. 후라도는 4이닝 6실점 패전, 최원준은 4타수 1안타 2볼넷 1도루를 기록했다.

한편 경기 종료 후 최원준은 배트보이를 찾아 사과의 말을 전했다. 안타를 치지 못해 아쉬움을 표출한 것인데, 하필 배트보이 앞에 방망이를 던지는 식의 표현이 됐다. 사과 의사와 함께 자신의 배팅 장갑을 선물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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