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st BIFF] 4년의 ‘긴긴밤’ 지나… 스크린에 옮긴 따뜻한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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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경쟁작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영화 ‘긴긴밤’이 베일을 벗었다. 사진은 연출을 맡은 염규복 감독(왼쪽)과 정경희 제작자. / 시사위크 DB
부산국제영화제 경쟁작 중 유일한 애니메이션 영화 ‘긴긴밤’이 베일을 벗었다. 사진은 연출을 맡은 염규복 감독(왼쪽)과 정경희 제작자. / 시사위크 DB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80만 독자를 울린 이야기가 스크린에서 다시 태어나 따뜻한 위로를 건넨다. 큰 상실을 겪은 존재가 누군가의 사랑으로 치유되고, 자신보다 작은 존재에게 그 사랑을 건네는 여정을 담는다.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 유일한 애니메이션 ‘긴긴밤’이 4년에 걸친 긴 여정 끝에 국내 첫선을 보였다.

9일 부산시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비프힐에서는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usan International Film Festival, BIFF) 경쟁 부문 초청작 ‘긴긴밤’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염규복 감독과 정경희 제작자가 참석해 작품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긴긴밤’은 인간의 탐욕으로 가족과 친구를 잃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어린 펭귄 ‘나’가 바다를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풀 3D 애니메이션이다. 제2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하고 누적 판매 80만부를 돌파한 루리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다.

약 20년간 광고 영상을 만들어온 염규복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부산에 앞서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센터피스 부문에 초청돼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됐으며 배우 수지가 어린 펭귄 ‘나’의 내레이션과 OST에 참여했다.

염규복 감독과 ‘긴긴밤’의 인연은 딸이 건넨 한 권의 책에서 시작됐다. 당시 원작을 읽은 뒤 단숨에 매료됐다는 그는 “기본적으로 구원 서사를 좋아하는 편인데 ‘긴긴밤’은 전형적인 할리우드식 구원 서사가 아니다”며 “보통의 소시민으로 은유할 수 있는 작은 힘들이 모여 큰 순간을 만들어낸다는 점에 많이 끌렸다”고 말했다.

이어 “딸에게 책을 읽어주는데 계속 내가 울고 있더라”며 “이런 감정을 어떻게 극장에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꼭 하고 싶다는 꿈과 열망이 있었다”고 떠올렸다.

영화화 과정에서도 원작의 핵심 감정을 지키는 데 가장 공을 들였다. 염규복 감독은 “큰 상실을 겪은 주인공이 연대를 통해 치유되고, 받은 사랑을 다시 작은 존재에게 베푼다”며 “그 감정선은 꼭 지키고 싶었다. 그 과정에서 겪는 ‘긴긴밤’을 어떤 색깔과 무드로 표현할지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기술적 완성도가 돋보이는 영화 ‘긴긴밤’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기술적 완성도가 돋보이는 영화 ‘긴긴밤’ 스틸. / 부산국제영화제 사무국

그렇다고 원작을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는 않았다. 초기 시나리오는 원작의 정서를 따라 무겁게 흘러갔지만 프리비즈 단계에서 가편집본을 확인한 뒤 유머와 액션을 더했다. 아프리카 들개와의 추격전, 누 떼의 대이동 등 원작에는 없던 액션 시퀀스도 추가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한 선택이었다.

염규복 감독은 “가편집해서 보니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었다”며 “많은 관객이 엄마나 아빠와 아이가 함께 극장을 찾을 텐데 그들을 위한 배려가 무엇일까 생각했을 때 유머와 액션을 더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긴긴밤’을 완성하기까지는 약 4년이 걸렸다. 언리얼 엔진을 활용한 제작 방식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빠른 작업 속도와 빛을 활용한 미장센 표현에서는 강점이 있었지만 털과 물, 파티클 등 세밀한 표현에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적지 않았다. 염규복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 오랜 시간 연구개발을 거쳤다며 “기술적으로 큰 도전이었다”고 돌아봤다.

정경희 제작자도 “처음 작품을 한다고 했을 때 믿기 어려운 프로젝트였다”며 “완전히 다른 색깔과 연출, 미장센을 구현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분의 뜻을 모으고 설득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정된 기간과 예산 안에서 최고의 퀄리티를 뽑아내기 위해 많은 논의를 했다. 개발하면서 작업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은 만족한다”고 전했다. 

‘긴긴밤’은 앞서 토론토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해외에서 먼저 관객과 만났다. 염규복 감독은 현지에서 유학생들의 반응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20대 유학생들이 낯선 타국에서 굉장히 외롭고 소외돼 있지 않나. 영화를 보면서 많이 치유된 것 같았다”며 “나오면서 눈물을 닦은 휴지를 한 움큼씩 보여주는데 처음에는 팝콘인 줄 알았다. 어떤 말보다 그 하얀 휴지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회상했다.

부산에서 이뤄진 국내 첫 공개에서도 관객들의 호응이 이어졌다. 정경희 제작자는 “생각보다 많은 분이 와주셔서 놀랐다”며 “이야기에 공감하면서 깊이 감동받은 분들이 많아 감사한 마음뿐”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염규복 감독도 “그동안을 ‘긴긴 악몽의 밤’이라고 표현했는데 끝나자마자 숙소에 와서 정말 처음으로 깊게 잤다”며 “나도 모르게 굉장히 긴장했던 것 같다. ‘긴긴 숙면의 밤’을 보내고 왔다”고 웃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린 ‘긴긴밤’은 12편의 작품과 트로피를 두고 경쟁한다. 수상 결과는 오는 15일 폐막식에서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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