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도대체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은 몇 수 앞을 바라봤나.
이범호 감독은 2024시즌 막판부터 구상했다. 양현종의 롱런을 위해, 그리고 KIA 마운드를 위해 향후 양현종의 이닝 소화를 제어해야 한다고. 실제 양현종은 2025시즌에 30경기서 153이닝을 던졌다.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그것도 양현종의 연차와 나이를 감안하면 적은 이닝이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해 양현종을 더 타이트하게 관리한다. 올해 양현종이 퀄리티스타트를 한 건 딱 두 차례다. 6회에 마운드에 올라간 것도 5번밖에 안 된다. 이범호 감독의 논리는 간단하다. 38세의 양현종이 이젠 투구수와 이닝을 줄여야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버틸 수 있고, 나아가 40대에도 선수생활을 건강하게, 오래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양현종은 5이닝 투수가 됐다. 25경기서 12승6패 평균자책점 4.25. 피안타율 0.255에 WHIP 1.47. 구속은 140km대 초반이고, 커터성 슬라이더와 체인지업까지 사실상 3개의 공으로 승부한다. 너클 커브를 장착했지만, 많이 사용하지도 않는다. 7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서도 5이닝 8피안타(1피홈런) 3탈삼진 1볼넷 3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정교한 제구력이 단연 눈에 띈다. 그런데 현대야구에서 피네스 피처는 점점 먹고 살기 힘들어진다. 때문에 압도적인 맛은 전혀 없다. 대신 묘한 안정감이 있다. 안타를 1~2개 맞아도 와르르 무너지지 않는다. 2~3점을 내줘도 감독이 수건을 던져야 할 정도의 경기를 만드는 법이 없다. 지난 20년의 경험과 경기운영능력의 결합이다.
또 올해 희한하게도 양현종이 나가는 날 타선이 잘 터진다. 최근 1~2년간 양현종 등판일에 타선이 안 터지는 경향이 있었는데, 올해는 그렇지 않다. 양현종이 나가면 야수들이 공수에서 더 집중한다. 그렇게 양현종은 무려 12승을 쌓았다. 그리고 적은 이닝을 투구한 양현종은 부담 없이 25경기나 등판할 수 있었다. 아시안게임 기간 사실상 휴식기를 가졌음에도 25경기라는 등판 횟수는 묵직하다.
류현진(한화 이글스) 등과 함께 선발등판 최다 17위. 1위 제임스 네일(KIA), 임찬규(LG 트윈스)가 30회인 걸 감안하면 큰 차이도 안 난다. 워낙 몸 관리를 잘 하기도 하지만, 이닝 수를 줄이니 피로 회복에도 그만큼 도움이 된다.
올해 KIA에서 20경기 이상 선발등판한 유일한 국내투수가 양현종이다. 황동하 17회, 시라카와 케이쇼 16회, 김태형 13회, 후반기부터 불펜으로 이동한 이의리가 10회다. 황동하는 후반기 극심한 부진으로 시즌 막판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2년차 김태형은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선수다. 기복이 심하다.
여전히 KIA에서 양현종 말고 선발진을 무게감 있게 채우는 선수가 없다는 뜻이다. 윤영철이 이제 토미 존 수술과 재활을 거의 마쳤다. 김도현은 한창 재활 중이다. 김태형과 황동하는 계산되지 않았으며, 내년에 선발로 돌아갈 이의리도 더 지켜봐야 한다.
만약 양현종이 개별 몇 경기서 더 많은 이닝을 던지다 시즌을 완주하지 못하고 탈이라도 났다면? 올해 KIA의 5강 복귀를 전혀 장담할 수 없었다. 내년이면 39세이고, 불혹이 넘으면 부상 위험성이 더 높아지는 게 자연스러운 일. 결국 이범호 감독의 양현종 ‘5이닝 투수 만들기’는 대성공이다.
양현종도 마음 한 구석에 더 많은 이닝을 던지고자 하는 열망이 여전히 있다. 늘 후배 투수들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하는 이유다. 한편으로 이범호 감독의 속뜻도 알기에 묵묵히 따른다. 대신 더 꾸준하게, 더 오래 뛰기 위해 묵묵히 땀을 흘린다. 이범호 감독도 그런 양현종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양현종은 아시안게임 기간 불펜 대기까지 했다. 어쩌면 3위 싸움이 피 튀기는 정규시즌 막판 1~2경기서 불펜 양현종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결정전부터 치러야 한다면 역시 불펜 대기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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