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둘러싼 논란이 국정감사에서 다시 불거졌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청와대 지시 의혹을 부인하면서도 상품 출시 이후 발생한 손실과 우려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도입 경위와 출시 일정, 투자자 피해 및 시장감시 부실 등이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이 위원장은 이날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청와대 지시로 도입된 것 아니냐고 묻자 “그렇지 않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도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예전부터 해외에서는 되는데 국내에서는 왜 막느냐는 필요성이 계속 제기돼 왔다”며 “도입 근거는 시행령 개정이고 시행령 개정은 금융위 소관”이라고 설명했다.
이 위원장은 “관계부처와 협의해 금융위 전체회의에 상정했고, 1월 30일 입법예고를 통해 의견을 수렴했다”며 “이후 자산운용사의 상품 설계와 증권신고서 심사, 상장심사 등의 절차를 거쳐 출시됐다”고 밝혔다.
야당은 올해 1월 김용범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이 주재한 비공개 회의를 문제 삼았다.
박준태 의원은 지난 1월 13일 열린 회의에서 사실상 상품 도입이 결정된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도 금융위의 1월 28일 보고 자료에는 하반기 출시로 명시돼 있었지만, 3월 18일 관계기관 합동회의에서는 2분기 출시로 일정이 앞당겨졌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조기 출시가 아니라 일정에 따라서 출시된 것”이라며 “상품 출시는 증권신고서 심사 등 일정에 따라서 하는 것이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상품 도입에 따른 투자자 손실과 금융당국의 책임을 둘러싼 질타도 이어졌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당시 투자 과열 분위기가 형성됐지만 금융당국이 이를 충분히 제어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 위원장은 “정책 도입의 필요성 외에도 좀 더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지 않았는지 그런 부분을 유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조 의원이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도입 필요성을 보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를 도입했는데 결과적으로 여러 가지 상황을 만들어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대해 금융당국 수장으로서 진심으로 송구하고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 손실이 약 54조원에 달한다는 해외 투자은행(IB)의 분석에 대해서는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위원장은 “공식적인 보고서가 아니라 트레이딩 부서에서 작성한 비공식 시장 논평”이라며 “실제 내용을 살펴보면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이익이 난 부분은 차감하지 않고 손실 부분만 단순 합산한 것이며, 대상도 단일종목 레버리지가 아니라 전체 레버리지 상품으로 너무 넓다”고 지적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증시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에도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위원장은 “그 영향도 있겠지만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했다”며 글로벌 반도체 종목의 주가 변동과 국내 증시의 높은 반도체 집중도 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여당에서는 상품 도입 자체보다 출시 이후 시장감시 체계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고빈도매매(HFT) 업체들이 레버리지 ETF의 자산 재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매매 수요를 활용해 부당이익을 얻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HFT 월평균 거래대금은 올해 1~5월 약 2700조원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상장 이후인 6~8월 약 4200조원으로 52% 증가했다. 올해 1~8월 주식·파생상품시장의 HFT 거래대금은 총 2경6500조원으로 전체 거래의 약 40%를 차지했다.
김 의원은 한국거래소가 대규모 알고리즘 거래를 충분히 감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관련 거래에 대한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시장감시 기능과 거래 수수료 수익을 추구하는 영업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거래소 구조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는 부분은 거래소가 상시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위법행위가 발견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더욱 엄격하게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5월 27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18종의 출시를 허용했다.
이후 투자자 손실과 시장 변동성 확대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7월 신규 상품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기본예탁금을 기존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조기 상향하는 등 투자자 보호 조치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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