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두완 기자 집값을 놓고 말은 쏟아지는데, 국민의 살 집 걱정은 여전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공급 확대와 세제 개혁의 결과를 기다려 달라고 하자,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이미 오른 집값을 들어 정책 중단을 요구했고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급 증가가 서울시의 성과라고 반박했다. 정책의 책임과 성과를 놓고 맞붙었지만, 실제 공급이 늘기까지 국민의 전월세 부담을 어떻게 덜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이번 공방에서도 부족했다.
◇ “결과는 이미 나왔다”는 장동혁… 서울 상승 속 강남권 하락
이 대통령은 5일 엑스(X)에 부동산 관련 글을 잇달아 올렸다. 집값 불안의 단기 원인으로는 2022~2025년 서울을 중심으로 줄어든 인허가와 이에 따른 공급 감소를 꼽았다. 중장기 원인으로는 수도권 집중과 과도한 대출, 불공정한 세제를 지목했다. 해법으로는 △공급 확대 △대출 조정 △세제 개혁 △행정기관·공기업의 지방 이전 등을 제시했다. 최근 인허가와 착공이 늘고 있다며 향후 공급 증가도 예고했다. 공급 부족과 수도권 집중 등을 함께 해소해 집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설명이다.
정책을 비판하는 누리꾼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처럼 수십 년간 계속된 구조적 문제는 단기 처방 몇 가지로 금세 좋아지기는 어렵다”며 “실망스러우시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 주시기 바란다”고 밝혔다. 과거 민주정부가 투기 억제에 나섰지만 저항과 반발에 밀려 필요한 개혁을 끝까지 관철하지 못한 것도 성과를 내지 못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6일 페이스북을 통해 “결과는 이미 나와 있지 않은가?”라고 반박했다. 그는 “서울 아파트 값 86주 연속 폭등 신기록을 세웠다”며 “강남 조금 내리는 동안 수도권과 인천까지 다 폭등했다”고 주장했다. 전월세 부담과 청년·서민의 주거 어려움도 거론하며 “어떤 결과가 더 나오기를 바라는 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서울 전체 상승과 일부 지역 하락은 실제 통계에서도 함께 나타난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9월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주보다 0.09% 올랐다. 경기와 인천도 각각 0.15%, 0.02% 상승했다.
다만 서울의 상승폭은 5주 연속 줄었다. 주간 상승률은 △8월 24일 0.29% △8월 31일 0.22% △9월 7일 0.20% △9월 14일 0.16% △9월 21일 0.13% △9월 28일 0.09%로 낮아졌다. 9월 28일 기준 강남(-0.56%)·서초(-0.33%)·송파(-0.19%)·용산(-0.01%)은 하락한 반면, 서대문(0.41%)·동대문(0.36%)·성북(0.36%)·노원(0.34%) 등은 상승했다.
상승폭 축소는 가격 하락과 다르다. 서울 평균 가격은 오르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상승세를 유지했고, 지역별로는 등락이 갈렸다. 부동산원도 대단지·역세권과 중소형 규모를 중심으로 상승 계약이 체결되는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하향 조정 거래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대통령이 과거 부동산 정상화를 계곡 정비보다 쉽다고 했던 발언도 소환했다. 최근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의 어려움을 설명한 대목과 대비시키며 “지금이라도 세금 폭탄 부동산 폭정을 멈춰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이 사라져야 집값이 안정된다. 이제 남은 것은 그 길뿐이다”라고 주장했다.
◇ 착공 늘어도 입주는 시차… 오세훈 “서울시 정비사업 결과”
오 시장은 대통령이 제시한 공급 성과에 반박했다. 대통령이 2022~2025년 서울의 인허가 감소를 현재 집값 불안의 원인으로 꼽고, 현 정부 들어 인허가·착공이 늘었다고 설명하자 사업 추진에 걸리는 시간을 따져 물은 것이다.
오 시장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조합설립부터 착공까지 평균 10년 이상 걸리는데 대통령께서는 인허가와 착공을 1년 만에 만들어내는 요술램프라도 갖고 계십니까?”라고 물었다. 올해 나타나는 성과는 서울시가 수년간 정비사업을 복원하고 사업성을 개선해 온 결과라는 주장이다. 그는 박원순 전 시장 재임 당시 389곳, 43만호의 정비사업이 취소됐고, 이후 서울시가 214곳을 새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정비사업 약 1만5,000호가 착공했고 올해는 3만호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은 공급 부족을 설명하면서 과거 인허가 감소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오 시장 역시 사업에 시차가 있다는 점을 들어 현재의 착공 증가를 현 정부의 성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공급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양측이 각각 과거의 책임과 현재의 성과를 설명하는 근거로 제시한 셈이다.
이 시차는 공급 성과를 둘러싼 공방뿐 아니라 현재의 시장 상황을 이해하는 데도 필요하다. 인허가를 받아 공사를 시작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공사와 준공 등의 과정이 남는다. 착공이 늘어나는 동안에도 당장 입주할 주택은 부족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지난달 21일 발표한 ‘실수요 중심의 상승세 지속’ 보고서에서 올해 착공 물량이 증가했지만 주택 공급까지의 시차로 실수요 중심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월세 시장 불안과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서울의 생애최초 주택구입 비중이 30대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고도 분석했다. 향후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현재 집을 구하려는 수요가 함께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오 시장은 이처럼 당장의 주거 부담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기다려 달라고 한 것도 비판했다. 그는 전월세 대란으로 이사 갈 집을 구하지 못하는 국민에게 할 말이 아니라며 “지난 1년간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솔직히 인정하고 잘못된 방향을 바로잡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겠다고 용기 있게 선언하십시오”라고 요구했다.
이번 공방에서 대통령은 향후 공급 효과를 강조했고, 야권은 현재의 집값과 정책 실패를 지적했다. 그러나 공급이 늘기 전까지 전월세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부족했다. 대통령의 기다려 달라는 요청에는 입주 물량이 언제 얼마나 늘어나는지, 장 대표의 정책 중단과 오 시장의 원점 재검토 요구에는 무엇을 바꿔 주거 부담을 낮출지가 뒤따라야 한다.
착공한 주택이 완공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 사이에도 임대차 계약은 만료되고 이사할 집은 구해야 한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급 성과가 누구의 몫인지 따지는 공방보다 언제 입주할 수 있고 그때까지 주거비 부담을 어떻게 덜 수 있는지에 대한 답이다. 지금은 살 집 걱정에 애타는 국민의 마음부터 정치권이 헤아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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