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영국 매체 가디언은 지난 7월과 8월 사이 한국 항구에서 출발한 17만6000톤 규모의 경유 등 석유 제품이 러시아 극동 지역으로 흘러갔다고 6일 지적했다. 보도에 따르면 유럽연합과 영국의 제재 명단에 포함된 유조선들이 화물 운송에 동원됐으며 터미널 기항을 피하기 위해 해상에서 선박 간 환적이라는 편법까지 사용됐다는 것이다. 서방 국가들의 시선에서는 우크라이나 재건을 적극적으로 돕는 한국이 정작 러시아의 전쟁 수행 능력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글로벌 경유 대란과 기록적인 수출 호황
이러한 우회 수출 논란은 최근 폭등한 국제 경유 가격 흐름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29일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적 경유 수출액은 177억821만달러를 기록했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로 전체 수출 물량은 1억2982만배럴에 그쳐 작년 동기 대비 줄었으나 단가 상승 덕분에 불과 8개월 만에 지난해 전체 수출 규모에 도달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에 더해 미국발 수출 금지 검토 소식까지 겹치면서 글로벌 수급 불안이 가격을 폭발적으로 밀어 올린 결과다.
딜레마 빠진 한국 외교와 현실적 한계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억울한 측면과 현실적인 통제 한계가 동시에 존재한다. 석유 거래 특성상 다수의 글로벌 중개상을 거치고 넓은 해상에서 목적지가 바뀌는 일이 잦아 민간 기업의 무역 경로를 국가가 완벽하게 추적하고 차단하기란 물리적으로 매우 어렵다.
정부는 1402개 비전략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를 엄수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와의 관계를 완전히 단절할 수 없는 외교적 딜레마가 겹치며 민간 해상 거래에 회색 지대가 발생한 셈이다. 이번 사안은 명시적인 국내법 위반 여부를 떠나 외교적 평판 리스크로 직결될 수 있는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해상 불법 환적 감시망을 재점검하는 선제적 조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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