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지각변동⑤] 거래소마다 ‘큰손’ 붙는데…‘짝’ 없이 홀로 선 2위 빗썸

마이데일리

[편집자주]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의 합종연횡 경쟁 구도가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거래수수료와 점유율을 놓고 맞붙던 거래소들이 금융사·빅테크와 손잡고 스테이블코인과 실물연계자산(RWA)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가상자산 지각변동’ 시리즈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를 둘러싼 국내 금융·증권·IT 기업들의 치열한 M&A(인수합병) 및 협업 사례를 진단했다.

① 1위 독주에도 실적은 ‘주춤’…생존 위해 네이버와 ‘혈맹’ 택한 두나무

② 은행·증권·카드까지 줄섰다…두나무에 2조 꽂은 금융권

③ 후순위 ‘디지털X’ 베팅한 미래에셋 …‘150조’ 미션 성공할까

④ 한투·OKX 나란히 20%…코인원, 업비트·빗썸 양강 흔들까

⑤ 거래소마다 ‘큰손’ 붙는데…짝 없이 홀로 선 2위 빗썸

이재원 빗썸 대표. /그래픽=정수미 기자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금융사·빅테크와 잇달아 자본 결합에 나선 가운데 시장 2위 빗썸의 ‘짝 찾기’는 현재진행형이다. 외부 투자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실제 지분투자로 이어진 사례는 없다.

2일 가상자산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2028년 IPO(기업공개) 완료를 목표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회계체계 등을 정비하고 있다. 올해 관련 준비를 마친 뒤 내년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한다는 계획이다.

빗썸이 상장 채비에 속도를 내는 사이 경쟁 거래소들은 금융·플랫폼 기업과의 자본 결합을 통해 세력 확장에 나섰다.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포괄적 주식교환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엑스는 미래에셋컨설팅이 지분 97.15%를 확보했다. 코인원에도 한국투자증권과 OKX벤처스가 각각 지분 20%를 투자했다.

빗썸은 자본 결합 경쟁에서 한발 비켜서 있다. 거래소 사업과 직접적인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형 금융·플랫폼 기업이 주요 주주로 들어온 사례가 아직 없다.

외부 자본과의 결합 가능성을 닫아둔 것은 아니다. 지난 6월에는 키움증권과 지분투자를 놓고 초기 협의를 진행했다. 시장에서는 빗썸이 신주를 발행하고 키움증권이 이를 인수하는 제3자배정 방식까지 거론됐다.

당시 키움증권은 디지털자산 사업 기반 확보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밝혔다.

빗썸 관계자는 “기업 가치 제고와 사업적 시너지 창출을 위한 다각적인 협력 가능성을 열어두고 여러 기업들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재 지분 투자 유치나 지분 연계 사업 제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진행되거나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빗썸→홀딩스→DAA→싱가포르 법인…얽힌 지배구조

빗썸의 지배구조를 따라 올라가면 창업주인 이정훈 전 빗썸홀딩스 의장에게 닿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빗썸의 동일인(실질 지배자)으로 보는 인물도 이 전 의장이다.

빗썸의 최대주주는 지분 73.56%를 보유한 빗썸홀딩스다.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 34.20%를 보유한 특수목적법인 디에이에이(DAA)다. 비덴트와 싱가포르 법인 BTHMB홀딩스도 각각 30%, 10.69%의 지분을 갖고 있다.

DAA 위에도 해외법인이 이어진다. DAA의 최대주주는 지분 48.53%를 보유한 BTHMB홀딩스다. BTHMB홀딩스 지분 95.8%는 싱가포르 법인 SG BTC가 갖고 있다. 이 전 의장은 SG BTC 지분 50%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 전 의장은 DAA 지분 16.73%와 빗썸홀딩스 지분 4.46%도 직접 보유하고 있다.

빗썸홀딩스의 최대주주가 DAA로 올라서면서 과거 경영권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상당 부분 해소됐지만 여러 국내외 법인을 거쳐 이 전 의장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는 여전히 복잡하다.

이 같은 구조는 외부 투자 유치와 IPO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외부 금융사가 빗썸에 투자하려면 기업가치뿐 아니라 기존 주주와의 관계, 투자 이후 확보할 의결권과 경영 참여 수준, IPO 이후 지분구조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빗썸도 지배구조 정비를 상장 준비의 핵심 과제로 명시했다. 회사가 지난 8월 공개한 IPO 로드맵에는 ‘투명한 지배구조 구축’과 공정한 의사결정 체계 수립이 포함됐다. 2028년 상장을 위해서는 지배구조를 시장이 납득할 수 있는 형태로 정비하는 작업이 필요한 셈이다.

◇매출 사실상 전부 수수료…‘독립성’ 성장으로 바꿀까

빗썸 상반기 경영실적 추이. /정수미 기자

올해 상반기 빗썸의 영업수익은 168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8.7% 감소했다. 영업이익은 149억원으로 83.5% 급감했다. 당기손익은 지난해 상반기 550억원 흑자에서 올해 1087억원 순손실로 돌아섰다.

수익구조를 뜯어보면 거래량 의존도는 더욱 뚜렷하다. 상반기 영업수익 1688억원 가운데 수수료 수입은 1687억6000만원에 달했다. 기타매출은 835만원에 그쳤다. 사실상 매출 전체가 거래소 수수료에서 발생했다.

거래수수료 의존은 국내 거래소들의 공통 과제다. 가상자산 거래량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지는 만큼 경쟁사들은 금융사·빅테크와의 결합을 발판으로 거래소 밖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새로운 수익원을 찾고 있다.

빗썸은 이들과 다른 길을 택하고 있다. 특정 금융·플랫폼 기업에 편입되지 않은 사업구조를 오히려 강점으로 내세운다.

빗썸 관계자는 “특정 대형 플랫폼이나 금융사에 귀속되지 않는 독립성을 바탕으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며 “가상자산 산업 본연의 전문성과 이용자 혜택 제고에 전념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경쟁에서도 차별화를 택했다. 장기간 거래수수료를 면제해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경쟁사들과 달리 서비스 인프라와 거래 편의성, 이용자 보호를 강화해 고객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62만BTC 오지급에 사기계좌까지…IPO 앞둔 내부통제 시험대

지난 2월 빗썸은 이벤트 참여자 249명에게 총 62만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지급하려다 62만BTC를 잘못 지급하는 사고를 냈다. 당시 가치로 60조원이 넘는 규모다. 빗썸은 사고 발생 35분 만에 관련 계정의 거래·출금을 차단했고 오지급 물량의 99.7%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이재원 빗썸 대표이사가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빗썸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시작 전 대기하고 있다. /뉴시스

금융당국의 제재 문제도 남아 있다.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지난 3월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와 고객확인의무 위반 등 빗썸의 특정금융정보법 위반 사항 약 665만건을 확인하고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대표이사 문책경고 등의 처분을 결정했다. 빗썸은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실명계좌 제휴 은행인 KB국민은행과의 관계도 한 차례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은행은 지난 2월 빗썸과 계약기간을 6개월로 정한 뒤 현장실사를 통해 자금세탁방지(AML)와 내부통제 현황 등을 점검했다. 이후 위험평가와 내부심사를 거쳐 최근 계약기간을 다시 1년으로 늘려 내년 9월까지 제휴를 이어가기로 했다.

빗썸과의 제휴 확대는 국민은행에도 관리 부담을 안겼다.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의 신규계좌 1만개당 사기이용 계좌수는 평균 7.3개로 주요 8개 은행 가운데 가장 많았다.

빗썸이 목표로 세운 2028년 IPO까지 넘어야 할 산은 적지 않다. 외부 투자자를 찾는 동시에 여러 법인으로 이어진 지배구조를 정비하고 수익구조도 다변화해야 한다. 잇따라 불거진 내부통제 문제를 해소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다.

빗썸 관계자는 “이용 편의성을 제고함과 동시에 이용자 보호에 기반한 신뢰받는 가상자산 플랫폼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투명하고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제공하고 건전한 가상자산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는 책임 있는 시장 참여자로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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