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하투(夏鬪). 노조와 사측의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이 집중되며 대규모 파업이 벌어지는 여름철 노동계 투쟁으로, 여기에는 한국 노사관계의 아젠다가 압축돼 있다. 올해 하투를 이끈 대표 아젠다는 ‘영업이익 N% 성과급’이다. 영업이익·순이익에 연동한 성과급 요구가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으면서 기업의 투자 재원 마련과 노노 갈등 해소, 사회적 기여 확대 등에 대한 고민이 더욱 커지고 있다. 마이데일리는 올해 노사 임단협 타결 이후 산업계에 남겨진 부담과 구조적 현안을 짚어본다.

[마이데일리 = 심지원 기자] HD현대중공업 노사가 4개월 간의 줄다리기 끝에 지난달 30일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은 산적해 있다는 분석이다. 이번 잠정합의안에 최대 쟁점이었던 ‘영업이익 30% 성과급 배분’이 빠지면서 호황기 성과 배분 논쟁과 원·하청 격차 해소라는 굵직한 과제가 노사관계를 짓누르는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 호황기 성과 배분, 과제로 부상
올해 HD현대중공업 노사 갈등의 핵심은 ‘호황의 성과를 어떻게 나눌 것인가’였다. 회사는 기본급 11만원(호봉승급분 4만7000원 포함) 인상과 격려금 1000만원+200%, 상품권 50만원 등을 제시했다. 반면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30% 배분 등을 요구했다.
지난 6월 2일 상견례 이후 교섭을 이어온 결과, 올해 잠정합의안에는 기본급 12만원 인상(호봉승급분 5만원 포함), 일시금 1100만원과 통상임금 200% 지급, 출산휴가 확대 등이 담겼다. 쟁점이 됐던 성과급은 영업이익에 직접 연동하는 대신 별도 지급 기준에 따라 연말 재직자에게 지급하는 방식으로 합의했다. 노조는 오는 2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통해 최종 타결 여부를 결정한다.
이 과정에서 부분파업도 일어났다. 노조는 7차례에 걸쳐 부분 파업을 벌이며 압박에 나섰다. 다만 이번 부분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파업 참여 조합원 수가 많지 않았던 데다 조선소 특성상 선박과 공정별 작업이 독립적으로 진행돼 일부 공정의 가동이 중단되더라도 전체 생산 차질로 곧바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 역대급 실적·수주잔고…성과 배분 요구 키워
이처럼 노조가 성과 배분을 강하게 요구한 배경에는 조선업 호황에 따른 실적 개선이 자리 잡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2조2485억원, 영업이익은 1조9453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매출 5조9163억원, 영업이익 9054억원에 이어 2분기에는 매출 6조3322억원, 영업이익 1조399억원을 기록하며 분기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수주도 호조세다. HD현대중공업의 상반기 신규 수주는 147억7100만달러(약 22조원)로 연간 목표치를 이미 넘어섰다. 반기 말 수주잔고는 69조5142억원으로 지난해 말 56조3845억원보다 10조원 이상 증가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HD현대중공업의 3분기 매출을 6조872억원, 영업이익을 1조123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 전망대로라면 2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예상된다.
이러한 호황으로 실적과 일감이 동시에 늘어나면서 노조가 성과 배분을 요구할 명분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 숙련공 확보·원하청 격차 해소도 과제
이제 HD현대중공업에 남은 건 합의안 이행과 이에 따른 비용 부담, 그리고 통합 이후 노사 현안들을 풀어가는 일이다. 먼저 합의에 따른 비용 부담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임금·복지 관련 합의 내용을 모두 반영할 경우 지난해 교섭보다 1061만원 늘어난 조합원 1인당 약 4056만원을 지급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합원 수 8000여명을 단순 계산하면 총 부담 규모는 3200억원 안팎에 이른다.
HD현대미포와의 통합에 따른 근로조건 격차를 해소하는 것도 후속 과제다. 잠정합의안에는 연차유급휴가와 제수당 등 남은 차이를 노사공동협의체에서 추가 논의하는 내용이 담겼다. 산업전환·인사제도·산업안전 등을 다루는 협의체가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가 관건이다. 정년연장 법 개정 시 노사 협의 후 합의사항을 즉시 시행한다는 조항 역시 향후 쟁점으로 남아 있다.
인력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조선업은 수주가 늘어날수록 생산 현장의 숙련인력 확보가 중요하지만, 산업 특성상 생산량 변동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 중심의 생산구조가 형성돼 있어 숙련공 부족과 원·하청 간 처우 격차가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다.
올해 합의안에는 생산기술직 신규 채용 추진이 포함됐지만, 신규 인력이 현장 숙련공으로 자리 잡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지난 7월 정부와 조선사, 양대 노총이 참여하는 조선업 첫 노사정 협의체가 출범한 것도 숙련 인력 부족과 원·하청 격차 등 구조적 문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이다.

◇ 이익 배분과 미래 투자 ‘균형’ 맞춰야
전문가는 조선업이 호황과 불황을 오가는 사이클 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해 노사 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익 배분과 미래 투자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조선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업황이 좋을 때 수익을 많이 확보하더라도 불황기에 버틸 수 있도록 미래에 대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 입장에서는 호황기에 성과를 충분히 보상받고 싶어 하고, 회사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하려면 적정 수준의 인건비를 지급할 필요가 있다”며 “결국 호황기에 어느 정도까지 직원들에게 성과를 배분하고 어느 정도를 미래를 위해 투자할지는 노사가 함께 협의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업의 생산구조가 산업 사이클에 대응하기 위해 협력사 중심으로 운영돼 온 만큼 협력사의 숙련인력 확보와 처우 개선을 함께 봐야 한다”며 “숙련공과 우수 인재가 조선업에 유입되고 장기간 근무할 수 있도록 원청에서도 우수 인력을 적극적으로 채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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