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정수미 기자]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이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앞둔 의무공개매수제도에 제동을 걸었다.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사들인 뒤 ‘50%+1주’에 부족한 물량만 공개매수하는 현행안으로는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며 법안 재논의를 촉구했다.
라이프자산운용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VIP자산운용 등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은 30일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긴급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본회의 처리를 보류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개정안은 상장사 지분 2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경우, 보유 지분을 포함해 ‘50%+1주’에 이를 때까지 다른 주주들의 주식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지난 2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으며 다음 달 1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운용사들이 문제 삼은 것은 공개매수에 앞서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사들일 수 있도록 한 ‘선행매수’ 구조다.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취득한 뒤 50%+1주에 부족한 물량만 추가로 공개매수할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지배주주는 보유 지분 전량을 매각할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는 일부만 같은 가격에 팔 수 있다는 게 운용사들의 설명이다. 지배주주 지분이 이미 50%를 넘으면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한 추가 공개매수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운용사들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지배주주가 있는 코스피200 기업의 평균 지배주주 지분율은 44.3%다. 인수자가 이를 모두 선행매수할 경우 50%+1주를 채우기 위해 일반주주에게서 추가로 사들여야 하는 물량은 전체 지분의 5.7%+1주에 그친다.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2015년 이후 최대주주 구주 매각으로 경영권이 이전된 주요 거래 35건을 분석한 결과, 최대주주가 50% 이상을 매각한 사례는 15건으로 42.9%를 차지했다. 현행안이 적용될 경우 선행매수만으로 50% 기준을 충족해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 물량이 발생하지 않을 수 있는 사례들이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자체의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문제는 근본적인 원칙인 주주 간 차별 금지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운용사들은 대안으로 ‘비례적 공개매수’를 제시했다. 50%+1주라는 최소 매수 기준은 유지하되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배제하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함께 공개매수에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지배주주가 지분 40%를 보유한 기업의 지분 50%를 인수한다고 가정하면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각각 보유 지분의 절반가량을 같은 가격에 매각할 수 있다. 운용사 측은 인수자가 사들이는 전체 물량은 동일해 추가적인 자금 부담 없이 주주 간 매각 기회를 고르게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50%+1주는 최소한의 매수량이지 그만큼만 매수하라고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며 “지배주주가 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를 원한다면 M&A 협상 과정에서 100% 공개매수를 하도록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운용업계는 현행안이 최근 나타나는 잔여 지분 전량 공개매수 흐름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법적 의무가 없는 상황에서도 일부 M&A에서는 인수자가 지배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에게도 같은 가격으로 잔여 지분을 모두 팔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50%+1주 기준이 법제화되면 시장에서 이를 사실상 공개매수의 기준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현재 안대로 추진한다면 일단 중단하는 것이 맞다”며 “충분히 보완된 비례적 공개매수가 보장되기 전까지는 도입되지 않는 편이 도입되는 것보다 낫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도 “주식 1주는 동일한 가치와 대우를 받아야 한다”며 시장 참여자들과 충분한 공개 논의를 거쳐 제도를 다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라이프·레인메이커·머스트·밸류파트너스·VIP·블래쉬·슬기·신영·얼라인파트너스·차파트너스·칸서스·쿼드·타이거·타임폴리오·페트라자산운용과 캄투자일임, 해외 운용사인 마이알파 매니지먼트와 오아시스 매니지먼트 등 18곳이 참여했다.
Copyright ⓒ 마이데일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