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이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난 1년여간 분주한 행보를 이어온 그는 대규모 신사업 투자를 단행하는 등 미래성장동력 확보 측면에서 여러 괄목할 성과를 이뤘다. 다만, 한편으론 안전문제와 노사갈등 등 까다로운 당면과제들도 마주하고 있는 모습이다.
◇ 미래성장동력 챙겼지만… 안전문제·노사갈등은 ‘숙제’
정기선 회장은 지난해 10월 오랜 후계 행보 끝에 마침내 그룹 회장 자리에 올랐다. 부친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경영 일선을 떠나 정치권으로 향한 지 37년 만에 ‘오너경영’ 체제를 구축한 것이다.
이후 정기선 회장은 어느덧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대내외에서 분주한 행보를 이어온 그는 2030년까지 그룹 매출 규모를 100조원으로 확대시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는 한편 여러 괄목할 성과도 남겼다. 발전엔진 생산공장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전용공장 건립에 1조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것이 대표적이다. AI 전력 인프라 시장의 급부상에 발맞춰 새로운 성장동력을 장착하고 나선 것이다.
또한 정기선 회장은 미국과 필리핀, 인도 등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지속해나가며 HD현대그룹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주도하고 있다.
다만, 회장 취임 1주년을 앞두고 까다로운 과제들을 직면하고 있기도 하다. 잇단 중대재해 사망사고에 따른 안전문제와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이다.
정기선 회장은 회장 취임 이후 ‘안전경영’을 특히 강조하고 나선 바 있다. 지난해 12월 ‘HD현대 세이프티 포럼(Safety Forum)’을 개최하고, ‘모두가 안전한 작업장,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를 새 안전 비전으로 발표했다. 특히 안전은 사회적 약속이나 규범의 차원이 아닌, 기업의 생존을 결정짓는 필수조건이라고 강조하며 시스템·문화·기술을 세 가지 핵심 전략 축으로 하는 중점 추진 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사실상의 회장 취임 첫해라 할 수 있는 올해 HD현대그룹에선 중대재해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그룹의 중추인 HD현대중공업에서만 공식적으로 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고, 이 중 2건은 일주일 새 발생한 같은 유형의 사망사고였다. 또한 아직 중대재해 사망사고로 공식 확인되진 않았으나 지난 8월에도 2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여기에 HD현대삼호와 HD현대엠앤에스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까지 더하면 올해 그룹 내에서 발생한 중대재해 사망사고는 5건, 사망사고는 7건에 달한다. 정기선 회장이 내건 ‘안전이 브랜드가 되는 회사’라는 비전이 무색한 행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HD현대중공업에 대한 고강도 특별감독을 실시하고 있으며 류현철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이 직접 사업장을 찾아 안전체계의 전면 쇄신을 지시하기도 했다. 특별감독 결과에 따라 관용 없이 엄정 조치한다는 게 고용노동부 입장인 만큼, 거센 후폭풍이 지속될 전망이다.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도 쉽게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HD현대중공업 노사는 6월 초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단협 교섭을 이어왔으나 합의점 도출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부분파업이 단행되기까지 했다. 추석을 앞두고 집중교섭이 이뤄지기도 했지만 타결은 불발됐다.
물론 임단협을 둘러싼 노사갈등은 ‘연례행사’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반복되는 일이다. 다만, 올해는 상황이 더욱 예사롭지 않다. 호황기 및 실적 고공행진 속에 반도체 업계에서 촉발된 성과급 논란이 HD현대중공업까지 번졌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 노조는 영업이익의 최소 30%를 성과급으로 배분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삼성중공업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해 초과이익성과급 지급 기준을 ‘영업이익의 10% 성과급’으로 변경한 점은 HD현대중공업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정기선 회장은 3세 시대를 완정하는 마지막 퍼즐 또한 남겨두고 있다. 바로 최대주주 등극이다. 회장 승진 당시 보유 중인 HD현대 지분이 6.12%였던 정기선 회장은 이달 초 부친 정몽준 이사장으로부터 3.55%의 지분을 증여받았다. 이를 통해 10%에 육박하는 지분을 확보하며 국민연금을 제치고 2대주주에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최대주주인 정몽준 이사장은 증여 이후에도 23.0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 지위를 물려받기까지 막대한 증여세 부담이 예상되는 만큼, 재원 마련 방안과 시기 등이 까다로운 과제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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