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호실적을 거둔 증권업계에 주주환원과 사회공헌 확대, 투자자 보호 강화를 주문했다. 신용융자 쏠림과 금리 상승기에 따른 유동성 위험 관리, 투자자 권익을 침해하는 영업행태에 대한 감독 강화도 예고했다.
이 원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23개 증권회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를 열고 증권업계 현안과 향후 방향을 논의했다.
그는 "올해 코스피 지수가 연초 대비 60% 넘게 오르는 등 두드러진 상승폭을 기록했지만 상승의 대부분은 소수 대형주 쏠림에 기인했고 시장 변동성은 크게 확대됐다"며 "그 결과 대부분 개인투자자에게는 어려움을 견뎌내야 하는 시기였다"고 진단했다.
증권업계는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만으로 지난해 연간 실적에 육박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 원장은 증권업계와 투자자가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증권사는 계속 이익을 누리는데 정작 존립기반인 투자자의 상당수는 손실만 본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라며 "투자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증권산업은 그 미래를 장담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업계와 투자자가 함께 성장할 길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증권사의 주주환원 수준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나타냈다. 증권사가 기업과 투자자를 잇는 자금중개자이자 자본시장 성장의 주요 수혜자인 만큼 일반 기업에 주주환원의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원장은 "최근 증권업계에서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노력이 일부 있었지만 여전히 시장의 눈높이에는 부족한 것 같다"며 "일반 기업에게 배당 등 주주환원과 관련해 기준점을 제시해 기업가치 제고의 모범이 돼 달라"고 요청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연결 기준 현금배당성향은 △미래에셋증권 11.1% △키움증권 27.1% △삼성증권 35.5% △NH투자증권 47.3% △대신증권 51.0%였다.
증권업계의 사회적 책임 확대도 주문했다. 지난해 국내 증권사의 사회공헌활동 사업비는 잠정 500억원으로 국내 은행의 2조2000억원과 큰 차이를 보였다. 올해 상반기 별도재무제표 기준 증권사 37곳의 당기순이익은 8조6000억원, 은행 20곳은 13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원장은 "증권업계의 성과는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정작 그 투자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금, 업계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커진 규모와 역할만큼 기여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해 달라"며 "법규상 설명의무를 넘어 투자자가 손실 가능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투자자 교육을 실시해 달라"고 당부했다.
증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신용융자 관리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신용융자 잔액은 △2024년 말 15조8000억원에서 △2025년 말 27조3000억원으로 늘어난 뒤 △올해 6월 말 37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지난 8월 말에는 33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이 원장은 "신용융자가 특정 종목에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시장의 쏠림현상과 변동성 확대의 한 원인으로 지목됐다"며 최근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이뤄진 종목별 신용융자 제한과 자기자본 대비 한도 강화 자율결의가 현장에서 준수되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금리 상승기에 대비한 증권사의 유동성 관리도 강조했다. 증권사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면서 개별 회사의 건전성 문제가 금융시장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자금조달 구조를 면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원장은 "금리 상승기에 들어섰으므로 단기자금 의존도가 높은 증권사는 자금 미스매치 등 유동성 관리에 유의해 달라"며 "위기 상황에서 증권사의 유동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신(新)조정유동성비율 제도가 내년 시행될 예정이므로 차질 없이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모험자본, 부동산 등 필요한 분야에는 충분한 자금이 적시에 공급될 수 있도록 균형 있게 살펴 달라"고 덧붙였다.
투자자 권익을 침해하는 영업행태에 대해서는 보다 강한 경고를 내놨다. 금감원은 금융투자상품의 설계·제조·판매 등 전 과정을 투자자 보호 관점에서 들여다보는 한편 CEO의 관심과 자원 배분에 따라 회사별 투자자 보호 수준에 차이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은 "투자자의 눈높이와 다른 상품 설계, 허위·과장광고, 숨은 비용의 전가 등 신뢰를 저버리는 일부 행태는 여전한 상황"이라며 "CEO의 관심과 자원배분 정도에 따라 투자자 보호 수준에 현격한 차이가 있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은 앞으로 감독·검사역량을 집중해 투자자 신뢰를 훼손하는 행태를 철저하게 따져 묻고, 근본적으로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첨언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증권사 CEO들은 주주환원과 사회공헌을 적극 실천하고 투자자 보호를 직접 챙기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투자자, 기업, 증권사가 모두 더불어 성장한다는 자세로 자본시장 발전과 성숙한 투자문화 조성에 앞장서 달라"며 "금감원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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