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전국 사립대학들이 쌓아둔 누적 적립금이 사상 처음으로 12조원을 넘어선 가운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막대한 재원이 장기간 뚜렷한 사용 계획 없이 묶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교육과 연구 환경 개선에 투입돼야 할 재정이 사실상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실(전북 익산을)이 교육부와 한국사학진흥재단으로부터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25회계연도 기준 전국 사립 일반대 143개교와 전문대 117개교의 누적 적립금은 총 12조 235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6714억원(5.8%) 증가한 수치로 사립대 적립금이 12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10년 이상 사용 계획 없는 적립금만 5조 2000억원
문제는 적립금의 실제 활용 시점이 불투명하다는 점이다. 대학들이 교육부에 제출한 운용계획서 277건을 전수 분석한 결과, 10년 이상 뒤에야 사용하겠다고 분류된 금액은 5조 2409억원에 달했다. 반면 3년 내에 집행할 계획이 있는 금액은 2조 6527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일부 대학은 적립금 대부분을 장기간 쌓아두기만 하고 있었다. 수원대(4397억원), 호남대(2154억원), 진주보건대(1237억원) 등은 막대한 적립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3년 이내 사용할 계획이 단 한 푼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적립금 규모가 큰 대형 대학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성균관대(71%), 동덕여대(70%), 영남대(59%), 계명대(55%) 등은 전체 적립금의 과반 이상을 10년 뒤에 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특히 100억원 이상의 적립금을 가지고 있으면서 3년 내 사용 계획이 '0원'인 대학만 전국적으로 26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 금융기관 예치금 20%는 기준금리 밑돌아…'주거래은행 편중' 의혹
적립금 운용 과정에서의 관리 부실 정황도 포착됐다. 일반대 125개교와 전문대 85개교의 금융기관 예치 현황(총 8조 3300억원)을 분석한 결과, 전체의 19.7%에 달하는 1조 6430억원이 가입 당시 정기예금 및 저축성수신 평균금리보다 낮은 이율로 운용되고 있었다.
특히 금리 미달 예치금의 상당수가 대학의 주거래은행에 집중된 것으로 드러났다. 일반대의 경우 금리 미달 예치금(1조 1720억원)의 75%인 8728억원이 주거래은행에 묶여 있었다. 학생들의 등록금과 교육 재원으로 조성된 자금임에도 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기 위한 적극적인 운용 노력이 부족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자료 제출 과정에서의 투명성 결여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적립금 상위 20개 대학 가운데 이화여대, 수원대, 건국대는 교육부의 네 차례에 걸친 거듭된 자료 제출 요구에도 끝내 예치 현황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장기 적립금 수익, 장학금·연구비로 연결해야"
현행 사립학교법과 시행령은 교육부 장관에게 매년 사립대 적립금 현황과 사용 내역에 대한 실태 점검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한병도 의원은 "적립금은 학생과 대학의 미래를 위해 공적으로 쌓아두는 재원임에도 언제 어디에 쓸지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고등교육 투자를 확대하려는 시점에서 대학들이 쌓아둔 재원 역시 실질적으로 학생들에게 돌아가도록 원칙을 세워야 한다"며 "장기 적립금의 운용 수익을 장학금과 교육·연구비로 매년 의무적으로 연계하는 지출 원칙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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