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재제청 거부’가 불러온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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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뉴시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권신구 기자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청와대와 조희대 대법원장의 갈등이 사실상 전면전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조 대법원장이 청와대의 재제청을 거부하면서다. 청와대는 즉각 반발했다. 조 대법원장의 재제청 거부가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양측의 신경전에 정치권까지 일제히 참전하면서 이를 둘러싼 혼란은 지속될 조짐이다.

조 대법원장은 22일 청와대의 대법관 재제청과 관련해 거부의 뜻을 밝혔다. 그는 “대통령의 국법상 행위는 국무총리와 관계 국무위원이 부서한 문서로서 한다”며 “이번 제재청 요청 관련 문서로는 지난달 28일 자 ‘대법관 후보자 재제청 요청’이 있을 뿐인데 거기에는 재제청을 요청하는 구체적인 사유와 헌법적 근거가 적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앞서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달 18일 노태악 전 대법관 후임으로 손봉기 대구지법 부장판사를 임명 제청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사전협의를 거쳐왔던 ‘관례’가 지켜지지 않았다는 점을 이유로 대법원에 재제청을 요청했다. 청와대는 대법원장의 ‘제청권’은 ‘임명권’을 무력화하는 형태로 사용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헌법기관 간 권한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제청권이 사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조 대법원장은 이날 재제청 요청을 수용할 만한 헌법적 근거와 사유를 찾을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이러한 청와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지난 17일 서울 용산구 한 호텔에서 열린 ‘제20차 아시아-태평양 대법원장 회의’에서 “어떤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사법권의 독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사실상 이번 사안이 사법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이흥구 전 대법관에게 서훈을 수여하고 조희대(왼쪽) 대법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이흥구 전 대법관에게 서훈을 수여하고 조희대(왼쪽) 대법원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뉴시스

◇ 청와대 “대통령 임명권 무력화” 반발

청와대는 즉각 조 대법원장의 결정에 반발했다. 이러한 주장이 사실상 대통령의 임명권을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다. 아울러 재제청 요청에 구체적 사유가 없다는 조 대법원장의 주장에 대해 “대법원장에 대한 존중의 의미를 담아 공문에 ‘반려’ 또는 ‘거부’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을 뿐”이라며 “제청을 반려하는 헌법적 근거는 공문에서 분명히 밝혔고 구체적 사유에 대해선 수석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국민께 소상히 말씀드렸다”고 반박했다. 

야당은 오히려 이 대통령과 청와대가 삼권분립을 파괴하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김태규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제청된 후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대통령은 국회 동의 절차를 거친 뒤 임명하지 않으면 된다”며 “자신의 고유 권한인 임명권을 넘어서서 사법부의 제청권까지 대리 행사하겠다는 것이며 사법권 침해에 대한 깊은 야심을 드러낸 것”이라고 했다. 궁극적으로 이러한 행보가 이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리스크’와도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게 야권의 추측이다.

대법관 인선을 둘러싼 전례 없는 상황이 계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혼란은 장기화할 조짐이다. 민주당 내에선 “2차 사법쿠데타”. “내란적 사고”와 같은 강도 높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여당 내부에선 조 대법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면서 이를 거부할 시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는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응 방안과 관련해 “당 지도부와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여당은 일단 국정감사에 조 대법원장을 출석시키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아울러 법원행정처 폐지와 같은 ‘사법개혁’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건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법원행정처 폐지 및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법’을 조속히 통과시켜, 사법행정을 정치판사 조희대의 통제가 아닌 국민의 통제 아래 돌려놓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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