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모두가 기다리는 한가위 연휴를 그다지 반가워하지 않는 이들이 있다. 바로 전국 9000여 일반 자영주유소 사업자들이다. 정부가 추석 연휴 기간인 오는 24~27일 전국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에서만 기름값을 리터당 100원 내리겠다고 밝히면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8일 "고유가 부담을 공공이 함께 부담한다"며 이런 정책을 발표했다. 문제는 '어디서 파느냐'다.
전국 1만여개 주유소 중 할인 혜택을 받는 곳은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는 재정 고속도로 주유소 226곳. 비중으로 따지면 전체의 2%에 불과하다. 쉽게 말하면 나머지 98%는 이번 할인과 무관하다는 얘기다. 여기에서 정유사 직영 주유소 수백여곳을 제외하면 일반 자영주유소는 9000여개에 달한다.
이에 주유소업계는 즉각 반발했다. 특정 주유소만 인위적으로 가격을 낮추면 나머지 주유소와의 경쟁이 왜곡된다는 취지다. "일반 주유소는 문을 닫으라는 것이냐"는 한마디가 업계 분위기를 압축한다.
이어 석유유통업계까지 가세했다. 이들은 이번 조치를 사실상 '특혜 행정'으로 규정하며, 국민 세금을 통해 고속도로 알뜰주유소만 편파적으로 챙긴다고 꼬집었다.
업계가 유독 예민하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석유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정유사 공급가와 주유소 판매가 사이 유통마진은 이미 크게 줄어든 상태다. 여기에 △카드수수료 △운송비 △인건비 등까지 치솟으면서 일반 자영주유소들은 이중, 삼중고를 겪는 실정이다.
이런 와중에 국제유가까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고유가 고통 분담'을 내세운 배경이지만, 정작 그 고통을 가장 크게 짊어지고 있는 건 일반 자영주유소 사업자들인 셈이다.
이 상황 속 추석 연휴는 장거리 이동 차량이 몰리는 대목이다. 고속도로 주유소만 싸게 판다면 고속도로 인근은 물론 국도·도심 일반 주유소까지 고객 이탈과 매출 감소를 피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우려다. 한국석유유통협회는 "고객을 싹쓸이 빼앗아 가겠다는 불공정 행위다"고 일갈하기도 했다.
두 업계 모두 국민의 유류비 부담을 덜겠다는 정책 취지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방향은 맞는데 방식이 틀렸다는 얘기다. 이들이 요구하는 건 명확하다. 특정 주유소에만 혜택을 몰아주는 대신, 전국 주유소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 지원 방안과 손실보전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일반 주유소 가격 할인 지원, 유류세 인하 폭 확대 등이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정부 입장에서야 한국도로공사 산하 226곳만 움직이면 되니 행정적으로 손쉬운 카드였을 것이다. 하지만 정책의 편의가 시장의 공정성을 앞설 수는 없다.
일반 자영주유소 사업자도 국민이고, 그곳에서 밤낮없이 일하는 근로자들도 이 나라 국민이다. 명절 유류비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정책이 정작 그 명절 대목에 누군가의 생계를 위협하는 결과로 이어진다면, 그것을 '민생 대책'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정부가 나서야 할 것은 시장에 인위적인 가격 격차를 만드는 일이 아니라, 그 격차로 벼랑에 몰릴 사업자들을 함께 끌어안는 일이어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정부가 앞장서 조성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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