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배우 손예진, 지창욱, 나나. 이름값만으로도 화면을 꽉 채우는 톱스타와 '은교'의 정지우 감독이 뭉쳤다. 바탕이 되는 작품은 2003년 배용준·전도연·이미숙이 함께 한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다.
그런데 뚜껑을 연 '스캔들'은 '관능미'로 타오르기보다는 어딘가 미지근한 느낌이 든다. 120분짜리 영화를 450분으로 늘려놓은 시리즈는 색깔도(무색), 냄새도(무취), 심지어 치정극의 알파인 '야함(무야)'마저 찾아보기 어렵다.
뼈아픈 패착은 대놓고 내세운 '야함'의 실종이다. '조선판 브리저튼'을 기대케 했지만, 치명적인 에로티시즘은 온데간데없다. 특정 회차에 남녀 주인공의 과감한 노출이 배치됐지만, 그것이 곧 관능으로 치환되지는 않는다.
서로의 숨소리만으로도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던 원작 특유의 농염한 심리적 긴장감은 사라졌다. 남녀의 교감은 마치 기계적인 노동처럼 건조하게 묘사된다. 청불 사극의 베드신에 '텐션'이 빠지니, 시청자가 마주하는 것은 10초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고 싶은 민망함이다.

영화 판의 속도감을 8부작으로 늘려놓은 대가는 혹독하다. 늘어난 시간만큼 인물의 심리를 깊게 파고들어야 하건만, 서신을 읊조리는 내레이션과 공회전하는 대화로 러닝타임을 메운다. 정숙한 과부 희연(나나)의 철벽이 무너지는 과정은 설득력이 떨어지고, 초중반을 지루하게 끌다 후반부에 감정을 몰아치는 완급 조절은 오히려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그래도 남는 것은 배우의 연기다. 누구보다 트렌디한 얼굴을 가진 지창욱과 나나는 한복에 녹아들기 위해 노력했고, 억압된 여인의 한을 묵직하게 길어 올린 손예진의 분투는 극을 간신히 지탱한다.
치정극에서 관능을 빼고, 장르물에서 속도감을 덜어내면 남는 것은 배우에게도, 작품에게도 두고 두고 도움이 되지 않을 공허한 눈요기뿐이다. '무색·무취·무야'의 '스캔들'에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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