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 ‘SpaceJet 실패·787 성공’ 日의 두 경험…韓 민항기 전략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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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인트경제] 한국이 보잉과 에어버스가 주도할 차세대 민간 여객기 개발에 국제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독자 완성기 개발보다는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의 개발 단계부터 핵심 파트너로 참여해 기술과 장기 공급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선택은 일본 항공산업이 걸어온 두 개의 길과 대비된다. 일본은 미쓰비시중공업의 국산 제트여객기 ‘SpaceJet’ 개발에는 실패했지만, 보잉 787 국제공동개발에서는 기체 구조의 약 35%를 일본 업체들이 담당하는 등 세계 민항기 공급망에서 주요 위치를 확보했다.

한국 역시 당장 ‘한국산 완성 여객기’를 만드는 대신 후자의 길에 가까운 전략을 택한 셈이다.

우주항공청은 지난 7월 16일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민관합동추진단’을 출범시키고 국내 항공기업의 차세대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참여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추진단에는 우주항공청을 비롯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외교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한항공,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이 참여했다. 향후 최대 100여개 국내 기업과 관련 협회, 외부 전문가들이 참여할 예정이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것은 기존의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서는 것이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이 기존 B737과 A320을 대체할 차세대 민항기를 개발할 때 국내 기업이 핵심 부품이나 모듈을 직접 개발하고, 양산 단계에서 해당 품목에 대한 장기간의 공급 권한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우주항공청은 차세대 민항기 개발이 2030년 전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정 품목 개발에 성공할 경우 최소 20~30년 동안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차세대 기체 설계와 첨단 엔진 등 관련 기술을 조기에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국제공동개발을 추진하는 이유다.

한국의 선택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 민항기 산업의 경험을 함께 볼 필요가 있다.

2020년 3월 18일 나고야공항을 이륙하는 미쓰비시항공기의 스페이스젯 시험기/마이니치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2020년 3월 18일 나고야공항을 이륙하는 미쓰비시항공기의 스페이스젯 시험기/마이니치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미쓰비시중공업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일본산 제트여객기 MRJ 개발을 추진했다. 이후 기체 이름을 ‘미쓰비시 SpaceJet’으로 변경하며 상용화를 추진했지만 개발 일정이 반복적으로 지연됐다.

특히 상업 운항에 필요한 형식인증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설계 변경과 개발비 증가가 이어졌고, 미쓰비시중공업은 결국 2023년 2월 7일 SpaceJet 개발 활동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그러나 일본 민항기 산업 전체를 실패로만 평가하기는 어렵다.

보잉 787 드림라이너는 미국과 일본 등이 참여한 대표적인 국제공동개발 항공기다. 일본 기업이 담당하는 기체 구조 비중은 약 35%에 이르며, 미쓰비시중공업은 대형 복합재 주익의 개발·생산을 담당했다.

미쓰비시중공업은 현재도 보잉 787·777·767·737과 에어버스 A321 등 주요 민항기 사업에서 주익과 동체, 각종 구조물을 공급하며 국제공동개발·생산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아이치현 주부공항에서 보잉 787의 1000번째 주익이 대형 수송기 드림리프터에 실리고 있다/마이니치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아이치현 주부공항에서 보잉 787의 1000번째 주익이 대형 수송기 드림리프터에 실리고 있다/마이니치신문 보도분 갈무리(포인트경제)

결국 일본은 독자 완성기 개발에서는 좌절했지만 국제공동개발과 글로벌 공급망 참여에서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축적한 셈이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전략도 완성기 독자 개발보다는 이 같은 국제공동개발 모델에 가깝다.

한국은 KF-21 전투기 개발과 항공기 구조물 생산 등을 통해 항공 제조 기술을 축적해 왔지만 세계 민간 여객기 시장에서는 아직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의 공급망에 참여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국내 항공기업의 위치를 단순한 주문자생산 방식의 부품 공급업체에서 설계와 개발 단계부터 참여하는 공동개발 파트너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항공기 제조사가 요구하는 품질과 생산 능력, 대규모 초기 투자뿐 아니라 민항기 개발과 인증 경험을 갖춘 전문인력 확보도 필요하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은 추진단 출범 당시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참여가 국내 항공제조산업이 단순 부품 공급을 넘어 고부가가치 제조 역량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오른쪽)이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오태석 우주항공청장(오른쪽)이 민항기 국제공동개발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일본이 SpaceJet을 통해 독자 완성기 개발의 높은 진입장벽을 경험한 반면, 보잉 787에서는 국제공동개발을 통해 세계 항공산업 공급망의 핵심 위치를 확보했다.

2030년 전후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차세대 민항기 개발에서 한국이 어느 수준까지 설계와 개발 영역에 진입할 수 있을지가 향후 국내 민항기 산업의 경쟁력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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