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⑬] “두 발달장애인의 결혼, 매일 기적을 보고 있죠”

시사위크
발달장애인 화가인 서은혜(개명 전 정은혜) 씨와 남편 조영남 씨는 유튜브와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발달장애인 화가인 서은혜(개명 전 정은혜) 씨와 남편 조영남 씨는 유튜브와 방송 예능 프로그램 출연으로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시사위크=이민지·권정두 기자  “발달장애인도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선한영향력’ 상을 수상한 서은혜(개명 전 정은혜) 작가가 밝힌 소감이다. 화가이자 발달장애인 비영리 예술단체 ‘어메이징 아웃사이더 아트센터’ 대표를 맡고 있는 서은혜 작가는 유튜브 등 다방면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며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2022년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에 출연해 애틋한 감동을 안겨줬다.

지난해 5월엔 같은 발달장애인인 조영남 씨와 한 편의 영화 또는 축제와도 같은 결혼식을 올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후 두 사람은 부부의 일상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2-너는 내 운명’을 통해서도 다른 어떤 부부보다 서로를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애인의 결혼생활과 결혼식이 낯설기만 한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안겨주는 모습들이었다.

물론 두 사람의 결혼이 그저 순탄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축제와도 같은 결혼식, 방송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안겨준 알콩달콩한 부부의 일상이 있기까지 많은 노력과 희생, 치열한 고민과 결단이 있었다.

‘시사위크’는 서은혜·조영남 부부가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어메이징 아웃사이더 아트센터’에서 운영 중인 카페 ‘니얼굴 은혜씨’를 찾아 서은혜 씨의 부친인 영화감독 서동일 씨와 만났다. 인터뷰는 서은혜 씨가 동석한 가운데 조영남 씨의 커피를 곁들여 진행됐다. 서동일 씨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매일 기적을 보고 있는 기분”이라면서도 우리 사회의 현실과 나아가야 할 방향을 덤덤히 이야기했다.

서동일 씨는 서은혜·조영남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기적을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서동일 씨는 서은혜·조영남 부부의 결혼생활에 대해 기적을 보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Q. 늦었지만 결혼 축하드립니다. 먼저, 두 분이 만나 사랑에 빠지게 된 과정이 궁금한데요.

“서은혜 작가가 하는 그림 그리는 일은 ‘경기도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로, 올해 6년 차가 됐어요. 장애인의 인권과 권리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캠페인 활동이 이 일자리의 직무입니다.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일을 하는 거죠. 처음엔 은혜를 포함한 5명으로 일자리를 신청해 시작했는데 이후 동료작가가 10명, 20명으로 늘었고, 이제는 양평 지역에서만 30명이 이 일자리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은혜가 ‘포니정 영리더상’을 수상하면서 받은 상금 5,000만원을 중심으로 1억원의 보증금을 모으고 월세도 나눠 내면서 이곳 ‘어메이징 아웃사이더 아트센터’ 공간을 마련해 일하고 있는데요. 재작년엔 읍내에 햄버거 가게가 있는 건물 7~8층이 일터였어요. 그때 영남 씨가 일자리에 지원해 출근을 시작했고, 마침 은혜 옆에 앉게 됐어요. 일자리에 오기 전에 드라마에 나온 은혜를 봤던 영남 씨가 은혜를 직접 보고는 첫눈에 반했고,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면서 꼬셨다고 합니다. 그렇게 서로 좋아하는 감정이 생기게 된 거죠.”

Q. 비장애인에게도 연애와 결혼은 천지차이인데, 결혼을 결심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서은혜 씨와 조영남 씨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서 만나 사랑을 싹틔웠다. 서은혜 씨가 출연한 드라마를 봤던 조영남 씨가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며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지난해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가 된 서은혜 씨와 조영남 씨는 ‘권리중심 중증장애인 맞춤형 공공일자리’에서 만나 사랑을 싹틔웠다. 서은혜 씨가 출연한 드라마를 봤던 조영남 씨가 매일 아침 커피를 내려주며 마음을 전했다고 한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함께 일하며 서로 좋아하는 감정을 확인했는데, 영남 씨는 시설에서 지내다 보니 업무를 마치면 곧장 돌아가야 했어요. 12시가 되면 시설에서 데려가기 위해 차가 와서 기다리고 있었죠. 일을 마친 뒤 같이 영화도 보고, 카페도 가고, 산책도 하고 그런 연애생활을 해야 하는데 시설 입장에서는 관리를 해야 하다 보니까 그런 시간을 갖지 못하는 게 안타까웠어요. 둘이 따로 시간을 보내려면 시설에 이야기를 해서 승인을 받아야 하고, 데려다줘야 하는 등 절차가 너무 번거로웠고요.

두 사람 다 성인인데, 본인들의 연애생활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의 사랑과 연애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두 사람이 자유롭게 감정을 나누면서 행복한 순간들을 계속 지속하게 할 수 있을까에 대한 깊은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러려면 결국 시설에서 독립하는 수밖에 없었고, 독립하는 방법은 결혼이 아니고서는 없었어요. 

처음엔 ‘가능할까?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너무 사랑하고, 감정이 무르익고, 누구보다 순수하고 행복해 보이는데 우리가 어른이라는 이유로 이걸 보장하지는 못할망정 방해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더 커졌어요. 어차피 한 번밖에 없는 삶인데 찾아온 기회를 이런저런 조건들과 여건들을 따지다 놓치면 안 되겠다, 우리 사회가, 우리 어른들이 두 사람이 사랑할 권리와 행복할 권리를 지켜주는 게 도리가 아닐까 해서 결혼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커피로 서은혜 씨의 마음을 샀던 조영남 씨는 이제 카페 사장님으로도 활동 중이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커피로 서은혜 씨의 마음을 샀던 조영남 씨는 이제 카페 사장님으로도 활동 중이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Q. 결혼식 때 두 사람의 결혼을 ‘사회적 결혼’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떤 의미인가요?

“두 사람의 삶을 저와 아내, 그리고 우리 가족이 온전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었다면 결혼을 못 시켰을 겁니다. 장애인 한 명을 보살피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에요. 너무 힘든 일이다 보니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일들이 벌어지기도 하죠. 그런데 한 명에 더해 두 명을 보살피는 게 온전히 우리 가족 몫이 되는 건 정말 엄두도 낼 수 없는 일입니다.

결혼을 하고 지금 두 사람이 어떻게 생활하고 있냐면, 먼저 아침에 활동지원사 선생님들이 집으로 와서 많은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식사를 준비해주고, 도시락을 싸서 일터로 출근시켜 준 뒤 집 청소와 세탁 등 집안일을 해줍니다. 두 사람 각각 한 달에 150시간씩 도움을 받고 있죠. 그러니까 저나 아내가 아침부터 찾아갈 필요가 없어요.

출근을 하면 일자리에서도 수월한 업무를 돕는 근로지원인이 있습니다. 2명당 1명이 장애인의 일자리 활동을 지원해주는데요. 이곳 같은 경우는 그림 그리는 일을 하는 곳이어서 재료 준비나 뒷정리 등을 돕습니다.

일을 마치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나면 오후엔 주간활동서비스가 시작됩니다.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간이 바우처 형태로 제공되는 방식인데 배드민턴, 볼링, 합창 등 수요를 조사해 프로그램이 마련됩니다. 이때도 도와주는 선생님들이 있죠. 두 사람의 경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하니까 오후에도 그림을 그립니다. 매일 그림만 그릴 수는 없으니 요일별로 다른 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주간활동까지 마치고 5시 반쯤 되면 또 개별 활동지원사 선생님이 와서 집으로 데려가고 저녁을 준비해줍니다. 지금 은혜의 활동지원사 선생님은 생활체육강사 출신이라 저녁을 먹은 뒤 집에서 할 수 있는 생활 운동을 알려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다 저녁 9시 정도가 되면 퇴근하죠.

이렇게 하루를 보내는 동안 우리 부모가 두 사람의 일상에서 특별히 거들어야 할 게 없습니다. 일자리와 정책, 시스템, 지원, 인력들에 의해서 두 사람의 하루가 채워지고 있는 겁니다. 이게 가능하니까 결혼을 시킬 수 있었던 거죠.”

서은혜 씨의 모친인 만화가 장차현실 씨는 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를 설립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와 주간활동서비스 등을 연결시킴으로써 모범사례를 구축했다. / 유튜브 채널 ‘니얼굴 은혜씨' 영상 캡처
서은혜 씨의 모친인 만화가 장차현실 씨는 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를 설립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와 주간활동서비스 등을 연결시킴으로써 모범사례를 구축했다. / 유튜브 채널 ‘니얼굴 은혜씨' 영상 캡처

Q. 살짝 놀랍기까지 합니다. 

“이게 가능했던 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시작하면서 주간활동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활동 지원들을 연결하는 작업들을 은혜 엄마가 해왔기 때문인데요. 장애인부모연대 양평지회를 만들어서 각종 지원 서비스를 직접 신청하고, 심사를 거쳐 선정돼 예산을 따오기도 했습니다.

덕분에 지금 이곳 일터는 3~4시간 일만 하고 끝나는 게 아니고, 오후 주간활동서비스까지 이어집니다. 일자리 사업 따로, 주간활동서비스 따로 운영되면 각 운영 주체 사이의 협조가 원활하지 않을 수 있는데, 저희 단체는 사업을 통합적으로 운영하기 때문에 유기적인 운영이 가능한 겁니다.

물론 이게 모든 지역에서 가능한 건 아닙니다. 또 저희가 굉장히 모범적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다른 지역에서 견학 방문을 많이 와요. 어떻게 이런 게 가능한지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단체나 기관에서 연락과 방문이 계속 오고 있습니다.

다만, 저희도 아주 안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어요.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사업들이다 보니 지자체장의 의지나 공무원들의 인식에 따라 일순간 없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다른 지역의 경우 지자체장이 바뀌면서 많은 장애인 일자리가 사라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도 일자리 등을 유지하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죠.

이러한 시스템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해선 제도적 보완과 국가 차원의 운영이 필요합니다. 지난해 국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특별법으로 제정해달라고 진술하기도 했는데요. 특별법이 제정돼야 지역에 따른 차이 없이 전국적으로 국가 차원에서 권리중심 공공일자리를 시행할 수 있는 조건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

서은혜·조영남 부부의 결혼식은 주변의 많은 도움 속에 축제처럼 진행됐다. / 유튜브 채널 ‘니얼굴 은혜씨' 영상 캡처
서은혜·조영남 부부의 결혼식은 주변의 많은 도움 속에 축제처럼 진행됐다. / 유튜브 채널 ‘니얼굴 은혜씨' 영상 캡처

Q. 결혼식이 무척 특별했습니다. 준비하는 과정은 어땠나요? 공공 차원의 도움을 받은 건 없었나요?

“결혼식 준비라는 게 예식장 잡는 것부터 여러 가지 챙길 게 무척 많잖아요. 보통은 당사자들이 하는 건데, 저희는 그게 어렵다 보니 저와 아내가 전적으로 맡아서 했어요. 사실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도 받고 그랬죠.

고민 끝에 결혼을 결심했지만 일반 예식장은 예악하기 어렵고 원하는 시기에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침 은혜가 작가로서 성장한 곳인 문호리 리버마켓 감독님이 결혼식을 함께 준비해주겠다고 했어요. 문호리 리버마켓은 근처 카페 안쪽 마당에서 매일상회라는 이름으로 계속 열리고 있었는데, 그곳에서 원하는 날짜와 시간에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죠. 원래 결혼식을 하는 곳이 아니어서 장식 등 해야 할 게 많았는데 셀러들이 함께 도와준 덕분에 두 달 만에 준비가 가능했습니다.

제일 큰 문제는 아무래도 주차와 화장실이었는데요. 주차공간이 부족해서 근처 하천가에 주차하고 걸어와야 했는데, 장애인 하객의 경우 결혼식장 바로 앞에서 하차한 후 세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화장실도 장애인 화장실이 따로 있진 않아서, 특정 화장실을 장애인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게 했고요.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공공 차원의 도움을 받은 건 전혀 없었습니다. 장애인 부부가 결혼을 할 때 공적으로 체계적인 컨설팅이나 지원 시스템이 있으면 가족이 떠안는 부담이 크게 줄어들 텐데 하는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선한영향력’ 상을 수상한 서은혜·조영남 부부는 “발달장애인도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지난해 SBS 연예대상에서 ‘선한영향력’ 상을 수상한 서은혜·조영남 부부는 “발달장애인도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Q. 장애인에게 결혼이 갖는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또 우리 사회가 더 나아지기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하고 매일 기적을 보고 있는 기분입니다. 은혜가 이렇게 그림을 잘 그리고, 돈을 벌고, 좋은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결혼할 거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요. 영남 씨가 시설에서 지낼 때,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카페까지 차릴 수 있을 거란 상상을 할 수 있었을까요. 저희도 상상해본 적 없는 일입니다. 

영남 씨는 시설에서 지낼 때 저녁을 먹은 후 자기 방에서 TV를 켜놓고 휴대폰만 했어요. 그런데 결혼을 하고 나서 시간이 조금 지나니까 저녁에 밖에 나가기 시작했어요. 동네 한 바퀴 돌며 산책하고, 마트에 들러 평소 먹고 싶었던 걸 자기 용돈카드로 사기도 하는 거죠. 물론 상황에 따라 장애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결정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필요한 겁니다.

핵심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을 어떤 존재로 인식하느냐인 것 같아요. 노동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는 존재로, 그런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 생각하지 않아요. 그런 건 이 사람들과 관계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어떻게 잘 보호할까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 않나요.

은혜와 영남 씨가 일을 하고, 일터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독립하는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이 ‘이게 다 가능한 이야기야?’ 하고 놀라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사실 놀랄 일이 아니지 않나요? 너무나 평범하고 일상적인 모습인데 우리 사회의 인식 때문에 놀라운 일로 여겨지는 겁니다. 결국은 인식의 전환이 가장 중요합니다.”

서동일 씨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결정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서동일 씨는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을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결정권과 자유를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 이민지·권정두 기자

Q. 인식의 전환이란 부분에선 두 사람의 모습도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무 많겠지만 국가적, 정책적 측면에서 필요한 것을 꼽아주신다면요?

“‘동상이몽’ 방송이 인연이 돼서 김혜경 여사께서도 이곳에 한 번 오신 적이 있습니다. 오셔서 발달장애인이 이렇게 결혼을 할 수 있구나, 이렇게 결혼 생활이 가능하구나 하는 것을 두 사람을 보면서 처음 인식했다고 하시더군요.

앞에서 말했던 것의 연장선인데, 우리는 장애인을 어떤 수혜자나 시설에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 예외적인 존재로만 여기는 정책이 만들어지고 예산이 쓰이고 있습니다.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노동할 수 있고 결혼할 수 있고 자립할 수 있는 존재로 여겼다면, 그런 것들을 어떻게 가능하게 할까에 초점을 맞춰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정책과 시스템이 만들어졌을 겁니다. 생각을 바꾸는 게 어렵지, 생각만 바꾸면 할 수 있는 방법은 많아요.

실제로 두 사람이 결혼하는 걸 보고 일자리 내 커플들이 많이 생기기도 했어요. 모든 것이 경험해보지 못한 데에서 오는 두려움이 큽니다. 이런 사례와 가능성이 많이 공유돼야 하고, 그래야 다른 사람도 용기를 내 볼 수 있는 거죠. 물론 두 사람의 경우 사실 부모의 헌신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당사자들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헌신도 할 수 있었던 거지만요.

더 많은 이들이 용기를 내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안정감을 주는 제안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장애인 자녀의 결혼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부모들이 두려움을 딛고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국가적, 정책적으로 먼저 제시되는 것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어려움을 느끼는지 상담하고, 그것에 대한 코칭과 컨설팅을 해준다면 결심과 확신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겠죠. 그렇게 다양한 사례들이 만들어지고, 나아가 구조화돼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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