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라임경제] 예금보험공사가 부실금융기관 관련자들의 은닉 가상자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가상자산거래소가 조사 대상자들에게 정보 조회 사실을 사전에 통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거래소의 유권해석 요청에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한 소극 행정이 빚어낸 촌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민규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A 가상자산거래소는 지난 6월1일 부실은행 관련자 46명에게 예금보험공사(이하 예보)의 가상자산 정보 조회 사실을 사전에 통지했다.
예보는 부실금융기관 관련자의 가상자산 보유 여부와 거래 내역 등을 조사해 은닉자산을 추적·환수하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가상자산 거래정보에 대한 통지 의무와 예금자보호법상 정보 제공 절차 사이의 제도적 공백에서 비롯됐다.
올해 2월 신용정보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가상자산 거래정보가 개인신용정보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거래소는 예보에 부실금융기관 관련자의 정보를 제공할 경우 정보 주체에게 해당 사실을 통지해야 한다.
하지만 예보는 조사 대상자들이 가상자산을 다른 지갑 등으로 이전할 가능성을 우려해 가상자산거래소 측에 정보 제공 사실에 대한 통지를 유예해 달라고 요청했다.
반면 가상자산거래소는 통지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는 만큼, 예보에 명확한 법령 해석을 요청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의 명확한 해석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예보는 정식 유권해석 절차를 거치는 대신 국민신문고를 통해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답변을 받은 뒤 이를 거래소 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해당 답변만으로는 정보 제공 사실에 대한 통지 의무를 유예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근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다는 게 거래소 측 입장이다. A 거래소는 결국 예보에 정보 제공 사실을 사전 통지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예보는 거래소가 부실금융기관 관련자에게 정보 조회 사실을 사전에 통지할 경우 은닉자산 추적 업무를 방해할 수 있다는 점을 거래소 측에 알렸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줄다리기가 이어지자, A 거래소는 법적 책임 문제를 고려해 결국 부실금융기관 관련자들에게 예보의 가상자산 정보 조회 사실을 통지했다.
사후 대응 과정에서는 예보가 관련 사실을 의원실에 누락한 정황도 드러났다.
예보는 A 거래소로부터 지난 6월9일 사전 통지 사실을 전달받아 이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의원실에 최초 보고하는 과정에서는 해당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예보는 "법적 책임 문제로 A 거래소가 가상자산 거래내역을 제출하지 않은 것처럼 처리해 달라는 요청을 해왔다"고 해명했다는 게 박 의원실의 주장이다.
박민규 의원은 "은닉자산을 찾기 위한 조사인데 정작 조사 대상자에게 자신의 가상자산을 조사하고 있다는 사실부터 알려졌다"며 "만약 보유 규모가 컸다면 수억·수십억원 상당의 은닉자산을 놓칠 수 있었던 초대형 사고"라고 비판했다.
이어 "최초 의원실 보고에서 A 거래소의 자료 제공 및 사전 통지 관련 사실까지 누락했고, 금융위원회도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번 국정감사에서 은닉자산 조사 사전 유출 경위와 책임 소재, 재발 방지 대책을 철저히 따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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