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배우자의 외도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오히려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있다. 남편이 다른 여성과 부정행위를 한 뒤 집을 나가 별거하면서 "이미 혼인관계가 파탄되었으니 이혼해 달라"고 청구하는 식이다.
이 경우 아내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오히려 먼저 이혼을 요구하는데, 법원은 이러한 이혼청구를 받아들일까.
사례를 보자.
고양시 일산에 거주하는 A씨는 남편과 오랜 기간 혼인생활을 해왔다. 그런데 남편은 다른 여성과 부정행위를 한 뒤 집을 나갔고, 이후 파주시에 거주하면서 A씨를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확인한 뒤 상대 여성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제기해 그 책임을 묻고 있었다.
남편은 부부가 이미 오래전부터 각방을 사용했고 대화도 거의 하지 않았으므로 혼인관계가 자신의 부정행위 이전부터 파탄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씨는 부부 사이에 갈등은 있었지만 혼인을 끝낼 정도는 아니었고, 외도 전까지 함께 생활하며 김포시에 있는 시댁을 찾아가는 등 부부로서의 생활을 계속해 왔다고 반박했다.
먼저, 누가 혼인파탄에 주된 책임이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우리 대법원은 이른바 '유책주의'를 기본 입장으로 취하고 있다. 즉 스스로 부정행위 등을 하여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배우자가 그 파탄을 이유로 상대방 의사에 반하여 이혼을 요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남편의 부정행위와 가출이 혼인파탄의 주된 원인이라면, 아내가 이혼을 원하지 않는 경우 남편의 이혼청구가 기각될 가능성이 높다.
다음으로, 단순히 "이혼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할 수 있다.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혼인관계를 유지하거나 회복하려는 진지한 의사가 있다는 점도 중요하다.
반대로 소송 과정에서 상대방에게 지속적으로 이혼을 요구했다거나, "다시는 같이 살 생각이 없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냈다면 실제로는 혼인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인용될 수도 있다.
따라서 변호사와 상담할 때에는 상대방의 부정행위 증거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별거에 이르게 된 경위와 부부 사이의 대화, 생활비 지급 여부, 자녀와의 관계, 혼인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경험이 많은 이혼전문변호사라면 단순히 "이혼할 의사가 없다"는 입장만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혼인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계속할 것을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마지막으로, 외도 사실이 있다고 해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가 언제나 기각되는 것은 아니다. 대법원도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상대방 배우자도 사실상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거나, 장기간의 별거와 세월의 경과로 당초의 유책성이 상당히 약화된 경우, 상대방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충분한 보호와 배려가 이루어진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실제로 대법원은 부정행위가 혼인갈등의 계기가 되었더라도 이후 오랜 기간 쌍방 모두 혼인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적대적인 관계가 계속됐다면, 최초의 잘못만으로 현재의 혼인파탄 책임을 모두 한쪽 배우자에게 돌릴 수 없다고 본 사례도 있다.
결국 바람을 피운 배우자가 먼저 이혼소송을 냈다고 해서 곧바로 이혼이 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외도 사실만 입증하면 무조건 이혼청구가 기각되는 것도 아니다. 누가 혼인관계를 깨뜨렸는지, 그 이후 부부가 어떤 생활을 해왔는지, 상대방에게 실제 혼인회복 의사가 있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한다.
잘못한 사람이 먼저 법원에 왔다고 해서 반드시 먼저 출구를 열어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그 문을 닫아두려면 "이혼하기 싫다"는 말뿐 아니라, 왜 혼인을 계속하려는지까지 소송에서 일관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김광웅 변호사(이혼전문) /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37기 수료/ 세무사 / 변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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