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질 배터리, 전력자산으로…현대차그룹의 새 활용법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용 후 전기차 배터리의 두 번째 쓰임을 충전 인프라에서 찾는다. 차량에서 사용을 마친 배터리를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사용하고,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 저장한 전력을 피크 시간대 급속충전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업의 핵심은 사용 후 배터리를 실제 충전사업과 연결해 경제성과 운영 효율까지 검증하는 데 있다. 전기차 보급이 늘수록 사용 후 배터리 처리와 충전 인프라 운영비 부담이 함께 커지는 만큼, 두 문제를 하나의 사업 모델로 묶을 수 있을지가 이번 실증의 관건이다.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 △현대엔지니어링 △원익피앤이와 함께 경기 화성시 원익피앤이 동탄 사업장에서 'EV 사용 후 배터리 기반 UBESS 실증'에 들어갔다. 

이번 설비는 현대차그룹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기반 차량의 사용 후 배터리팩을 활용한 국내 첫 UBESS(Used Battery Energy Storage System) 사례다. 전체 시스템 규모는 200㎾h다. 

운영 방식은 비교적 명확하다. 전기요금이 낮은 시간대 UBESS에 전력을 저장한 뒤 요금이 높은 시간대 급속충전기에 공급한다. 충전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 전력 구매 부담을 낮추고 충전 인프라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구조다. 


전기차 충전사업에서 전력비는 운영 수익성을 좌우하는 주요 요소다. 급속충전기는 순간적으로 높은 전력을 사용하는 만큼 피크 시간대 전력 비용과 설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 UBESS가 충전소의 전력 수요를 분산시키면 사용 후 배터리의 잔존 가치를 충전소 운영비 절감에 활용할 가능성도 생긴다.

 현대차·기아는 사용 후 배터리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 체계와 사업 모델 개발을 맡는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제공받은 배터리팩으로 UBESS를 제작하고 배터리 진단과 운영 기술을 바탕으로 성능·안전성을 검증한다. 

현대엔지니어링은 실제 EV 충전 인프라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성과 충전 인프라 보급사업 연계 가능성을 살핀다. 원익피앤이는 충전기 제조와 인프라 구축 역량을 활용해 설비 운영과 기술 검증을 담당한다. 

이번 실증에서 확인할 항목도 기술 성능에 한정되지 않는다. 충·방전 제어 알고리즘과 시스템 안전성, 배터리 성능 유지 특성에 더해 충전 서비스 품질과 운영 효율성까지 함께 검증한다. 사용 후 배터리를 실제 사업 환경에 투입했을 때 비용과 품질을 동시에 맞출 수 있는지를 보겠다는 의미다. 

업계에서 사용 후 배터리 활용은 이미 재사용과 재활용 두 갈래로 나뉘고 있다. 성능이 남아 있는 배터리는 ESS 등으로 다시 쓰고, 재사용이 어려운 배터리는 핵심 소재를 회수하는 방식이다. 이번 실증은 그중 재사용 단계에서 경제성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사례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가 차량에서는 요구 성능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고정형 ESS에서는 활용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차량용 배터리는 높은 출력과 주행 안전성을 요구하지만, 고정형 저장장치는 운용 조건이 상대적으로 일정해 잔존 성능을 활용할 여지가 더 크다.

다만 사업화까지는 배터리 상태 진단과 잔존가치 평가, 안전성 확보, 시스템 비용 등이 함께 풀려야 한다. 사용 후 배터리마다 성능 편차가 존재할 수 있어 안정적인 ESS 운영을 위해서는 배터리 선별과 진단 기술이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엔지니어링, 원익피앤이를 함께 묶은 것도 이런 구조와 연결된다. 배터리 공급과 진단, ESS 제작, 충전 인프라 운영, 설비 구축까지 각 단계의 전문성을 한 번에 검증해야 실제 사업 모델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실증의 방향은 사용 후 배터리의 잔존 가치를 실제 사업 자산으로 전환하는 데 맞춰져 있다. 전기차 판매가 늘수록 사용 후 배터리 발생량도 증가하는 만큼, 재사용 시장을 안정적으로 만들 수 있다면 배터리 생애주기 전반의 비용 구조도 달라질 수 있다. 

향후 관건은 200㎾h 규모 실증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실제 충전소 운영 모델로 확대할 수 있느냐다. 전기요금 절감 효과와 배터리 성능 유지, 안전성이 확인될 경우 UBESS는 사용 후 배터리 처리와 충전 인프라 운영 효율을 동시에 개선하는 대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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