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너무 ‘특별한’ 결혼식⑨] 법 있어도 장애인에겐 여전한 장벽

시사위크
장애인의 시설·정보·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틀은 마련돼 있지만, 예식장 선정과 상담부터 이동·촬영·예식 진행까지 결혼식 전 과정에는 여전히 장벽이 남아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장애인의 시설·정보·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틀은 마련돼 있지만, 예식장 선정과 상담부터 이동·촬영·예식 진행까지 결혼식 전 과정에는 여전히 장벽이 남아 있다. / 사진=김두완 기자

시사위크=김두완·권정두·박설민·이민지·전두성 기자  장애인의 시설·정보·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틀은 이미 마련돼 있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예식장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갖춰야 하고, 장애를 이유로 시설이나 서비스 이용을 제한하는 행위도 금지된다. 그러나 법이 보장한 접근권과 장애인이 결혼식 현장에서 체감하는 현실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한다.

‘시사위크’가 만난 장애인들은 예식장 선정과 상담부터 이동, 드레스와 촬영, 식순 진행까지 곳곳에서 장벽을 마주했다. 결혼식은 시설·정보·이동·의사소통 등 여러 접근권이 동시에 요구되는 삶의 중요한 과정이다. 현행 법과 제도가 결혼식 현장에서도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적용과 운영의 빈틈을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예식장도 법 적용 대상… 마련된 ‘접근권의 최소선’

현행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예식장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대상에 포함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와 별표 1은 예식장을 문화 및 집회시설 가운데 집회장으로 분류하고, 동일한 건축물에서 예식장 용도로 사용하는 바닥면적의 합계가 500㎡ 이상인 시설에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부과한다.

이에 해당하는 예식장은 시행령 별표 2가 정한 기준에 따라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접근로와 출입구, 복도, 계단 또는 승강기, 화장실 등의 편의시설을 갖춰야 한다. 장애인전용주차구역을 비롯한 세부 시설의 설치 여부와 기준은 주차장 설치 여부와 시설의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진다. 장애인이 예식장에 들어가 내부를 이동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물리적인 최소 기준을 마련한 것이다.

다만 모든 예식장에 동일한 기준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예식장 용도로 사용하는 바닥면적이 500㎡ 미만이면 장애인등편의법상 편의시설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다. 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축물도 이후 증축·개축·재축·이전·대수선 또는 용도변경이 이뤄졌는지에 따라 의무 적용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드레스숍 △메이크업숍 △스튜디오 등 역시 건축물의 용도와 규모 등에 따라 적용 기준이 다르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에서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였지만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적정설치율은 79.2%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예식장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가 아니어서 예식장의 설치·이용 실태는 별도로 파악하기 어렵다. / 사진=이민지 기자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에서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였지만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적정설치율은 79.2%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예식장만을 대상으로 한 결과가 아니어서 예식장의 설치·이용 실태는 별도로 파악하기 어렵다. / 사진=이민지 기자

법이 적용된다는 사실이 곧 편의시설의 적정한 설치와 이용까지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 현황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시설의 편의시설 설치율은 89.2%였지만, 법적 기준에 맞게 설치된 비율인 적정설치율은 79.2%였다. 편의시설이 설치됐더라도 규격이나 구조가 기준에 맞지 않는 사례가 존재한다는 의미다.

다만 이 수치는 예식장만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가 아니다. 법 적용 대상에 예식장이 포함돼 있지만 공개된 조사 결과만으로는 예식장의 편의시설 설치 수준과 실제 이용 가능성을 별도로 파악하기 어렵다. 장애인 결혼식 접근성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는 데 필요한 기초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물리적 기준을 충족하는 것만으로 결혼식 전 과정의 접근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휠체어 이용자가 예식장에 들어갈 수 있더라도 버진로드와 단상, 신부대기실, 연회장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시각장애인이 예식장 구조와 동선을 안내받거나 농인이 상담·계약 과정에서 수어통역을 지원받는 문제도 시설 설치 기준만으로 해결하기 어렵다.

장애인등편의법 제16조의2는 장애인이 공공건물과 공중이용시설을 이용할 때 시설주에게 안내서비스와 한국수어 통역 등의 편의 제공을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한다. 그러나 대상시설을 구체적으로 정한 시행령 제7조의2에는 예식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예식장에는 물리적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부과하면서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인적·의사소통 지원은 같은 법의 명시적인 편의제공 대상에 넣지 않은 것이다.

예식장이 모든 편의제공 의무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시설물의 소유자·관리자가 장애인의 접근과 이용을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배제·분리·거부하는 것을 금지한다. 휠체어 등 장애인 보조기구를 시설에 들여오거나 사용하는 것을 막는 행위도 금지 대상이다.

일정 규모 이상의 예식장에는 물리적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만, 안내서비스와 한국수어 통역 등의 편의제공 대상시설을 규정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는 예식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 / 사진=김두완 기자
일정 규모 이상의 예식장에는 물리적 편의시설 설치 의무가 적용되지만, 안내서비스와 한국수어 통역 등의 편의제공 대상시설을 규정한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에는 예식장이 포함돼 있지 않다. / 사진=김두완 기자

재화와 용역을 제공하는 과정에서도 장애를 이유로 비장애인과 실질적으로 동등하지 않은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 된다. 장애인이 시설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 역시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차별로 판단될 수 있다.

현행법은 시설과 서비스 이용을 아우르는 접근권의 틀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예식장에 적용되는 구체적인 기준은 물리적 시설에 집중돼 있고, 정보 제공과 의사소통, 예식 진행 과정에서 필요한 지원은 충분히 구체화돼 있지 않다. 법이 정한 최소선과 장애인이 결혼식을 준비하며 실제로 마주하는 장벽 사이에 간극이 남아 있는 이유다.

◇ 빈소 단차가 바꾼 제도… 중요한 것은 ‘실질적 이용’

장애인이 시설의 주된 공간까지 실제로 접근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제도를 보완한 사례도 있다. 한 전동휠체어 이용자는 병원 장례식장을 찾았지만 분향실과 접객실로 이뤄진 빈소 입구의 단차를 넘지 못했다. 장례식장 건물에는 들어갔지만 조문이라는 방문 목적을 수행할 수 없었던 것이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이 제기됐고, 해당 장례식장은 이동식 경사로와 실내용 휠체어를 비치했다. 인권위는 별도의 구제 조치가 필요하지 않다고 보고 진정은 기각했지만 제도적 문제는 남아 있다고 판단했다. 장례식장에 편의시설이 설치돼 있더라도 이용의 실질적인 목적인 빈소에 접근할 수 없다면 충분한 편의를 제공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이에 인권위는 2024년 5월 29일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장례식장 빈소의 장애인 접근을 위한 세부 기준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이후 복지부는 2026년 4월 1일 장애인등편의법 시행규칙을 개정했고 같은 해 7월 2일부터 시행했다. 개정된 시행규칙 별표 3은 병원과 화장시설 내 장례식장을 포함해 빈소 바닥에 높이 차이가 있고 경사로가 설치되지 않은 경우 휴대용 경사로를 비치하도록 했다.

법에 명시된 접근권이 결혼식과 같은 삶의 중요한 순간에도 실제 권리로 작동하도록 제도와 운영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김두완 기자
법에 명시된 접근권이 결혼식과 같은 삶의 중요한 순간에도 실제 권리로 작동하도록 제도와 운영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 사진=김두완 기자

장례식장 사례는 법이 정한 편의시설을 갖췄는지만으로 접근권 보장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장애인이 건물에 들어갈 수 있는지를 넘어 해당 시설을 찾은 목적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빈소 앞의 단차처럼 법령의 세부 기준이 미처 다루지 못한 장벽도 현장에서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다는 점도 확인됐다.

‘장애인의 접근성 보장을 위한 법적 과제 -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 국내 사례 현황 분석을 중심으로’(2024·강지선·하민정·이경은·배유진) 논문에 따르면 장애인의 접근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려면 시설과 정보를 장애인이 접근할 수 있도록 보편적으로 개선하는 조치와 함께 장애 유형과 정도, 개별 상황에 맞는 편의가 제공돼야 한다. 연구진은 법령에 규정된 접근성의 최소 기준과 개별 장애인에게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구분하고 편의 제공 의무의 적용 범위와 판단 기준을 단계적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분석은 결혼식 현장에도 적용된다. 경사로와 장애인 화장실을 갖추는 것은 접근권 보장의 출발점이지만 그것만으로 예식장 이용의 목적이 달성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시사위크’가 만난 장애인들은 버진로드와 단상으로 이어지는 동선, 예식장 구조와 가격에 관한 정보, 상담과 계약 과정의 의사소통, 장애 특성을 고려한 촬영과 식순 조정 등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물리적 편의시설 설치와 함께 장애 유형과 예식 과정에 맞는 편의가 실제로 제공되도록 운영 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애인 결혼식만을 위한 별도의 법을 만드는 것이 반드시 해법은 아니다. 우선 예식장의 편의시설 설치와 이용 실태를 별도로 파악하고, 시설과 서비스에 관한 접근성 정보를 장애인이 확인할 수 있는 형태로 제공할 필요가 있다. 상담·계약·예식 과정에서 필요한 편의를 사전에 확인하고 현장 담당자에게 전달할 절차도 마련돼야 한다.

장례식장 빈소의 단차가 제도 개선으로 이어졌듯 결혼식 현장에서 반복되는 불편과 제약도 구체적인 기준과 절차를 통해 개선할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중요한 삶의 선택이 장애인에게만 ‘가능한지’부터 따져야 하는 장벽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법이 보장한 접근권이 삶의 중요한 순간에도 실제 권리로 작동해야 하는 이유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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