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PV5로 유럽 전기 밴 30%…PV7로 노리는 다음 체급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기아(000270)가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차급을 넓힌다. 중형 PBV인 PV5로 C-세그먼트 전기 밴 시장 1위에 오른 데 이어 내년에는 대형 PBV '더 기아 PV7(The Kia PV7, 이하 PV7)'을 투입한다. PV5 한 차종에서 확인한 경쟁력을 더 큰 차급으로 확장하며 유럽 PBV 사업을 라인업 경쟁으로 끌어올리는 수순이다.

시장 흐름도 기아의 확장 전략에 힘을 보탠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포스(Dataforc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유럽 경상용차(LCV) 시장은 120만64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기 경상용차(eLCV, electric Light Commercial Vehicle) 시장은 12만5069대로 10.2% 성장했다. 전체 상용차 수요가 위축되는 상황에서도 전동화 전환은 계속되고 있다는 의미다.

PV5가 자리 잡은 C-세그먼트에서는 격차가 더 크다. 올해 상반기 유럽 C-세그먼트 밴 시장은 34만375대로 2.5% 늘었지만, 이 가운데 전기 밴(eCVAN)은 4만4810대로 26.6% 증가했다. 전기차 비중도 지난해 상반기 10.7%에서 올해 13.2%까지 높아졌다.


기아는 이 구간에서 빠르게 주도권을 확보했다. 지난해 말 유럽에 출시된 PV5는 올해 상반기 1만3603대를 판매하며 C-세그먼트 전기 밴 점유율 30.4%를 기록했다. 출시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시장 3대 중 1대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한 셈이다.

PV5의 성과는 기아가 PBV 사업을 다음 차급으로 확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됐다. 패신저(Passenger), 카고(Cargo), 섀시캡(Chassis Cab) 등 용도별 라인업과 PBV 전용 전동화 플랫폼 E-GMP.S(E-GMP for Service)를 바탕으로 개인 고객과 기업 수요를 함께 흡수한 전략이 유럽 시장에서 통했다. 개발 과정에서 고객사와 컨버전 파트너의 요구를 차량과 솔루션에 반영한 것도 상품 구성에 영향을 줬다.

PV7은 여기서 한 체급 위 시장을 겨냥한다. 기아는 오는 14일 독일 하노버에서 열리는 'IAA 트랜스포테이션 2026(IAA TRANSPORTATION 2026, 이하 IAA)'에서 PV7을 세계 최초로 공개한다. 내년 유럽 출시를 앞두고 카고 2대와 패신저 1대 등 총 3대를 선보일 예정이다.


PV7이 들어갈 유럽 미드사이즈 전기 밴(eMVAN) 시장은 올해 상반기 5만7804대로 전년 동기 대비 9.2%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미드사이즈 밴 시장 증가율은 2.3%였다. 차급이 커져도 전기 밴 성장률이 전체 시장보다 빠른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기아 입장에서 PV7 투입은 시장 규모를 넓히는 동시에 PBV 사업 구조를 다층화하는 역할을 맡는다. PV5가 C-세그먼트에서 판매량과 점유율을 확보했다면 PV7은 더 큰 적재공간과 다양한 활용성을 요구하는 상용 수요까지 겨냥한다. E-GMP.S를 공유하면서 차급과 용도를 확장하는 방식이라 플랫폼 투자 효율을 높일 여지도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PV5의 30.4% 점유율을 한 차종의 흥행으로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아는 PV5를 통해 유럽 전기 밴 시장에서 판매 가능성을 확인했고, PV7을 통해 그 성과를 차급 확장으로 연결하려 한다. PBV 사업이 개별 모델 중심에서 포트폴리오 경쟁으로 이동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유럽 상용차 시장의 전동화 속도도 이런 전략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올해 상반기 전체 LCV 시장은 줄었지만 eLCV 시장은 성장했고, C-세그먼트와 미드사이즈에서도 전기 밴 성장률이 전체 시장을 웃돌았다. 기아가 PV7의 세계 최초 공개 무대로 세계 최대 상용차 박람회인 하노버 IAA를 택한 것도 PBV를 유럽 상용차 사업의 핵심 축으로 키우겠다는 방향과 연결된다.

기아는 이번 IAA에 1531㎡ 규모 부스를 마련하고 PV7 3대와 PV5 7대 등 PBV 10대를 전시한다. PV5는 카고 스탠다드와 하이루프, 패신저 7인승, WAV, 샤시캡, 크루밴, 푸드트럭까지 다양한 형태로 구성된다. 한 모델의 판매 성과보다 여러 용도에 대응하는 PBV 생태계를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PV7의 과제는 PV5에서 확보한 점유율을 더 큰 차급에서도 이어가는 데 있다. eMVAN 시장은 성장 중이지만 이미 유럽 상용차 브랜드들이 오랜 기간 경쟁해온 영역이다. PV5의 초기 성공이 차급 확장에서도 반복된다면 기아 PBV 전략은 유럽 전기 상용차 시장에서 한 단계 더 넓은 기반을 확보하게 된다.

기아가 하노버에서 공개하는 PV7은 신차 한 대의 추가보다 그 다음을 보여주는 카드다. PV5로 C-세그먼트 전기 밴 1위를 확보한 뒤 미드사이즈 전기 밴까지 영역을 넓히면서, PBV 사업이 실험적 신사업에서 유럽 상용차 시장의 본격적인 라인업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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