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포커스] 장민영 기업은행장 취임 200일…800억대 금융사고 내부통제 ‘빨간불’

마이데일리
장민영 IBK기업은행장 주요 일지 /내용 정리=최주연 기자, AI 이미지 편집

[마이데일리 = 최주연 기자] 장민영 IBK기업은행장이 7일 취임 200일을 맞았다. 취임 과정에서 노사 갈등을 겪었지만 이후 생산적 금융 확대와 중소기업 지원 강화에 속도를 냈다. 2030년까지 300조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공급하겠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하지만 취임 200일을 돌아보면 가장 무거운 과제는 내부통제다. 리스크관리그룹장과 IBK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역임한 장 행장은 취임 당시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으로 ‘고객의 신뢰’를 강조하고 내부통제와 정보보안을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중국법인에서 800억원대 금융사고가 드러나면서 해외법인과 외부 플랫폼에 대한 관리체계가 도마에 올랐다.

◇ 2월 20일, ‘신뢰’와 생산금융 내걸고 출발

장 행장은 지난 2월 20일 제28대 기업은행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앞서 장 행장은 1월 22일 금융위원장의 임명 제청을 받은 뒤 23일 임명됐지만, 노동조합의 출근 저지로 취임 초반 정상적인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노조는 2월 13일 22일간의 출근 저지 투쟁을 종료했고, 장 행장은 본격적인 경영 행보에 들어갔다.

올해 1월 23일 장민영 신임 IBK기업은행장(사진 오른쪽)이 노조에 의해 출근길이 막힌 모습 /기업은행 노조

취임 직후 장 행장이 제시한 핵심 경영 방향은 생산적 금융과 신뢰금융이었다. 기업은행은 2030년까지 총 300조원을 공급하는 ‘IBK형 생산적 금융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AI·반도체·에너지 등 미래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소상공인 지원에도 75조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동시에 내부통제 강화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장 행장은 금융기관의 가장 기본적인 경쟁력은 고객의 신뢰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금융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정보보안 체계를 강화하고 보이지 않는 리스크까지 선제적으로 관리하겠다는 방향을 밝혔다.

금융 공급을 확대하는 성장 전략과 그 과정에서 발생할 위험을 통제하는 과제가 취임과 함께 동시에 시작된 셈이다.

◇ 5월 12일, 취임 100일…생산금융 ‘대전환’ 속도

취임 100일을 맞은 5월에는 생산적 금융 확대 구상이 한층 구체화됐다. 장 행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연체 기업 제재보다 현장 지원이 우선”이라고 강조하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웠다.

또한 기존 중소기업 중심 금융을 넘어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기업과 미래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 방침도 밝혔다.

포용금융에도 힘을 실었다. 신용등급에 따른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점검하고 소액대출 상각 범위를 확대하는 방안 등을 검토했다.

장민영 기업은행장/최주연 기자

다만 생산적 금융의 확대와 함께 여신의 질과 리스크 관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중소기업과 혁신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은 기업은행의 정책금융 역할과 맞닿아 있지만, 지원 규모가 커질수록 성장 가능성과 상환능력을 정교하게 구분하는 여신심사 체계가 뒷받침돼야 하기 때문이다.

◇ 6월, 중기대출 270조…커지는 여신 리스크 관리 과제

생산적 금융 확대는 실제 대출 규모에서도 나타났다. 기업은행의 올해 6월 말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70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조1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금융 시장점유율도 24.6%까지 올라갔다.

기업은행의 핵심 역할인 중소기업금융을 확대하면서 생산적 금융으로 외연을 넓힌 결과다. 다만 대출 규모가 커질수록 건전성 관리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행의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1조442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4% 감소했다. 2분기 순이익도 689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7% 줄었다.

상반기 대출 잔액과 건전성 및 자산적정성 지표 추이 /기업은행

반면 6월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27%, 연체율은 0.94%, 대손비용률은 0.46%를 기록했다.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11.49%로 집계됐다.

수치만 놓고 보면 당장 건전성이 흔들리는 수준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생산적 금융을 중심으로 중소기업대출을 계속 확대할 경우 대출 성장과 자산건전성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과제는 더욱 커진다.

특히 기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이라는 특성상 경기 둔화나 취약기업의 부실이 확대될 때 민간은행보다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떠안을 가능성이 있다.

장 행장이 취임 이후 여신심사 고도화와 AI를 활용한 리스크 관리 등을 강조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 7월, 中 법인 834억 사고…‘외부 플랫폼’ 관리체계 도마

이런 상황에서 내부통제 문제를 정면으로 드러낸 사건이 중국법인 금융사고다. 기업은행이 공시한 중국법인 금융사고 규모는 833억7600만원이다.

사고는 지난해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 중국법인과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제3의 온라인 대출 플랫폼이 연계된 비대면 대출 과정에서 발생했다. 기업은행이 대출을 실행하고 외부 플랫폼을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는 구조에서 플랫폼사가 차주들이 납입한 상환금을 기업은행에 정산하지 않고 유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문제는 사고 기간이 약 7개월에 달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은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설명했지만, 정산금 미입금과 차주 민원이 이어진 뒤에야 사고를 인지했다. 중국 현지 금융기관 5곳이 해당 플랫폼을 협력기관 명단에서 제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고는 단순히 외부 업체의 사기 여부만으로 끝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외부 플랫폼을 활용한 해외 비대면 대출이라는 사업 구조에서 위험 신호를 어떻게 감지하고, 현지법인과 본점이 이를 어떻게 공유·관리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해외법인에서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본점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향후 중요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성수용 한국금융인재개발원 원장은 “행장은 해외 담당 임원과 준법감시인 전체를 지시·감독할 책임이 있다”며 “해외법인에 사고 개연성이 높은 업무 관행이 있다면 강화된 내부통제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지 보고받고, 준법감시인이 이를 제대로 점검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2024년 12월 11일 금융감독원 홈페이지에 공개된 금융회사 대표이사 및 임원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관련제재 운영지침(안)」 중 대표이사에 대한 책무. /금융감독원

다만 사고가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은행장이나 관련 임원의 책임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책무구조도는 사고가 났으니까 책임을 지라는 제도가 아니”라며 “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이 큰 직무에 대해서 노력을 했느냐 안 했느냐로 책임을 묻는 것”이라고 말했다.

성 원장은 특히 평상시 내부통제 관리 조치를 지시·감독하고 이를 문서화했는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각 책무 담당자가 평소 어떤 관리 조치를 했는지를 확인해 상당한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 올해 금융사고 808억…금액 기준으로는 지난해의 3배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서도 기업은행의 내부통제 부담은 확인된다.

올해 1~7월 중 국책은행 금융사고별 발생 사유 /박성훈 의원실

기업은행의 올해 1~7월 금융사고는 4건, 807억77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금융사고 총액이 277억1500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7개월 만에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올해 사고금액 대부분은 사기 사고가 차지했다. 자료상 사기 사고는 1건, 807억원으로 집계됐고 나머지는 횡령·유용 사고였다.

금감원 제출 자료와 기업은행 공시에서의 수치가 다른 이유에 대해 금감원은 “보고 접수일 (2017년 1월 1일부터 2026년 7월 31일까지) 및 금전사고 기준으로 작성했다”면서 “사고 금액은 추후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업은행은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3대 국책은행 가운데 올해 금융사고 발생 규모가 가장 컸다. 같은 기간 산업은행에서는 1건, 583억4800만원 규모의 사기 사고가 발생했으며 수출입은행에서는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기업은행은 “현재 해외기관에서 관련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현지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조해 필요한 법적 대응을 추진할 예정이며, 내부통제 절차를 지속 점검·보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구체적인 내부통제 조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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