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김소은 기자 정부의 호르무즈 해협 파병 검토에 진보 정당들이 일제히 반대 입장을 밝혔다. 특히 조국혁신당과 진보당이 ‘파병 반대 결의안’의 국회 본회의 상정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이견이 표출되는 모양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나 해당 파병안은 검토 단계일 뿐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구체적인 입장이 전해지지 않자 진보 진영을 중심으로 비판 목소리가 연일 분출하고 있다.
개혁진보 4당(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지난 3월 중동 분쟁 지역에 대한 국군 파병 및 군사 개입을 반대하는 ‘대한민국 국군의 미국-이란 전쟁 및 호르무즈 해협 군사 파병 반대 결의안’을 공동 발의한 바 있다. 현재 결의안 상정을 촉구하며 공세를 펴고 있는 곳은 혁신당과 진보당이다. 신장식 혁신당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파병과 과거 이라크전 파병 사례를 비교하며 정부의 행보를 비판했다.
신 대표는 “부시 정권은 이라크전 때 ‘대량 살상무기 제거’라는 명분을 내세웠고, 의무를 준수하라는 유엔 결의안들이 채택됐다. 미국은 이를 내걸고 대한민국에 파병을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미국과 이란전의 발발 이유는 이란 정권 교체 및 핵무기 개발 저지가 이유였던 만큼 궤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신 대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파병 공개 요구 방식에 대해서도 짚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기억하겠다’는 협박성 말을 최소 다섯 번 했다”며 “동맹국 간이라도 도를 한참 넘어선 망언과 무례”라고 말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파병하면 국제사회에서 ‘만만한 나라’로 보일 수 있고 향후 더 많은 참전 요구가 미국의 추가 청구서로 돌아올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신 대표는 국익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때의 기준으로 “대한민국은 국제 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는 헌법 제5조 제1항을 제시했다.
진보당도 역시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결의안 상정 촉구에 목소리를 더했다. 파병 시 장병과 중동 지역의 교민, 기업, 선박, 미군기지가 있는 대한민국 영토까지 보복과 테러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진보당은 민주당을 향해 “침묵하거나 정부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며 “민주당은 호르무즈 파병 반대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결의안 통과에 즉각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보당은 더 나아가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해임 촉구 결의안까지 거론했다. 진보당 관계자는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국회에 파병 동의안을 제출할 경우 최후 수단인가’라는 질문에 “파병 여부를 떠나 전반적으로 위 실장으로 인해 자주 외교가 후퇴하고 있다고 판단돼 현재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혁신당 등 타 정당과의 협조에 대해서는 “민주당 내부에도 반대 의원이 나오는 만큼 전체적으로 반대하는 정당들과 함께 협조하는 상황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결의안을 함께 발의했던 사회민주당과 기본소득당도 헌법을 근거로 한 원칙적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회민주당 관계자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침략 전쟁이라고 보기 때문에 파병은 안 된다”며 “절차가 시작되면 공동 대응을 하자는 구두 협의는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기본소득당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침략적 전쟁은 부인한다. 헌법처럼 국제 분쟁을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원칙이 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도 이견이 나오고 있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반대할 수밖에 없는 (진보 진영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면서도 “미국과의 관계가 있고 국익 문제이므로 잘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파병을 위한 국회 동의안 통과에 대해 그는 “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반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이기헌 민주당 의원은 지난 4일 SNS에 “국회에 파병 동의 요청이 오면 국익과 헌법 가치를 수호하기 위해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개 반대했다.
이어 그는 7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도 “교전 당사국인 이란 정부의 공식 입장이 ‘한국에서의 비전투병 파병이라 할지라도 참전으로 간주하겠다’라는 입장이 나와 있기 때문에 대단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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