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폭스바겐그룹이 2030년을 향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간다. 모델 포트폴리오를 절반으로 줄이고 그룹 전체 인력 약 5만명을 조정하는 동시에 유럽 내 50만대 이상의 과잉 생산능력도 손본다. 미래 투자 확대를 내세웠지만 계획의 중심에는 현재 사업 구조의 부담을 줄이고 수익성을 회복하려는 강도 높은 축소 전략이 자리한다.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는 3일(현지시간) 경영이사회가 제안한 '미래 계획 2030(Future Plan 2030)'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그룹은 이를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변혁 프로그램으로 규정했지만 세부 내용을 보면 생산과 인력, 차종, 사업 포트폴리오를 동시에 줄이는 구조조정의 강도가 상당하다.
재무 목표도 수익성 회복에 맞춰졌다. 폭스바겐그룹은 핵심 사업인 완성차 부문에 역량을 집중하면서 연간 900만대 판매를 목표로 설정했다. 2030년 영업이익률 목표는 9%로 약 310억유로의 영업이익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제품 수부터 크게 줄인다. 폭스바겐그룹은 모델 포트폴리오를 약 50% 축소하고 제품 구성의 복잡성을 약 75% 낮출 계획이다. 파생 모델 수를 줄여 모델당 생산량을 높이고 개발·생산 비용을 낮춰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제품군 축소와 함께 개발·생산 자원의 배분 방식도 바뀐다. 판매 차종을 폭넓게 유지하던 방식에서 경쟁력 있는 모델과 공용 기술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다. 플랫폼과 전자 아키텍처, 운전자 보조 시스템, 소프트웨어도 지역별 시장 요구에 맞춰 다시 정비한다.

생산 구조의 부담도 공식화했다. 폭스바겐그룹 감독이사회는 유럽 내 생산능력이 현재 시장 수요보다 50만대 이상 많은 상태라고 확인했다.
엠덴(Emden), 츠비카우(Zwickau), 하노버(Hanover), 네카르줄름(Neckarsulm) 공장은 2031~2034년부터 경쟁력 있는 미래 생산 물량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룹은 2027년 6월 말까지 유럽 생산 거점을 대상으로 새로운 생산 구조 방안을 마련하고 해당 공장들의 대체 활용 가능성도 검토한다.
유럽 내 50만대 이상의 과잉 생산능력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점은 현재 생산 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해당 공장들의 미래 물량 확보 가능성까지 낮게 본 만큼 유럽 생산 기반의 부담이 상당하다는 판단도 드러난다.
인력 조정 규모도 크다. 미래 계획 2030 분석에 따르면 관리직을 포함해 그룹 전체에서 5만명 규모의 인력 조정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수요 변화, 기술 전환에 맞춰 조직 규모를 다시 맞추겠다는 판단이다.
모델과 생산시설, 인력을 동시에 줄인다는 점에서 이번 계획은 기존 비용 절감 프로그램보다 범위가 넓다. 조직과 제품, 생산능력 전반을 다시 짜는 생존형 재편의 성격이 짙다.
사업 포트폴리오도 축소 대상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핵심 사업에 대한 전략적·재무적 기여도가 분명한 사업을 중심으로 재편하고 보유 지분과 사업 포트폴리오를 약 3분의 1 줄일 계획이다. 비전략 부문은 매각 또는 재편 대상으로 분류하고 부동산 포트폴리오도 검토한다.

조직 내부에서는 연구개발과 구매, 생산, 품질, 영업, 간접 부문을 아우르는 '운영 혁신(Operational Excellence)'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비용과 업무 프로세스를 다시 조정하고 실행 속도를 높여 구조조정 효과를 실제 사업 성과로 연결한다는 구상이다.
의사결정 체계도 손질한다. 리더십 구조를 간소화하고 책임 범위를 명확히 해 조직 내 의사결정 단계를 줄인다. 임원 성과·보너스 체계도 통일해 개인 성과와 조직 전체 실적에 대한 책임을 함께 반영할 계획이다.
그룹 지배구조 역시 재편 대상이다. 폭스바겐그룹은 의사결정과 조직 구조를 단순화하고 감독이사회의 사전 승인 대상도 그룹 전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핵심 사안 중심으로 압축할 방침이다.
지역별 전략도 수익성 중심으로 다시 짠다. 북미에서는 수익성이 높은 세그먼트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국에서는 현지 자동차 시장 성장 전망 변화에 맞춰 사업 규모와 전략을 조정한다. 아시아와 중남미 등 글로벌 사우스를 향한 수출 확대도 추진한다.
구조조정이 광범위한 만큼 노동계와의 협의도 부담 요인이다. 이번 계획에는 모든 공장의 향후 운영 방안과 대규모 인력 조정이 함께 포함돼 있다. 근로자 대표와 합의가 필요한 조치는 각 브랜드와 자회사가 협의에 나서고 경영이사회가 전체 실행을 총괄한다.
폭스바겐그룹 총노사협의회는 고용 안정과 경제적 수익성을 공동 목표로 제시했다. 경영진은 비용과 효율을 앞세운 구조개편을 추진하는 동시에 독일을 비롯한 생산거점의 고용 문제도 함께 풀어야 한다.

그럼에도 미래 투자는 유지한다. 폭스바겐그룹은 앞으로 수년간 1000억유로 이상을 신제품과 기술, 미래 성장 영역에 투입할 계획이다. 2027~2031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 투자 목표액도 1350억유로로 잡았다.
구조조정과 대규모 투자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은 향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비용 절감 효과가 충분히 나타나기 전에 투자 부담이 커질 경우 재무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구조개편이 계획대로 진행되면 확보한 자원을 핵심 제품과 기술에 집중할 여지가 생긴다.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수년간 1000억유로 이상의 투자를 집행해 그룹의 대표 브랜드들을 한층 더 매력적이고 강력하며 경쟁력 있게 만들어 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폭스바겐그룹은 이번 미래 계획을 지속가능한 경쟁력 확보를 위한 변혁으로 설명하고 있다. 다만 모델 절반 축소와 5만명 인력 조정, 사업 포트폴리오 3분의 1 정리, 유럽 생산능력 50만대 이상 과잉 인정은 현재 사업 구조의 부담이 그만큼 커졌다는 신호로도 볼 수 있다.
향후 성패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 갈등과 생산 기반 약화 가능성을 얼마나 줄이고, 동시에 1000억유로가 넘는 미래 투자를 실제 제품 경쟁력과 수익성 개선으로 연결하느냐에 달렸다. 2030년 영업이익률 9% 목표가 현실화되지 못한다면 모델 절반 축소와 약 5만명 인력 조정이라는 대수술의 정당성도 흔들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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