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국내 성인 과체중·비만 인구가 1360만명에 달하면서 비만을 개인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 국가 차원의 만성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사용이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오남용을 막는 관리체계와 함께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비만학회는 3일 서울 콘래드에서 '국가 비만관리 방안 모색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성인 비만의 질병 부담과 경제적 비용, 치료 접근성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학회에 따르면 2025년 국내 성인 과체중·비만 유병률은 54%로 약 1360만명에 이른다. 고도비만 증가세도 뚜렷하다. 2013년 대비 2023년 1단계 비만은 1.2배 증가한 반면 BMI 35 이상인 3단계 고도비만은 2.6배 늘었다.

비만의 건강 위험이 BMI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연구 결과도 제시됐다. 이창우 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표본코호트 34만9765명을 분석한 결과 20.8%가 임상적 비만, 13.8%가 전임상적 비만으로 분류됐다고 밝혔다.
같은 1단계 비만이라도 임상적 비만 여부에 따라 건강 위험에는 차이가 있었다. 임상적 비만군은 고혈압과 대사이상, 간질환 등의 유병률이 높았으며 약 430만명의 건강검진 자료를 추적한 분석에서는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비만이 아닌 집단보다 26% 높았다.
경제적 부담도 커지고 있다. 김원석 을지대 의정부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비만이 의료비뿐 아니라 결근과 업무 수행능력 저하에 따른 노동생산성 손실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20~59세에서도 과체중·비만 비율이 51%에 달해 현재의 비만 인구가 고령화할수록 입원·수술 등 중증 의료 수요가 증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치료제가 빠르게 늘고 있는 만큼 약물 관리 역시 과제로 떠올랐다. 최성희 대한비만학회 학술위원회 이사는 GLP-1 계열을 비롯해 새로운 작용기전의 치료제와 경구제가 잇따라 개발되면서 비만 치료의 선택지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비만치료제를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거나 비정상적인 경로로 대량 구매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학회의 입장이다. 이재혁 대한비만학회 총무위원회 이사는 "일부 외곽 지역 약국을 찾아 비만치료제를 수백 통씩 구매하는 행태가 여전히 나타나고 있다"며 "오남용 방지 의약품 지정과 함께 추가적인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규제가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약물 사용까지 위축시키는 방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학회는 강조했다. 김민선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국가 차원의 관리 필요성에는 무게를 두면서도 비만치료제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돼 필요한 환자까지 치료를 포기하는 상황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회가 오남용 관리와 함께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비만대사수술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만 치료가 비급여 영역에 머물러 경제력이나 거주지역에 따라 치료 접근성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만치료제 확산 이후 유병률 변화에 대한 기대도 나왔다. 한경도 대한비만학회 빅데이터위원회 이사는 GLP-1 계열 치료제가 본격적으로 사용된 시점을 고려하면 향후 비만 유병률이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을 언급했다.
대한비만학회는 이날 논의를 바탕으로 성인 비만을 국가비만관리종합계획에 적극 반영하고 비만기본법 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증 또는 합병증을 동반한 비만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방안도 근거에 따라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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