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레인지로버가 브랜드 역사상 첫 순수 전기차를 내놨다. 전동화에 맞춰 차량의 성격을 새로 만들기보다 기존 레인지로버가 쌓아온 정숙성과 여유로운 성능, 전지형 주행 능력을 전기 구동계에 옮기는 데 개발의 초점을 맞췄다.
JLR 코리아는 레인지로버 최초의 순수 전기 모델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을 공개했다고 2일 밝혔다. 1970년부터 레인지로버를 생산해온 영국 솔리헐에서 만들어지는 모델로, 개발 과정에서 내세운 원칙은 '전기차이기 전에 레인지로버'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에는 260㎾ 영구자석 전기 모터 두 개가 탑재된다. 최고출력은 550PS, 최대토크는 86.7㎏·m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4.5초 만에 도달하며 시속 80㎞에서 120㎞까지 추월 가속은 2.7초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WLTP 기준 최대 약 600㎞다. JLR이 양산 차량을 표준화된 경로에서 주행해 산출한 실제 주행 기준 수치는 535㎞다. 장거리 주행에 필요한 여유를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춘 구성이다.

두 전기 모터에는 실리콘 카바이드 반도체가 적용됐다. 마이크로초 단위의 빠른 스위칭 속도를 구현하며 동일한 크기의 일반적인 모터보다 20% 높은 토크를 발휘하도록 설계됐다. 효율과 출력 응답을 함께 끌어올리기 위한 선택이다.
레인지로버가 첫 순수 전기 모델에서 특히 강조한 부분은 전기 구동계와 전지형 주행 능력의 결합이다.
인텔리전트 드라이브라인 다이내믹스(Intelligent Driveline Dynamics)는 접지력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후륜 토크를 100%에서 0%까지 조절한다. 통합 트랙션 매니지먼트 시스템(Integrated Traction Management)은 모터 속도를 50밀리초 이내에 제어해 동급 내연기관 차량보다 최대 100배 빠르게 휠 슬립을 관리한다.
통합 트랙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은 새로운 싱글 페달(Single Pedal) 모드와도 연동된다. 최대 33도 경사로에서 출발할 수 있으며 주행 중에는 최대 45도 경사로까지 오를 수 있다. 최대 도강 깊이는 900㎜다. 전기 모터 특유의 빠른 토크 제어를 레인지로버가 요구하는 험로 대응 능력에 활용한 셈이다.
매트 베커(Matt Becker) JLR 차량 엔지니어링 디렉터는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의 핵심은 어떤 노면에서든 편안하고 정교하게, 그러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능력이다"라며 "전동화 파워트레인을 기반으로 구현한 새로운 구동계 제어 시스템의 응답성과 정밀성이 이를 완벽하게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배터리는 사용 가능 용량 기준 118.5㎾h다. 각형 셀 344개로 구성된 리튬이온 더블 스택 배터리를 탑재했으며 첨단 800V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빠른 충전과 유연한 분할 충전을 지원한다. 350㎾ DC 급속 충전기를 최대 속도로 사용할 경우 배터리 잔량 10%에서 80%까지 약 22분이 걸린다. 10분 충전만으로도 WLTP 기준 220㎞의 주행거리를 추가할 수 있다.
극한 기온에서는 써마시스트(ThermAssist) 열 관리 시스템이 배터리 성능과 충전 속도를 관리한다. JLR에 따르면 해당 기술은 주행거리를 최대 약 40㎞ 늘리고 난방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배터리 안전성과 품질 검증도 별도로 진행했다. JLR의 새로운 배터리 테스트 연구소에서는 실제 배터리를 영하 40℃에서 영상 90℃까지의 환경에 노출하고 극한의 다축 진동 및 충격 시험을 실시한다. 고강도 알루미늄 배터리 케이스도 적용했다.
정비성과 유지보수를 위해 배터리 디지털 트윈(Battery Digital Twin)도 탑재했다. 900개 이상의 진단 데이터 포인트를 제공하며 JLR의 SOTA(Software Over the Air) 기능과 연계해 차량 상태를 관리한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에는 8년 또는 16만㎞ 보증이 제공된다.
전기차로 바뀌면서도 디자인 변화는 제한했다. 레인지로버 고유의 외관은 유지하고 고속도로 주행 효율을 높이기 위해 공기역학적으로 최적화한 그릴과 휠, 전용 언더바디를 추가했다.

개발 과정의 규모도 크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은 스웨덴 아르예플로그의 영하 40℃ 환경부터 두바이 사막의 고온 조건, 영국 JLR 이스트너 캐슬 테스트 시설까지 150만㎞ 이상을 주행했다. 가상 테스트에는 25만시간 이상이 투입됐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과 관련한 특허 출원은 300건을 넘는다. 브랜드 역사상 단일 차량 기준 가장 많은 수치로, 써마시스트 열 관리 기술을 비롯해 JLR이 직접 설계한 배터리와 모터 관련 기술 등이 포함된다.
첫 순수 전기 레인지로버 출시는 생산체계 변화와도 연결된다. JLR은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생산을 위해 솔리헐 제조 시설을 개편하고 전동화 생산 역량을 높였다. 솔리헐 제조 인력 9000명이 전동화 관련 역량 교육을 마쳤고 웨스트미들랜드 지역 내 다른 사업장에서도 1500명이 추가로 교육을 받았다.
나이젤 블렌킨솝(Nigel Blenkinsop) JLR 최고운영책임자(COO, Chief Operations Officer)는 "솔리헐에서 이뤄지는 레인지로버 일렉트릭 생산은 50년 이상 축적해 온 레인지로버의 제조 전문성에 최신 전동화 및 첨단 제조 기술을 더한 결과다"라며 "솔리헐 생산이 수천 개 기업을 뒷받침하고 있으며 부품 구매액의 3분의 2 이상이 영국과 유럽 업체로 돌아간다"고 말했다.
영국 울버햄프턴의 전기 추진 제조 센터(EPMC, Electric Propulsion Manufacturing Centre)도 생산을 지원한다. 이곳은 내연기관 엔진과 함께 배터리 팩 및 전기 구동 장치를 생산하는 시설로, 배터리·전기 구동 장치 생산 라인 13개가 새롭게 구축됐다.

전기 구동 장치 생산 과정의 품질검사에는 첨단 인공지능(AI) 기반 스캐닝 카메라가 투입된다. 핵심 부품의 조립 여부와 정밀도를 확인하며 모든 배터리 셀은 배터리 팩에 장착하기 전 성능검사를 거친다. 완성된 배터리 팩도 솔리헐에서 차량에 탑재되기 전 조립 상태와 성능을 다시 검증한다.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은 마일드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내연기관 모델과 동일한 아키텍처를 사용한다. 파워트레인별 생산 기반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는 JLR의 유연한 파워트레인 전략을 대표하는 모델이기도 하다.출시 사양은 스탠다드 휠 베이스 오토바이오그래피(Autobiography)와 롱 휠 베이스 SV 두 가지다. 주문 접수는 2026년 9월부터 시작하며 공식 출시는 2027년 중순으로 예정됐다.
결국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의 개발 방향은 기존 레인지로버의 주행 영역을 전기 구동계에서도 이어가는 데 맞춰졌다.
마틴 림퍼트(Martin Limpert) 레인지로버 매니징 디렉터는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은 10년에 걸친 세심한 엔지니어링과 기술 개발의 결실이다"라며 "레인지로버 일렉트릭이 역대 가장 완성도 높은 레인지로버가 되도록 테스트와 개발 프로그램을 당초 계획보다 더 넓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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